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공약 뜯어보니 “인프라 확충↑ 당사자 지원↓”… 인수위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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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청년보좌역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청년보좌역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尹 장애인공약, 인프라 확충과 전달체계 변화만 치중
  • 장애인 소득보장 등 당사자 개인 지원 고려해야
  • 선거에서 활약한 장애인 국회의원, 인수위 합류 기대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선거는 끝났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승부였다. 불과 0.73%포인트, 24만7천여 표의 차이였다. 이 차이는 무효표 30만7천여 표보다도 적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0일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국립현충원에 들러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향후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방명록에 기록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8개월의 신인 정치인인 윤 당선인은 같은 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 당선 인사를 통해 “정치를 시작한 후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때마다 왜 국민이 저를 불러내었는지,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했다”면서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장애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나눠진 대선 판도에서 각 이해관계에 따라 분명하게 편을 구분해 지지 운동에 나섰다. 그동안 장애계는 선거철마다 정책연대를 구성해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 각 후보와 정당에 의견을 전달하는 소극적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대 장애인 단체들 중심으로 특정 후보의 캠프에 직접 참여해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펼쳤다. 선거캠프 안에서 단체들의 활동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정책안을 설계해 공약에 반영시키기도 했다.

특히, 대선에 승리한 국민의힘은 이종성 국회의원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조직을 활용해 전국적인 선거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 문화예술계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윤 당선인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두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들의 정책요구안이 윤 당선인의 장애인 정책 공약 채택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 공약집. /사진=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 공약집(장애인 공약 편). /사진=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인프라 확충과 전달체계의 변화 중심의 장애인 정책

윤 당선인이 발표한 장애인 정책 공약의 주요 특징은 ‘전달체계의 변화’와 당사자 개인 지원이 아닌 ‘인프라 확충’이다. 이러한 공약의 특징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 원인이기도 하다.

인프라 확충

첫 번째 공약인 ‘4차 산업형 장애인 인재 육성을 통한 고용 기회 확대’는 디지털훈련센터를 장애인 ‘맞춤훈련센터’ 수준으로 전환해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 4차 산업에 맞는 직무 개발과 직업훈련을 강화해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시각장애인 안마사 방문 서비스를 도입해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고용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인의 노동역량을 개발해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 영역을 4차 산업형 직무중심으로 추진함으로써 장애인 노동역량의 고도화를 이뤄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에 따라 직무 편차가 커서 자칫 특정 장애유형이나 정도의 장애인에게만 훈련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포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두 번째 ‘장애인 이동 및 교통권 보장’과 ‘편의시설 확대’는 더불어민주당도 공약화할 정도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편의 인프라 정책이다. 윤 당선인은 이를 위해 우선 저상버스를 시외, 고속, 광역버스로 확대 운영하고,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150명당 1대를 100명 1대로 확대한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저상버스를 쉽고 안전하게 승하차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고 장애인 콜택시는 지역 간 연계운행과 격차를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분양을 2배로 늘리고, 안전한 보행을 돕는 실내·외 내비게이션 기술 투자 확대와 보급을 공약했다.

