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n터뷰] 서로 다르지만 꿈은 하나, ‘닷(dot)과 함께 모두를 위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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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닷 글로벌임팩트팀의 메르젤, 이샛별, 고미숙 매니저 ©글로벌임팩트팀
▲사진 왼쪽부터 닷 글로벌임팩트팀의 메르젤, 이샛별, 고미숙 매니저 ©글로벌임팩트팀

  • 소셜 벤처 닷과 접근성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
  • 시각·청각장애인과 외국인이 한 팀에서 협업
  • “서로의 소통방식을 존중하고, 알아가는 노력 중요”
  • “소명의식? 회사와 함께 성장해요”

[더인디고 조성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BF) 키오스크와 패드 등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IT 기기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외국인 직원 등이 기술 혁신을 통해 모두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소셜 벤처 ‘닷(dot)’이다.

그 꿈을 함께 키우는 직원들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닷 사무실에서 만났다. 입사 5년 차인 시각장애인 고미숙 매니저, 올해 3월에 입사한 청각장애인 이샛별 매니저와 메르젤 타캄(Mergel Takam) 시니어 매니저다.

▲닷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회사 간판 ©더인디고
▲닷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회사 간판 ©더인디고

메르젤 매니저는 한국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12년 전 카메룬에서 왔다. 닷 입사 전에는 한국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IT회사 등을 다닌 경력직원이다. 고미숙 매니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IT 강사를 하다가 2017년 입사했다.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보조공학기기가 개발되고, 이를 누구나 누릴 수 있다면 이만한 기쁨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농인 엄마의 육아 에세이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라는 책을 출간한 이샛별 매니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에이블뉴스 등 다양한 언론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다. 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뉴스와 인식개선 자료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 개발자로도 일했다. 그런 그가 닷, 글로벌임팩트팀에 합류했다.

(dot)’? 접근성 관련 기업으로만 들었다. 소개한다면?

세 명 중 가장 오래 근무한 고 매니저가 “닷, 이름 그대로 점과 점을 연결해 장애인 등 ‘모두를 위한 접근성’이 비전인 기업”이라며, 선뜻 손목에 차고 있던 ‘닷 워치’를 내보였다. 그러면서 회사 소개가 끝없이 이어졌다.

▲고미숙 매니저가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닷 워치를 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팀
▲고미숙 매니저가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닷 워치를 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팀 이샛별 매니저

요약하면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기기에서 출발해 시각·청각·지체장애인과 외국인도 접근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도 닷이 개발했다. 최근에는 구글 아이폰과 아이패드 화면을 읽을 수 있는 촉각 디스플레이인 ‘닷 패드(dot pad)’를 개발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점자정보단말기로 PC와 연결해 글자 변환만 가능했다면 닷패드는 도형, 사진, 지도 등 그래픽도 표현할 수 있다. 다양한 콘테츠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용에도 이만한 제품이 없다. 내년부터는 미국의 학생들이 먼저 접한다고 한다.

▲고미숙 매니저가 닷패드(왼쪽 손)과 닷워치(오른쪽 손)의 점자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팀
▲고미숙 매니저가 닷패드(왼쪽 손)과 닷워치(오른쪽 손)의 점자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팀

하지만 접근성 기기 양산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닷 워치나 BF 키오스크는? 특히 휴대폰 접근성도 나아지고 있어 닷 워치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BF 키오스크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시청, 국립고궁박물관 등 주로 공공기관 등에 보급하고 있다. 사용 목적과 원하는 기능을 알려주면 주문생산을 한다. 디지털 포용시대에 정작 키오스크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닷 워치는 시각장애인 교사나 회의가 많은 직장인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사용한다. 기술과 디자인 접근성의 중요성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찾는 비장애인들도 늘고 있다. 특히 휴대폰과 연결하면 카카오톡이나 일반 문자까지 확인할 수 있어 음성중심 IT기기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기술과 디자인 등이 오히려 인식을 견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와 기술도 결국 사람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글로벌임팩트팀? 뭔가 있어 보인다.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 모두는 국내외 대외협력과 홍보, 그리고 제품 시연 등을 책임지는 ‘글로벌임팩트팀’에서 일한다. 대외협력 또는 마케팅의 업무 등이다. 현재 최아름 팀장을 비롯해 모두 5명이 한 팀이다. 닷이 모두를 위한 기술을 꿈꾼다면, 또 다른 특징은 다양성의 공존이다. 전체 직원이 50여 명이다. 이들은 장애와 나이, 국적 등이 다양하다. 특히 글로벌임팩트팀은 다양성의 압축이라고 할까?

