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자 장애인 공약 ‘개인예산제’ 첫발… 도입은 시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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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공동주최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4월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더인디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공동주최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4월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더인디고

  • 국민의힘 “한국형 개인예산제 완성할 것”
  • 대상·급여방식·전달체계·재정 등 논의 구체화
  • 무조건 반대 부적절… 제도는 사람이 설계
  • 복지부, 시범사업 도입 후 확대 검토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표적 장애인 공약인 ‘개인예산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개별 욕구에 맞춰 복지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현금 등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장애인 당사자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으며,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애인예산과 서비스 종류와 양, 그리고 예산 확대 없이 총량에 묶인 상황에서는 자기결정권 보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윤 당선자 공약 강조하며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거 참석

하지만 윤 당선자는 지난 20대 대선 후보 시절 “주어진 예산 안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이나 보조기기 구입, 재활서비스, 교육비, 교통비 등을 바우처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해 장애인복지 선택의 폭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어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한 정책으로써 공급자(정부·지자체·복지관) 중심 장애인복지에서 수요자 중심 복지로 전환하는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개인예산제는 2010년부터 국내에선 연구나 토론 수준에 머물렀다. 윤 당선자의 공약인 만큼 앞으로 정책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은 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방안과 과제’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10명의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개인예산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행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더인디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더인디고

이준석 대표는 “개인예산제 도입과 서비스 총량 확대를 병행하겠다”며 “당선인이 수요자 중심 전달체계를 당부한 만큼 국민의힘은 방향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겠다”고 이행에 무게를 실었다. 이종성 의원도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정밀하게 다듬어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서비스전달체계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개인예산제 도입 의미와 필요성에 공감하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지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것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개인예산제를 반대하는 일부 장애인단체 등을 의식하면서도 제도 도입은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반대의견 있지만, 개인예산제 의미와 도입 공감”… 중장기적 설계 관건

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는 “개인예산제가 마치 장애인복지예산의 캡(Cap)을 씌우는 수단이라고 예단하거나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장애인복지예산 총량을 늘릴 때지, 이를 하나로 묶을 때가 아니라는 말은 제도 자체보다는 제도 설계 및 운용에 대한 입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 욕구기반 설계가 되면 동의할 것인지? 또 활동지원서비스 도입을 주장할 때 서비스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설계에 동의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만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기에 새로운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한 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인프라의 불완전성과 장애인등급제 폐지처럼 제도의 정당성만 고집하며 설계 자체를 왜곡할 것이 아니라면 개인예산제 또한 호흡조절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마루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 선거에서 윤 당선자가 현장의 목소리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공약으로 채택한 만큼 앞으로 당사자의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계획과 검토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도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최봉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하겠지만, 엄청난 제도변화를 예고하는 만큼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제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면서 “우선 시범사업에 이어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시설·커뮤니티 케어 등 개인예산제 명분해결 과제 수두룩

발제자로 나선 강동욱 한국복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먼저 국내에서 개인예산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진 배경을 언급했다.

강 교수는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 이념을 중시하는 당사자 중심 장애인권리운동에 의해 견인된 결과와 현실적인 이유가 더해졌다”면서, “예를 들면 장애인 전체 예산의 43%를 차지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정작 돈은 당사자가 아닌 활동지원사 등 비장애인들의 사회적 일자리에 쓰인다. 복지예산이 늘고 있는 것 같지만, 당사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해지는 장애인 탈시설화와 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전반에 걸쳐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강력히 펼쳐나가는 상황에서 개인예산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개인에산제 한계도 있는 만큼 개선 방안으로 “사회서비스 제공 인프라 구축과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제도적 정비, 복지서비스 총량 확대 등 사전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매자가 개별 선택을 할 경우 실제 적절한 서비스의 공급이 충족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구매 영향력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공급자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식을 배제할 것, 그리고 현금급여는 다양한 공급자 시장에 동등하게 접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한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부연구위원은 영국, 독일, 호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 해외 5개국의 ‘개인예산제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는 연령, 장애유형, 소득수준 즉 대상 선정기준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급여도 현금과 현물 등을 수급하고, 제도이용은 신청-사정-승인-계약-급여이용이라는 유사한 절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은 보험방식과 조세방식으로 하되, 일부 국가는 개인 부담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원은 이어 “결국 우리나라 개인예산제를 도입함에서도 ▲할당(대상자 선정기준) ▲급여(현금 또는 현물) ▲제도 이용 절차 등 전달체계 ▲재원 구성 방식 등 크게 4가지 쟁점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급여 지급방식과 범위는 현행 ‘바우처서비스(활동지원, 주간활동 등)’와 ‘제공기관 지원서비스(장애아가족 양육 등)’에 우선 적용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예산제도가 논의 단계를 넘어 도입을 앞두고 장애계 내부 진통도 예상된다. 전장연은 시범사업 도입 자체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대선 공약 사항인 데다 차기 여당 지도부도 이행의지를 밝히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제도 도입은 시간문제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과 지장협, 장총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과 지장협, 장총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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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lo1974@hanmail.net'
정충제
1 year ago

그림의 떡 개인예산제!
기초국민수급법 손보지않고는 개인예산제는 절대안됩니다.

gamlo1974@hanmail.net'
정충제
1 year ago

전에도 한번 올린글인데 장애인개인예산제가 활동보조인에 지급하는 돈을 현금으로 장애인 개인에게 지급해라! 그돈으로 활보를 쓰던 용돈을 쓰던 내맘대로 쓰겠다는 취지지요. 우리나라는 기초국민수급제도란게있는데 여기에 주거, 의료, 생계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개인예산제가 시행되면 기초국민수급자들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란 것인데 생계는 그렇다치드라도 주거권을 의료보호를 포기하라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일까요? 현금주는데도 수급권포기가 쉽지않습니다. 1인가족은 548,349 원을 초과하면 생계급여가, 1인기준 882,000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살고있는 아파트 또는 임대주택의 재계약이 안됩니다. 재계약 하려면 보증금과 임대료를 왕창올려줘야 합니다. 서울은 수급자도 5,000만원넘게 38만원의 임대료, 관리비17만원 수급자는 임대료가 지원된다고 한들 30만원만 지원되고 8만원정도에 관리비와 공과금은 본인이 내야합니다. 새아파트만 찾아서 그런다는데 2025년부터는 영구임대가 없어지고 통합임대로 바뀌면서 기존영구임대에 살고있는 사람도 임대료가 서울기준 정도로 올라갈거구요. 계약기간안에…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