세 번째로 발표한 장애인 재난 대피 관련 공약은 ‘재난 안전 정보 제공’의 의무화다. 우선 장애유형에 맞는 점자 자료, 수어통역, 쉬운 읽기 자료 등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것과 소방 교육 시 장애인 재난안전 교육과정을 포함토록 법적으로 의무화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는 장애인 재난 대피 시스템의 기본적인 요건이어야지 목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재난 시 장애인 대피를 위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방안 없이 정보만 제공하겠다는 것은 제공된 정보를 토대로 각자 알아서 대피하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장애인 재난 대피를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장애유형별 정도별 대피 요령의 개발 및 훈련 등에 대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 번째도 정보 제공 확대인데, IOT, ICT 기술을 적용해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지원하고, 방송화면해설 및 수어화면 비율을 상향해 장애인 방송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공립 공연장에 장애인 문화, 예술 할당제 도입과 박물관이나 고궁 등의 문화재에 편의시설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활용 가능한 시회통합형 유니버설 체육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ICT 및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기반의 장애인 체육 플랫품 개발도 공약했다. 다만,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위한 IOT, ICT 기술 등이 이미 개발되어 실용화될 수준인지는 불분명하며, 자칫 기술 개발에만 치중할 경우 예산 소모에 비해 기대 이하의 정보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섯 번째로 발달·지연 장애 영유아 조기발견과 조기개입 서비스를 제공할 것임을 공약했다. 특히, ‘장애 등록과 무관하게’ 영유아기 발달·지연이 있으면 누구나 아동·발달평가 및 진단-재활치료-교육-기족지원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문 지원하고, 특히 재활치료서비스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장애 영유아 조기발견을 통한 국가의 조기개입은 치료 시기를 일찍 시작함으로써 장애 예방 및 장애정도 완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제도이다. 또한 재활치료서비스의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비 부담을 완화해 장애가족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여섯 번째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활성화를 위해 보험수가 현실화와 방문진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장애인 치과 병원과 장애유형별 건강검진 확대 및 장애 친화 건강검진센터를 확대하고 AI학습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확대한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2017년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만큼 활성화가 필요하다. 감염병 창궐을 겪으면서 장애인의 의료환경의 접근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물리적·정보적·경제적 접근성’이 보장돼야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비로소 실현된다.

일곱 번째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통해 정보접근성과 자립적 환경조성 기반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작품 활동비 지원, 각 광역시·도별 무장애 창작 공간 설치, 전문 전시 공간 건립 및 확대와 함께 국립한국복지대학에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 학과를 신설해 장애유형별 체계적인 예술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정한 활동 기회 보장도 공약했다. 우선 국공립 문화시설에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기준을 강화하고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한다. 또한,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고 장애예술인 작품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및 유통기회를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변화

특히, 윤석열 당선인은 장애인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인 ‘개인예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집에서 윤 당선인은 우리나라 장애인 예산은 GDP 대비 약 0.6%로 OECD 평균인 1.9%의 1/3 수준에 불과해 예산 부족으로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이 큰 상황임을 지적하고,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개인예산제가 당사자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만큼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 방지’를 위해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게는 서비스 선택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돌봄지원 인력의 매칭이 어려운 도전적 행동 발달장애인과 중증·중복 장애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할인이나 면제 제도가 대부분이다. 개인예산제를 통해 서비스 선택권이 가능한 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특별교통수단 이용 제도, 고용 서비스 등이지만 각 서비스의 성격이 워낙 다르고 지원 방식도 개별적이어서 개인예산제로 통합해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인예산제에 가장 적합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현재는 판정체계를 통해 수급대상자 여부와 급여량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이를 어떻게 당사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을 방지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등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등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3일 윤석열 당선인은 정부 이양 준비의 첫 단계로 인수위원회 조직 구성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임무는 “선거에서의 대국민 약속을 새 정부 정책에 잘 반영시키는”것이라며 “‘정’직하게 ‘책’임지는 정책본부장으로서 선거 애프터서비스(AS)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는 차기 윤석열 정부는 선거 기간에 발표했던 공약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시행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이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등 공약 설계에 깊이 관여했다.

인수위원회는 7개 분과와 1개 위원회, 2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7개 분과는 기획조정분과, 외교안보분과 정무사법행정분과, 경제1분과, 경제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사회복지통합 분과로 구성된다고 한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장애인 정책 공약이 타 후보보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 개인 지원 즉 소득보장이나 발달장애인 돌봄 등에 대한 공약이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의 재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김예지 의원의 인수위 사회복지통합분과 합류에 조심스럽게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장문현답’을 내걸고 전국 각지를 돌며 장애인의 삶의 고충을 직접 확인하면서 지지를 이끈 이종성 의원과 장애예술인의 생계 문제를 챙겨왔던 김예지 의원이 장애예술계의 지지를 끌어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두 의원 중 한 명이라도 사회복지통합분과에 합류할 경우 장애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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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윤석열 당선인에게 “국가책임과 권리 예산 확대” 한목소리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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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6622b929e5cb4@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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