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나는 나에게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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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이 쌓여 있다.©unsplash
▲많은 노트와 책 등이 쌓여 있다.©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지금 저의 삶은 조금 힘들지만, 전 저에게 몇 번 정도 더 넘어질 권리가 있다는 걸 믿어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20대 후반쯤 어느 잡지 기자와 인터뷰에서 내가 말한 내용이다.

“3포 세대 4포 세대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무한대입니다. 수학에서 무한대-무한대는 무한대입니다. 세 개 네 개 정도 포기해도 가능성은 그저 무한대일 뿐입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요청받았을 때 내가 한 대답이다.

“전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극단의 외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터질 듯이 꽉 찬 만원 버스를 만나면 목적지가 반대라도 얼른 탑니다.“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성격검사를 하던 도중 스스로의 성향이 더 외향적이라고 주장하던 나의 발언이다.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이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폭소가 터질 정도로 웃기거나 마음 뜨거워지는 감동이 있다.

난 때때로 내가 출연한 영상이나 글들을 다시 보고는 한다. 자아도취나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겠지만 난 과거의 나에게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운다. 내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서 감정의 표현과 가사의 메시지에 감탄하고 내가 내뱉은 말들로 생각을 다잡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과거의 나에게는 현재의 내가 가지지 못한 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아는 것은 더해지고 경험도 축적된다고 생각하지만, 채워지는 것이 많을수록 잊히는 것들 또한 많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재들에서조차 우리가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때의 우리가 배우지 않았다기보다는 그 시간에는 알고 있었으나 세월의 흐름 속에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것들로 기억을 채웠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들과의 사귐들은 지금 내 옆에 있는 동료들과의 익숙함으로 변해가고 그때 그 동네의 모습들은 지금의 시간으로 덮여간다. 생각들도 깨달음도 느껴지는 순간엔 영원할 듯 진하게 다가오지만, 대부분은 시간의 흐름 속에 옅어지고 바래져간다.

과거의 영상 속 나는 분명 나이지만 내가 아니기도 하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또 다른 나에게서 난 배우고 채워간다. 그것은 나와 다른 세대들에 대한 공부이기도 하고 다른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움이기도 하다. 수많은 다름과 함께 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아는 것들은 너무도 작은 것이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워지고 흐려진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작은 것들마저도 되새기고 돌아보아야 한다. 나의 말들과 글들이 오늘의 나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지금 내가 가진 생각과 지식 또한 영원하거나 완벽하지 않은 짧은 것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늘 내가 갖게 된 생각이 소중하고 값지다면 그럴수록 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는 분명 다르겠지만 더 나은 나라는 보장은 없다. 나와 다른 이들에게서 다른 것들을 배우는 것처럼 과거의 내 기록들 속에서도 나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오랜만에 뵙게 된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전교 회장 출마를 했던 고등학생 승준이가 ‘노자’의 가르침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은 고등학생인 내가 어떤 가르침에 감명을 받았었는지 노자의 책을 살펴보아야겠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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