윤석열이 지핀 개인예산제 논쟁 점화… “장애인 우롱”, “수요자 중심 정책 대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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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개인예산제 공약은 불장난에 비유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개인예산제 공약이 발표되자 1월 25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예산제는 불장난’이라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어설픈 수입·시장화 반대… 공공성·권리예산 확보가 답”
“공급자 중심 정책 끊고 당자사 선택권 강화 필요”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쏘아 올린 ‘장애인 개인예산제도’ 공약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도 아직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선대위 내부에선 제도 자체를 비롯해 적용 수준 등을 두고 논의는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애인단체 중심으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채택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배경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2022 대선장애인연대’를 비롯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이 “이제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외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이자 시장화만 강할 뿐”이라고 반대하는 것도 한몫한다.

▲25일 전장연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개인예산제 공약은 장애인을 우롱하는 빈껍데기라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더인디고
▲25일 전장연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개인예산제 공약은 장애인을 우롱하는 빈껍데기라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더인디고

특히, 전장연은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 공약을 ‘깡통’이라며 21일 비판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5일 오후에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석열 후보의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정책 불장난”에 비유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없는 나라’를 약속하며, ▲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 및 장애인 콜택시 확대 ▲주어진 액수 안에서 장애인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선택하는 ‘개인예산제’ ▲4차 산업 인재육성 및 장애인 고용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 5대 장애인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개인예산제에 대해 “주어진 예산 안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이나 보조기기 구입, 재활서비스, 교육비, 교통비 등을 바우처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해 장애인복지 선택의 폭을 확대하겠다”며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한 정책으로써 공급자(정부·지자체·복지관) 중심 장애인복지에서 수요자(장애인) 중심 복지로 전환하는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복지인프라 확충이나 발달장애인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없어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개인예산제는 허황된 발상이자 장애인에게 던진 불장난”… 개인별지원 위한 서비스 다양화와 그에 맞는 예산보장으로 서비스 선택하게 해야!“

전장연은 그럼에도 개인예산제 도입은 부정적이다.

이날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전 영역을 대상으로 일정한 사정 절차를 거쳐서 총량이 금액으로 산출되면 장애인 개인이 ‘서비스 간 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애인예산인데, 서비스 종류와 양, 그리고 예산 확대 없이 총량에 가둬진 상황에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기대는 허망한 발상이자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도현 활동가(왼쪽)과 박경석 대표 ©더인디고
▲김도현 상임 활동가(왼쪽)와 박경석 대표 ©더인디고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상임활동가는 “깡통도 하나 제대로 만들려면 설계와 노력이 필요한데, 윤 후보의 공약은 기조도 기준도 맥락도 없는 그냥 여기저기 꿰맨 누더기 공약에 불과하다”며 “윤 후보 측이 유럽이나 미국 등이 한다고 우리도 도입하자는 것 같은데, 이 나라들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과정에서 개인예산제를 채택한 데다 지금도 많은 서비스는 공공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웨덴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을 위한 서비스가 10가지가 넘고, 활동지원서비스도 2015년 기준 월평균 480시간이다. 개인예산제 없이도 공공차원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월평균 127시간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오히려 공공성을 강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특히, 3월부터 사회서비스원법의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민간 복지법인에 맡겨진 사회서비스의 공공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도 “이미 일부 국가에선 쓸모없다고 결론 낸 개인예산제를, 그것도 주어진 예산 안에서 장애인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 불장난 아니면 뭐냐”며 “그런데 그 장난을 장애인의 삶의 던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또한 “시범사업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하려면 참여하고자 하는 장애인에 활동보조 24시간과 주택에 교육과 특별교통수단을 제대로 지원해준 후 행복한지 아닌지를 따져 보고 전체로 확대를 하라”며 “괜히 말도 안되는 ‘시범사업이다’ ‘연구다’하며 장난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7년 논쟁 이어 재점화언제까지 공급자 중심 정책에 머무를 것인가개인예산제 도입하더라도 공공서비스양과 예산확보 투쟁은 숙명

한편 개인예산제는 2017년 즈음부터 장애계 내에서도 서비스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통제권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측과 실제 그렇지 못하다는 입장이 명하게 갈렸다.

전장연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앞서 주장처럼 개인예산제는 공공성을 약화하고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며, 특히 서비스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권’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자기결정권’은 보장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애인 욕구조사를 통해 복지서비스를 현금이나 바우처로 환산해 지급할 경우 장애인 욕구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조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이유도 꼽았다.

발달장애인 측면에서도 개인별지원계획을 모든 장애인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가 배치될 때야 가능한 일인 데다 선진국 또한 발달장애인은 전무한 소위 실패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2022 대선연대가 제안한 공약을 들고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공열 한국장총 상임대표 직무대행, 장혜영 의원, 이종성 의원, 최혜영 의원, 최연숙 의원, 김동호 한국장총 정책위원장 ⓒ더인디고
▲지난해 11월 30일 ‘2022 대선장애인연대’는 국가장애인위원회, 개인예산제 등이 담긴 3개 핵심영역, 10대 공약을 각 당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공열 한국장총 상임대표 직무대행, 장혜영 의원, 이종성 의원, 최혜영 의원, 최연숙 의원, 김동호 한국장총 정책위원장 ⓒ더인디고

반면 찬성 측에 따르면 현재 공급자 중심의 정책으로는 장애인의 다양하고 특별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책과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우선 시범사업이나 단계별 추진 등을 하면서 서비스양과 예산도 동시에 늘려가자는 주장이다.

한 장애계 인사는 “개인예산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서비스양이나 예산이 제자리에 머무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공공성 강화도 싸워서 얻어내듯 개인예산의 총량뿐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파이를 늘리는 노력은 지금도 앞으로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도입을 하더라도 현금이나 바우처로 선택할 경우 손봐야 할 이슈가 많다. 예를 들어 현금이라면 기초수급자는 소득으로 잡힐 수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거나 행정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바우처로 받는다면 현금 중심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못 받게 됨으로써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 밖에도 활용처의 범위는 복지서비스에만 한정할 것인지, 불용금액 처리는 어떻게 할지, 발달장애인은 누가 어떻게 지원할지 등 크고 작은 결정에 따라 진통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시설 중심에서 탈시설 중심으로 가듯, 언제까지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머무를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권고한 것도 일부 도입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찌 됐든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윤석열 후보에 이어 이재명 후보도 개인예산제를 공약으로 채택할 경우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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