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그럼에도 외람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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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질문하기 전에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사진=YTN 유튜브 화면 캡쳐
▲한 기자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질문하기 전에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사진=YTN 유튜브 화면 캡쳐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모든 권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현직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는 상관없이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유수의 언론사들도 일제히 윤 당선인을 향한 윤비어천가를 목청껏 부르고 있다. 비난하거나 비아냥댈 일도 아니다. 5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으며, 5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아무려나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향후 5년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주도권을 잡았고 이 권력은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된 합법적 명분의 결과다.

장애계에서는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나뉘어 치열한 정책 대결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종성 의원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최혜영 의원이 선두에서 장애인 정책의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정책화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물론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약했던 대부분 공약은 폐기될 전망이다. 대신에 국민의힘이 내세운 공약들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실려 정책화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꾸 기시감이 든다.

지난 3월 2일 마지막 TV 토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장했던 복지정책의 방향성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모든 국민이 질병·실업·장애·빈곤 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주는 복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초가 되고 성장은 복지의 재원이 됩니다.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빈곤과 질병 등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능동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니까 산업환경 혁신에 중점을 두고 경제성장이라는 전제조건을 복지정책에 접목해 사회투자적 복지 전략을 발전시켜 일을 통해 국민경제 수준을 높여 복지 수요를 떨어트리겠다는 전략은 ‘예방적 복지’ 운운했던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같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경제를 역동적으로 혁신시키고 경제성장을 중시하겠다는 공약은 당연하고 지당하다. 경제의 역동적 혁신과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국민경제적 가치이기도 하다.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일자리를 확충해서 복지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경제정책이지 복지정책은 아니다.

복지는 지금 당장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국민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병원비나 생활비가 급히 필요한 사람들 앞에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려 ‘경제성장과 선순환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는 여력도, 도울 마음도 없으니 국민 각자가 알아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과 안상훈 서울대 교수, 백경란 성균관대 교수,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해 향후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전반을 기획할 듯하다. 특히 스웨덴 복지모델의 전문가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현금 지급 방식의 복지보다 사회서비스 강화를 통해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안 교수는 무분별한 현금 복지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2003년 기준, 스웨덴 국민이 1년 동안 쓴 병가가 1억일(노동자 1명 당 한 달)이며, 이는 급여의 90%까지 국가가 상병수당으로 보장해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금 복지는 노동시장의 승자인 남성에게 유리한 구조라면서 돌봄의 주체는 여전히 여성이며 돌봄은 집안일이 아닌 국가의 몫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짐작건대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의 기조는 교육·보건·의료·돌봄 등 사회서비스 강화 중심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외람되지만 한 마디 거들겠다.

복지정책의 주요 대상인 장애인 계층은 여전히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서비스가 아니라 먹고살아야 하는 현금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가구 중 국민기초수급대상 가구 비율이 15%였지만 2020년 조사에서는 무려 19.1%로 늘어난 만큼 장애시민들의 먹고사는 일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디, 살펴보시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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