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과 장애로 차별받는 이들을 보라”… 여성장애인들 尹 정부와 국회,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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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는 11일 오후 2시, 제3회 한국여성장애인의날을 맞아 국회 정문 앞에서 여성장애인의 모든 권리영역을 담보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는 11일 오후 2시, 제3회 한국여성장애인의날을 맞아 국회 정문 앞에서 여성장애인의 모든 권리영역을 담보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한여장, 장애여성지원법제정과 여가부 폐지 철회 촉구
  • 여성장애인에 암담한 나라, 성 평등 정부 지향해야
  • 윤 당선자 취임 전날까지 1인 릴레이 시위

[더인디고 조성민]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철회와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등 여성장애인 지원에 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윤석열 정부와 국회를 향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한여장)는 11일 오후 2시, 제3회 한국여성장애인의날을 맞아 국회 정문 앞에서 여성장애인의 모든 권리영역을 담보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여장 회원이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닌,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기구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한여장은 창립일인 4월 17일을 여성장애인의날로 정하고 매년 여성장애인이 겪는 다중적 차별을 알리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해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가 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성뿐 아니라 여성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반면, 여성장애인 공약은 전무한 상황이라 그동안 110만6000여 명의 여성장애인은 우려의 목소리를 여러 경로로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어제(10일)도 여가부 폐지 또는 명칭 변경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김현숙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초대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윤 당선자의 정책특보를 맡으며, 인수위에서 여가부 폐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인사다.

게다가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까지 수일 째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저격하는 발언을 이어감에 따라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 장애인단체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새 정부와 차기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여성장애인들의 목소리가 거친 이유다.

▲문애준(사진 왼쪽) 한여장 상임대표와 이정한 파도손 대표 ⓒ더인디고
▲문애준(사진 왼쪽) 한여장 상임대표와 이정하 파도손 대표 ⓒ더인디고

문애준 한여장 상임대표는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로 인해 남성장애인에 비해서도 교육 수준과 고용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기존의 장애인복지법 등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이 안 되기에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상임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를 이끌어갈 윤 당선자는 공약에 반영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준석 당대표는 갈라치기에 몰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암담하다”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윤 당선자의 취임식 전날까지 여성장애인지원법의 조속한 제정과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 등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등을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여장 회원. /사진=한여장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등을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여장 회원. /사진=한여장

실제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 수준 비율은 남성이 57.3%로 여성 29.9%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 역시 2020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 상태를 살펴보면, 참가율과 고용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인 반면, 실업률은 남성 장애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모두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며 여성장애인들의 고된 하루하루의 상황을 전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자살률 1위, 출산율 226위의 현실이 말해주듯 대한민국 사회는 여성은 물론이고 여성장애인들이 살기 힘든 나라”라며 “특히 학대와 성폭력·가정폭력, 성매매 등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희망의 메시지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이런 나라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개탄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공항, 도로, 환경 미화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장애인 이동권이나 성폭력 피해자, 혹은 미혼모 구제 등에는 인색한 나라”라면서 “제발 갈라치기 대신 여성장애인의 목소리를 심도 있게 듣고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지지에 나섰다.

▲김동범(사진 왼쪽) 한국장총 사무총장과 박마루 장총련 사무총장 ⓒ더인디고
▲김동범(사진 왼쪽) 한국장총 사무총장과 박마루 장총련 사무총장 ⓒ더인디고

김동범 한국장총 사무총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6조(여성장애인) 조항을 만든 한국 여성장애인들의 역사적 성과를 상기하면서 “장애인정책은 모든 장애인을 포괄하면서도 발달장애인법, 한국수어법 등 장애특성에 맞는 심도 있는 접근이 중요한 만큼 장애여성지원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마루 장총련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 등 여성 관련법이 만들어질 때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회 등은 여성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현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권, 성평등, 권리옹호 등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인디고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인디고

한편 지난해 12월 3일 장애여성지원법을 대표 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39명의 많은 의원이 여성장애인들이 겪는 다중적 차별에 공감해 발의에 참여했지만,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 여성장애인 대책이 없어 아쉽다”면서도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을 통해 여성장애인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여성지원법안의 주요 내용은 ▲장애여성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장애여성정책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부처간 의견조정, 정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통령 소속 장애여성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며, ▲교육 지원, 모성보호와 보육 지원, 여성 건강 지원, 고용 지원, 성폭력·성매매·가정 폭력·학대 피해 지원, 성인권 교육 지원, 가족 지원에 대한 근거 마련 등이다.

이날 한여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폭력 피해 여성장애인에 대한 보호 대책 및 안전권 확보 정책 확대 ▲감염병 등 재난 발생 시 여성장애인의 우선적 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료 접근권 보장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를 위한 평생교육의 확대와 삶의 자립보장을 위한 고용노동권 확대 ▲생애 전반의 모든 권리영역에서 지원체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장애여성지원법’의 조속한 제정 등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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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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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z3157@daum.net'
김명숙
2 years ago

수고많으시네요
몸조심하시고 잘
내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