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합의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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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열린 선관위 주관 첫 법정 TV토론회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2월 21일 열린 선관위 주관 첫 법정 TV토론회 한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책임질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1번, 2번, 3번, 4번… 기호를 정하고 저마다의 공약들로 충돌하는 대선 토론은 이번에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표라도 더 얻겠다는 심정으로 준비한 후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에게 호소한다.

스스로가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 이유를 내세우기도 하고 상대 후보의 결점을 파고들기도 하는데 처절한 경쟁 속에서 합의나 타협의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선제타격이나 군사력 강화가 남북관계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후보, 대화와 타협으로 얻어낸 평화가 아니면 하책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현재의 국가부채 규모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후보와 더 늘려야 한다고 확신하는 후보 사이에서 중간지점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후보들은 상대의 의견이 옳다고 거드는 것은 곧 패배라고 생각하는 듯 수용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한다.

‘같은 시대 같은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저렇게 극단적으로 다르기만 한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의견에는 귀가 기울여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후보의 토론을 보고 있노라면 허점도 많고 위험하고 무능력해 보이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는 국민의 절반을 차지한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지지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해묵은 지역주의나 집단이기주의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지지층 속에도 공부 꽤 한 학자도, 명망 높은 종교인도, 능력 있는 기업인도 있다. 나는 동의할 수 없는 발언들이지만 그가 내세우는 논리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확신과 근거는 존재하는 듯하다.

어떤 대선에서도 절반을 훌쩍 넘는 득표를 얻어내는 후보가 없는 것을 보면 그 생각의 다름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로, 어쩌면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는 다름인 것이다. 백분의 토론이 아니라 100년, 1000년의 역사 안에서도 뭉쳐지지 않는 논쟁들은 결국 극복하거나 벗어날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극단적으로 다른 집단으로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의 생각을 하나로 만들 수도, 그렇다고 갈라져서 따로 살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다르지만, 함께 사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일이다.

같은 토론을 함께 보는 아버지와 나는 피를 나눈 가족이지만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가족의 연을 끊을 만큼 다투거나 갈라서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의미가 아버지와 나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 정도로 깨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을 만큼의 소중하고 단단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어른들은 자녀를 양육하고 가르치지만 성장해 가면서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설득하기도 한다.

대선 토론의 후보자들처럼 좁혀지지 않는 주장들이 대립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결론은 이해하거나 포용하는 쪽으로 맺음 한다.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작은 모임들 안에서도 그렇다. 생각과 의견의 다름은 언제나 존재하고,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상사의 지시를 부당함이라고 결론 내리기도 하고 친구의 행동을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의 결론일 뿐 직장의 상사나 나의 친구는 내 의견에 대해 틀린 생각이라는 결론과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어떤 것들은 결국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판명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옳고 그름을 다투는 그렇고 그런 시간의 반복이 된다. 절대적으로 틀린 것과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내 생각들도 그렇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의 의견도 그렇다.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은 우리가 서로 함께 발전하는 아름다운 과정임에 틀림이 없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아름다운 공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공동체도 대한민국도 다름 속에서 평화롭게 공생하기를 바란다. 결론 나지 않는 적대적 다툼과 전쟁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수차례 경험하고 지켜보았다.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 속에서 몇 가지만이라도 합의되고 타협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 합의할 수 없다면 존중하고 인정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끝까지 고집스럽게 싸워 봤자 싸움을 위한 싸움은 결국 싸움일 뿐이다. 우리는 선거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다르겠지만 같은 땅 같은 언어를 쓰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평화롭게 길이 보전하기를 원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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