각 팀원이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당사자 입장에서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AS/CS, 의견수렴 등, 즉 ‘소통’이 핵심이다.

닷 워치가 가장 먼저 출시되다 보니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고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후 BF 키오스크와 닷 패드 등이 개발되면서 수어가 가능한 이 매니저와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메르젤 매니저가 합류했다. 또 다른 공통점이라 한다면 이들은 ‘모두를 위한 그 모두’와 최전선에서 만나는 역할이다. 특히, 이 매니저는 사내 디자인과 뉴스레터 및 홍보 등을 전담한다. 앞으로 심심찮게 그를 통해 닷의 기술 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임팩트팀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이샛별 매니저가 자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카카오톡 메신지로 답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팀
▲글로벌임팩트팀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이샛별 매니저가 자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카카오톡 메신지로 답하고 있다, ©더인디고

결국 소통과 협력 업무가 핵심인 것으로 들린다. 회의 등을 할 때는 어떻게 하나. 일부 장애인 사회적기업 등도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접한 적이 있다.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말이 들렸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서로 간의 소통방식을 존중하고, 또 카카오톡 등 문자 메신저를 활용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것.

이 매니저는 마스크를 벗고 천천히 말을 하면 입 모양을 보고도 대략 이해했다. 또 카톡으로 “아이폰 기본 메모장에 하고 싶은 말을 입력하고 나서 ‘말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읽어주는 기능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고미숙 매니저와 이샛별 매니저 간의 소통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역시 카톡으로 이 매니저의 답변이 전달됐다. 그는 “고 매니저와의 소통은 메신저앱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메신저 입력창에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하여 보내면 시각장애인 직원은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그 대화창 내용을 음성으로 들으며 답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장을 옮기면서 시각장애인과 처음 일하게 돼 어떻게 소통할지가 걱정됐다. 하지만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면서 “출퇴근 등을 할 때 다른 동료들에게도 제가 수어로 인사하면, 동료들 또한 수어로 인사한다.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 서로의 소통방식을 존중하고 이를 알아가는 방식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젤 매니저는 시각·청각장애인 동료들과의 소통은 잘 이루어지나?

(메르젤 매니저는 통역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말이 유창했다. 한국문화, 특히 직장문화,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나 차별 정도 등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었다)

▲글메르젤이 “맛있다”는 표현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더인디고
▲글메르젤이 “맛있다”는 표현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더인디고

그는 “업무시간엔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 매니저에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정해 놓고, 디자인을 부탁하면 늘 질 높은 시안을 보여준다. 그만큼 할 일을 잘 이해하고 소화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다만 식사 등을 하러 나갈 때 길 안내나 주문 등을 할 때 상대방이 시각 혹은 청각장애인임을 인식하게 된다”며 “하지만 식사 도중에도 메모장을 사용하고, 팀원 모두가 기본적인 대화를 위해 수어를 배우거나 ‘점자’를 함께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음식이 맛있다”를 수어로 표현하는 여유를 보였다.

■ 디지털시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의사소통 등에 힘을 보태고자 모인 드림팀 같다. 평범한 직장인 이상의 소명의식도 느껴진다.

이 매니저는 “9년 동안 이직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한 수화통역센터에서만 일했다. 당시 업무도 의사소통지원, 넓게는 접근성 분야였다. 하지만 닷으로부터 더 큰 무대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어렵게 결정했다”며 “처음부터 소명의식이 있었다기보다는 서로의 차이와 특성을 이해하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와 함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믿음이 생기면서 오히려 개인의 비전도 더 선명하게 생기는 것 같다”고 앞으로의 기대감도 드러냈다.

메르젤 매니저도 “닷과 같은 스타트업은 시장 반응에 따라 방향성이 하루아침에도 달라지기 때문에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다”면서도 “한국에서 10년 이상 있으면서 얻은 것이 많다. 의미 있는 일에 자신도 기여하고 싶고 또 그동안 닷 멤버와 꾸준히 교류를 해오다 보니, 함께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아프리카 정상외교 사절단 업무를 맡았다. 그때 닷이 사절단 기업에 포함되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에도 임직원 등과 꾸준히 교류를 해왔다고 한다. 현재는 해외 홍보 등 마케팅을 주로 하다 보니 이 매니저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됐다. 이후 일부 내용 보완과 사진 등은 이샛별 매니저가 도왔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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