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지지선언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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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대통령 후보 장애관련 정책 공약 비교(양 후보 발표문에 제시된 공약을 비교한 것임). 출처=김성주 국회의원 트위터
▲이재명-윤석열 대통령 후보 장애관련 정책 공약 비교(양 후보 발표문에 제시된 공약을 비교한 것임). 출처=김성주 국회의원 트위터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점입가경이다.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대선 마지막 토론회가 끝난 다음날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는 소식에 화들짝 잠에서 깼다. 뭐, 누구를 지지하고 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염두에 둔 후보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앞으로 5년 동안 책임질 대통령이 누가 될까 싶은 어쩔 수 없는 호기심이랄까. 암튼 두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차피 선거란 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 정도의 합종연횡이야 진작부터 보아온 터다. 국가의 권력 쟁취란 게 온전히 이기는 자가 모두 챙기는 일종의 몰빵 방식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지만, 그 영향력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궁금하다. 오늘부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된 터라 야당 후보들의 단일화 이후에는 판세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기간’인 셈이다. 지지율 1%도 안 되는 김동연 후보와 정책연대를 이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10% 남짓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양자 대결은 오늘부터 양 진영 간 결집의 마중물이 되면서 치열한 접전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막연한 짐작만 할 뿐이다.

이 와중에 장애계도 제대로 붙는 모양새다.

진작부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측이 결집해 모은 장애인가족 40만 명이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회원 중심 41만명의 지체장애인과 그 장애인가족을 대표해 지지를 공식화한다는 소식이다. 저 어마어마한 숫자가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는 도무지 알 턱이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양 진영으로 나눠진 장애계의 정치적 선택은 어쩌면 향후 5년의 장애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진영의 장애인 정책 공약을 들여다보면, 두 장애인단체의 지지선언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우선 발달장애인 부모들 중심으로 구성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으로부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공약을 받아냈다. 또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장애인의 이동, 교통권 보장 및 편의시설 확대’를 공약으로 약속받았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각자 장애유형의 특성에 필요한 정책적 공약을 얻어낸 셈인데 각 장애인단체의 정치적인 전략적 선택으로는 꽤 그럴듯하고 제법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다른 장애유형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의구와 짙은 아쉬움이 남을 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음 선거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 지지선언에 나서든지 아니면 틈새라도 비집고 들어갈 일이다. 이들 두 단체의 선택은 회원들의 바람을 충실하게 공약화했고 그런 만큼 단체의 역량도 한껏 떨친 셈이니 말이다. 설사 선거에 지더라도 두 단체 입장에서는 지지선언을 통해서 그 어마어마한 표의 숫자를 적시했으니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주목하게 될 테니 손해 볼 일은 없다.

선거에서 특정 집단의 지지선언이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히려 지지선언을 하는 특정 집단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고, 득표보다는 시너지는 줄 수 있지 않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두 장애인단체의 지지선언은 이번 선거에서 실제로 장애시민들의 득표를 끌어낼 수 있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유권자는 총 44.197,692명이니 두 단체가 주장하는 지지자 수는 1.8% 남짓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정치적 이벤트는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마지막 여론조사의 결과가 초박빙이었으니 이 정도면 각 진영의 캠프에서는 방귀깨나 뀌지 않을까?

아무려나, 기왕에 갈라진 장애계의 정치지형에서 숫자놀음 지지선언에 굳이 큰 의미를 둘 일은 아니다. 나 역시 41만 지체장애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할 테지만, 그렇다고 아무개를 지지할 마음이 추호도 없으니 말이다. 어차피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라면 차라리 그 기준은 오히려 분명해진다. 장애시민으로서의 나와, 장애인가족인 내 가족의 삶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지선언의 그 화려한 퍼포먼스는 웅장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반드시 당선이라는 최종의 결과와 연결되지는 않을 터다. 선택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니 이기(利己)를 채울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선택해 투표할 일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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