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 ‘처벌’ 목적 강박·격리한 정신의료기관… 신체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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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의료기관이 환자를 ‘처벌’ 목적으로 격리,강박하고, 또 본인 입원 의사 확인 없이 ‘동의입원’을 시킨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정신의료기관이 환자를 ‘처벌’ 목적으로 격리,강박하고, 또 본인 입원 의사 확인 없이 ‘동의입원’을 시킨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 본인 의사 확인 안한 ‘동의입원’은 자기결정권 침해
  • 입·퇴원 절차 부실관리… 관할 관청도 문제

[더인디고 조성민]

정신의료기관이 환자를 ‘처벌’할 목적으로 격리·강박하거나 본인 입원 의사 확인 없이 ‘동의입원’을 시킨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원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환자의 행동 통제를 이유로 격리 및 강박하는 정신의료기관 A병원의 관행을 개선하고, 소속 의료진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및 입·퇴원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A병원의 입원신청서·퇴원의사확인서 부실 관리에 대해선 관할 관청에 입·퇴원 절차 준수에 대한 특별 지도·감독 시행도 권고했다.

진정인 B씨는 자신이 어머니와 누나에 의해 A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퇴원하는 과정에서 입원신청서를 확인한 결과 자신이 원하는 경우 퇴원이 가능한 ‘자의입원’ 환자였음을 알게 됐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자의입원 환자는 본인 의사에 따라 입원신청을 한 경우로 환자가 퇴원의사를 밝히면 해당 병원은 지체 없이 퇴원을 시켜야 한다. 아울러 ‘자의입원’뿐 아니라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얻어 입원하는 ‘동의입원’의 경우에도 정신의료기관은 2개월마다 환자의 퇴원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B씨는 또한 다른 환자의 담배를 훔쳤다는 이유로 격리 및 강박을 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다.

반면 피진정인인 A병원은 B씨가 자의입원의 일종인 동의입원 환자로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퇴원할 수 있는 환자였지만, 퇴원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격리·강박과 관련해서도 B씨의 담배 절취 행위로 다른 환자와 충돌이 발생하는 등 자·타해 위험이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조사 결과 진정인 B씨가 직접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동의입원 신청서의 서명이 B씨의 필적과 일치하지 않고, 입원 이후 2개월마다 확인해야 하는 퇴원의사 확인서의 일부 서류 또한 B씨의 필적과 다른 것이 확인됐다. 더불어 동의입원신청서에는 B씨의 보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 누나가 보호의무자로 서명하는 등 입원 절차상의 문제도 확인됐다.

또한 피진정인 A병원은 진정인을 격리 및 강박하면서, 격리·강박 일지에 ‘담배를 훔치는 등 부적절한 행위 지속됨, 행동 조절 어려움’ 등을 이유로 기록했고, 자·타해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기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A 병원이 B씨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처벌적 조치로 격리 및 강박을 시행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고, 관련 일지 또한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병원은 B씨가 입원신청서를 직접 작성했는지, 이후 퇴원의사 확인서에 직접 서명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동의입원제도의 도입 취지인 입원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와 ‘격리·강박 지침(보건복지부, 2019)’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의 격리 및 강박은 “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험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고”, “신체적 제한 외의 방법으로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할 때” 실시해야 한다.

관련하여 인권위는 “환자 관리의 편의성 및 행동문제에 대한 처벌적 조치로 시행할 수 없는데도, A병원은 이와 같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입원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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