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삭발·단식 농성 나선 발달장애인 가족… “우리 제발,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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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부모연대 경남지부 김한나 회원이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인디고
▲4월 19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부모연대 경남지부 김한나 회원이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인디고

  • 당사자·가족 등 ‘비문명’에 저항하며 555명 삭발
  •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尹 정부 국정과제 포함 촉구
  • 삭발식 이어 20일부터 단식 농성 돌입

[더인디고 조성민]

#1. ‘아이 때문에 얼마나 힘드냐?’ 묻지 말아주십시오. 그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함께 공존하며 존엄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관심하고 연대해 주십시오.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며 같이 가치를 일구게 해 주십시오. 우리 제발 같이 살자!  – 도우경 부모연대 부산지부장

#2. 언제까지 우리 부모들은 단식과 삭발· 노숙 투쟁으로 거리를 헤매야 하는가! 윤석열 당선인은 발달장애인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 배선이 부모연대 창원지회장

#3. 2018년 4월, 209명의 부모와 당사자, 뜻있는 사람들이 삭발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끌어내고, 종합지원대책이 나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지만 변화의 속도를 보면 그럴 리 없다. 더 나이 들어 흰머리를 잘라내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또 그 일에 동참할 것이다. -조미영 부모연대 강남지회 감사

2022년 4월 19일, ‘저무는 권력’과 ‘뜨는 권력’이 잠시 공존하는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삭발 결의문이 하나씩 소개 됐다. 곧 막을 내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원망’을, 이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절규’와 ‘선전포고’의 목소리로 들렸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555명은 19일 오후 윤석열 정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555명은 19일 오후 윤석열 정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더인디고

전국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555명이 집단 삭발식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머리카락을 자른 지 4년 만이다.

이번엔 윤석열 정부를 향했다. 광주에서 참가한 어느 부모의 말처럼 “전부를 다해 투쟁하겠다는 다짐과 자신을 세우는 일”로 “삭발”을 택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서비스나 정책의 부족으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반복됐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선 어떤 대책도 없다는 점이 전국의 25만5000여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더 좌절케 하면서도 투쟁의식을 고취시킨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윤 당선자 공약에는 발달장애인 관련해서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조기 개입’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4월 20일)’을 맞이해 오늘(19일)부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개최했다. ©더인디고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4월 20일)’을 맞아 오늘(19일)부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개최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이며,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2011년 ‘장애아동복지지원법’,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끌어냈다. 2018년에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해 장애인부모 209명의 삭발식과 약 3000명의 삼보일배, 이후 청와대 앞 천막농성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발표를 견인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종합대책 발표 등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은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전가됐고, 그 결과 매년 비극적인 죽음 또한 이어져 왔다. 당장 지난달 만해도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는 2건의 사건이 같은 날 벌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들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들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우리의 자녀가 부모나 형제 없이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되물으며, “윤석열 당선자는 매년 비극적인 사건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꼭 포함해달라”고 호소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를 겨냥해 “누군가가 우리에게 비문명적인 투쟁을 한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4년 전 이 자리에서 삭발하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했는데, 또 삭발에 나섰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주소이자 그 목소리를 듣지 않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 자가 바로 비문명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힘을 보탰다.

▲김예지 의원(좌)와 장혜영 의원(우) ©더인디고
▲김예지 의원(좌)와 장혜영 의원(우) ©더인디고

김예지 의원은 “우선순위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안심하며 사는 것, 그것이 우선순위”라며 이준석 대표가 최근 박경석 대표와의 방송 토론에서 ‘우선순위’를 언급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때 했던 말이 ‘문재인 정부에서 하던 좋은 정책은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시행한 주간 활동서비스나 방과 후 활동 지원 등을 더 촘촘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현장에서 삭발식에 동참했다. 당초 삭발 예정 인원이 554명에서 555명으로 늘어난 이유다.
장 의원은 “어떤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 어떤 아이들은 시설로 가야 하는 비문명적인 사회를 이제는 문명적인 사회로 바꿔가자”며 “그 과정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과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제정에 관심이 부족한 여야 의원을 향한 ‘항의’, 그리고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뜻의 ‘각오’를 다지는 차원에서 삭발에 참여한다”고 동참 배경을 밝혔다.

한편 이날 부모연대 회원들은 삭발식을 마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이동했다.

▲삭발식을 마친 후 부모연대 회원들은 인수위가 위치한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이동, 정책 요구안과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삭발식을 마친 후 부모연대 회원들은 인수위가 위치한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이동, 정책 요구안과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지난 3월 24일에 이어 인수위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개편 및 확대 ▲소득보장 ▲노동권 보장 ▲주거권 보장 ▲교육권 보장 ▲건강권 보장 ▲권리옹호 등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요구안’과 오늘 삭발로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전달하며,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오늘 경복궁역사에서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20일부터는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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