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발달장애인 선거권, 20대 대선서 ‘투표보조’ 지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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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투표소에 가려는데 선관위가 이를 제지하자 그림투표용지, 알기 쉬운 선거 공보물, 공적조력인 등의 피켓을 든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투표할 수 있게 된 내용이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투표소에 가려는데 선관위가 이를 제지하자 그림투표용지, 알기 쉬운 선거 공보물, 공적조력인 등의 피켓을 든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투표할 수 있게 된 내용이다. ⓒ더인디고
  • 법원,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권리” 인정
  • 발달장애인, 선관위 선거지침 개정에 “환영”
  • ‘증상’ 등 차별적 표현 지침, 선거 후 개정 협의키로

[더인디고 조성민]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다시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지원을 당연한 권리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발달장애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 임시조치’건에 대해, 선관위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당 선거지침 개정 및 장애인단체들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정성립이 이루어졌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재판장 송경근)가 맡았다.

이에 한국피플퍼스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단법인 두루 등 소송에 참여한 인권단체들은 25일 성명을 내고, 법원의 이번 임시조치 사건의 조정성립을 환영함과 동시에, 국가와 협의해 선거지침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2020년 4월 10일과 11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당시 ‘발달장애인에 투표보조 관련 지침’을 사전 예고도 없이 삭제함으로써,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앞서 선관위는 장애인단체의 요구에 따라 공직선거법상 ‘시각’ 또는 ‘신체장애인’ 이외에 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선거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2016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적용해왔던 터라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

이에 발달장애인 12명은 같은 해 4월 14일, 선관위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냈다. 인권위도 이를 수용, 이듬해인 작년 3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마련할 것을 선관위에 시정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자 이들은 대선을 100일 앞둔 2021년 11월 29일, 법원의 임시조치 신청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선관위는 그제서야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에 투표보조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투표보조 선거지침안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0대 대선 ‘쉽게 설명한 투표기이드북’ 기표 안내. 자료=선관위 홈페이지
▲제20대 대선 ‘쉽게 설명한 투표기이드북’ 기표 안내. 자료=선관위 홈페이지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선관위가 법원에 제출한 안에는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에 투표보조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한편, 장애인을 환자로 취급하는 ‘증상’이라는 표현과 ‘과도한 간섭을 제지할 수 있다’는 등의 애매한 내용을 담았다”면서 “이는 선관위가 마지못해 ‘부실한 투표보조 선거지침안’과 안내할 사항을 제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참정권 침해 소지가 있는 단어와 차별적인 표현에 대해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사실상 선거 일정이 급박하다 보니 원안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배경에는 재판부가 문제가 된 ‘증상’ 등 차별적 표현은 선거 이후 개선협의하기로 선관위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3년 만에 다시 되찾은 권리를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면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선관위의 부실한 투표보조 선거지침’으로 또다시 참정권이 침해되고 차별이 발생한다면 인권위에 차별진정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적극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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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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