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방송3사, ‘발화자별 수어통역’, 복지TV에 맡긴 채 책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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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통령 후보자 TV토론회 장면. 화면 위쪽에는 수어통역사 3명(왼쪽부터 트럼프, 사회자, 바이든 후보자 수어통역사)을 배치했다. 화면 아래트럼프(사진 왼쪽) 후보자와 바이든 후보자(사진 오른쪽)가 동시에 말을 하자, 2명의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는 장면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2020년 미국 대통령 후보자 TV토론회 장면. 화면 위쪽에는 수어통역사 3명(왼쪽부터 트럼프, 사회자, 바이든 후보자 수어통역사)을 배치했다. 화면 아래 트럼프(사진 왼쪽) 후보자와 바이든 후보자(사진 오른쪽)가 동시에 말을 하자, 2명의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는 장면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 20대 대선, 청각장애인 선거권 ‘끝내 외면’
  • 장애계 “보편적 접근권을 선택적으로 격하, 비판”
  • 복지TV, 2차(2.25) 3차(3.2) TV토론 발화자별 중계

[더인디고 조성민]

20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주관 법정 TV토론도 단 두 차례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생중계에서 발화자별 수어통역을 통한 후보별 정책 정보 취득이 어려워지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그나마 선관위가 복지TV를 통해 법정 TV토론의 ‘발화자별 수어통역’ 생중계를 허가한 것은 진전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방송 토론에서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했다’는 식은 기만적 술책이자 무책임한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TV토론은 후보자들의 국정운영 방향과 공약을 듣는 중요한 자리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사 한 명에 의존해야 한다. 2명 이상의 후보자가 논쟁을 벌이며 발언할 경우 누구의 발언을 통역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수어통역사 한 명이 2시간 넘게 통역하다 보니 후보자들의 발언과 표정을 제대로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TV 송출화면 크기보다 수어통역 장면도 작아 청각장애인의 불편은 더 가중된다는 평가다.

참다못한 청각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이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도 2018년 지상파 방송사에 화면 송출 시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권고했지만, 선관위와 방송 3사는 지난 4.15 총선과 재보궐선거, 그리고 이번 세 차례 이뤄진 대선 토론에서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2월 21일 열린 선관위 주관 첫 법정 TV토론회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2월 21일 열린 선관위 주관 첫 법정 TV토론회 한 장면. 수어통역사 1명이 후보자 4명과 사회자 1명의 발언을 통역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남은 2차(2월 25일), 3차(3월 2일) 법정 TV토론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 중심으로 법정 TV토론만큼은 발화자별 수어통역 배치를 선관위 등에 요구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포괄적 접근이 가능한 지상파 방송사는 놔둔 채 케이블 방송사인 복지TV를 통해 중계토록 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법정토론 중계는 지상파 방송 3사만 할 수 있다. 그만큼 장애인을 포함한 유권자 모두를 위한 선거 방송접근 책임은 선관위와 화면송출을 맡은 방송 3사에 있다. 또한 이들 방송사에 자막방송 또는 수어통역 제공을 의무화했다. 다만 수어통역사 최소 인원수 관련 규정은 없다. 그렇다 보니 선관위와 방송사가 기술 운운하며 장애계의 오랜 요구와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해도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우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간사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각장애인들이 복지TV로 후보의 공약과 생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누구나 접근 가능한 지상파 방송으로부터의 배제는 여전히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감각장애인 선거공약연대 한 관계자는 “복지TV는 케이블 채널 유료 가입자만 시청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 데다, 정작 인권위가 권고한 방송 3사가 최소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 조차 배치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은 홈페이지 안에 있는 모든 내용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말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한 부분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다”며 “끝까지 청각장애인을 외면하는 선관위와 방송 3사의 태도에 대해 절벽과 마주하는 느낌”이라고 허탈해했다.

이미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2018년 지역선거에서 발화자별 수어통역을 배치한 바 있다. 또 지난 1차 법정 TV토론 당시 김광진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회자와 후보 4명에게 모두 전담 수어통역사를 배치함으로써 화제가 된 바 있다. 기술은 문제가 안 된다는 근거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선관위와 지상파 방송 3사가 복지TV를 핑계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선거방송을 케이블TV 채널이나 유튜브 등에 떠넘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이 표에만 몰두했지, 지난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검토조차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곧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여야 정당과 선관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장애인 유권자의 선거권을 제대로 보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TV는 의무전송 채널로 전국 어디서나 시청 가능하며, IPTV는 KT 올레TV 219번, LG U+ 255번, SK BTV 293번이며, Sky Life는 188번이다. 복지TV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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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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