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선택권’ 존중?… 법 제정엔 공감·방법론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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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사진 왼쪽부터 김기룡 교수, 김신애 위원장, 김현아 회장, 박대성 공익신고자. /사진=최혜영 의원 SNS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사진 왼쪽부터 김기룡 교수, 김신애 위원장, 김현아 회장, 박대성 공익신고자. /사진=최혜영 의원 SNS

  •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첫 공청회
  • 인간다운 삶은 촘촘한 국가책임과 예산에 달려
  • 정부 “법 제정 공감… 탈시설 선택권도 보장”
  • 시설, 자체 ‘인권침해’ vs 누군가엔 ‘최적의 선택’

[더인디고 조성민]

지지부진하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는 7일 오전 10시 본청 601호에서 장애인권리보장 및 탈시설 지원 관련 법률안 첫 공청회를 개최했다. 탈시설지원법이 발의 된 지 거의 1년 반만의 일이다.

▲7일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7일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고, 시설 등을 10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하여 제재하는 등 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탈시설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권리보장법안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이 보건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 테이블에 함께 올랐다. 하지만 일부 의원과 보건복지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안건만 설명 수준에서 종료됐다. 특히, 당시 회의 때도 탈시설지원법이 쟁점이 된 데다, 검토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제정법의 경우 반드시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반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최혜영 의원은 시작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어렵게 잡힌 공청회임에도 논의할 양에 비해 긴 공백과 제한된 시간, 다양한 진술인의 참여가 부족하다. 이후 법안심사소위 등 별도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권리보장법안은 큰 이견이 없어 탈시설지원법에 집중됐다. 또 공청회의 특성에 따라 진술인들의 발언에 이목이 쏠렸다. 이날 법안 찬성 측 진술인은 중부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김기룡 교수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회 김신애 위원장이, 그리고 반대 측에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와 탈시설시범사업소 박대성 공익신고자가 섰다.

선택권국가책임만 놓고 보면 찬반 주장 다르지 않아!

양측의 진술과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법조문 자체보다는 원론적인 ‘탈시설’ 찬반과 ‘국가책임’에 방점이 찍혔다. 시설과 탈시설 혹은 가정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시작했지만, 양측의 주장만으로는 진전된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도 인식한 듯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청회는 최소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와 헌법 제14조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 또는 주거 결정권’ 존중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또 ▲시설 거주 장애인 여부를 떠나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되, 그 책임은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국가의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달려있다는 것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입법 과정에서 탈시설 우려에 대한 논의, 더 이어질 듯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은 법 제정 반대 측의 주장과 우려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완전한 탈시설 기간, 10년(법안) 또는 20년(정부 탈시설 로드맵)과 이에 따른 △시설 존폐 △시설 선택권에 있어서 부모 고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심리적 불안감 등에 대해선 논의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현아 대표의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은 자립을 시키되, 시설에 남고자 하는 장애인은 시설에 거주하고, 또 장애인거주시설의 필요성과 그곳에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 특히, 노화가 빨리 오는 발달장애인들의 여생을 위한 노인요양시설도 필요하다”는 발언에서 잘 드러났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사진=이종성 의원 SNS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사진=이종성 의원 SNS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또한 우리나라 복지현실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끊이지 않는 가족의 죽음에 이어 최근 매형이 중증장애인 처남 3명을 돌보다가 방화를 저지른 것처럼 가족의 돌봄 속 장애인조차도 충분한 서비스를 못 하는 현실”이라며, “시설에 있는 장애인을 무조건 꺼내자고 하는 획일적인 정책 목표가 아닌,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서비스를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이거나 완전한 탈시설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시설은 선택 아냐국가의 촘촘한 지원체계와 예산 확보로 우려불식시켜야

반면 김신애 위원장은 “가정에서 24시간을 돌봐야 할 최중증 자녀를 둔 부모로서 탈시설을 우려하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전제한 뒤, “활동지원서비스 등 현행 법률 체계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살아가는 데도 ‘왜 안 된다’고만 하는지 답답하다”며 “문제는 국가와 지역사회와 장애인이 촘촘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체계 구축과 예산 확보에 달려 있다. 조금 걱정되더라도 해보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시설에서 사는 것이 과연 독립된 인격체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맞는지, 혹은 그들이 갇혀 사는 것을 알면 정말 억울하지 않겠냐”며 “그동안 공급 중심의 법률체계와 사회 구조에서 당사자성을 대변하는 탈시설지원법을 통해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자”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시설 안에서의 학대 여부와 상관 없이 시설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인만큼 시설은 선택이 될 수 없다”며 김현아 대표의 주장에 선을 긋기도 했다.

정부에 선택권과 속도감, 동시 주문

결국 장애인의 선택권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국가와 정부 역할에 달려있다는 것이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을 향해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국가 책무를 강조하면서도 “탈시설 선택권을 보장하겠느냐”는 질문에, 염 국장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같은 당 서영석 의원도 “정부가 불안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특히, 국가의 통합돌봄 체계 구축과 재정 투입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탈시설 운동 20년 동안 복지부가 너무 뒷짐만 진 것 아니냐, 이제야 탈시설정책을 계획하고 올해 24억원 반영한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염 국장은 “활동지원서비스 구축, 연금 등 소득보장 및 직업 재활 등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시기로 봐달라”면서 “앞으로 3년의 시범사업을 통해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권리협약을 2008년에 비준했음에도 정부가 그 이행을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탈시설로드맵 이행 등) 예산 확보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탈시설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과 주거지원 등에 나서려면 법 제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염 국장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사진=최혜영 의원 SNS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사진=최혜영 의원 SNS

탈시설, 비용 편익 분석 결과 유리

한편 시설거주 장애인이 탈시설을 하면 예산이 더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오히려 반대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비교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김기룡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장애인 1인당 시설 거주 시 연간 4만7000달러가 소요됐지만, 지역사회에선 4만 달러 정도 들었다”며 “다만, 시설과 지역사회 어디가 더 유리한 지를 경제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과나 생산성에 대해서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살면 자연스럽게 독립기능이나 자기 통제력, 건강, 생존율 혹은 행복감이 상승하는 반면, 사망률이나 도전적 행동이 감소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이 많다”며 “이것까지도 우리가 탈시설로 인한 편익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설이 1이라고 했을 때 지역사회에 거주했을 때 편익은 2.3이 나온다. 즉 비용 편익 측면에서도 지역사회가 훨씬 높은 만큼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달 임시국회 때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공청회장 밖에서는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그런 가운데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택권’을 어느 정도 존중하는 분위기가 질문 속에서 감지됐다. 기간을 얼마로 조정할지는 논의를 이어 가더라도 방식 또한 정부가 제시한 탈시설 로드맵을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탈시설은 단순히 주거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통합이 중요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법 제정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권리보장법과 탈시설 등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만큼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속도감을 낼 수도 있겠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데다 현 정부의 임기가 1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저항을 무릎 쓰고라도 강행할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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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탈시설지원법’ 공청회장 밖에서 울린 제정 ‘찬반’ 대립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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