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달리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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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오르면 변화된다. ⓒPixabay
▲한 걸음씩 오르면 변화된다. ⓒPixabay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유산소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중이다. 로잉 머신을 당겨보고, 트레드밀에도 오르고, 퇴근하여 집에 갈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줄어버린 폐활량과 늘어난 체지방의 협업으로 몸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진다. 의욕 같아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달릴 것만 같은데 몇 걸음 움직이지도 못하고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느낀다.

속도를 줄이고 경사도를 없앴는데도 겨우 1분 정도 달리고는 트레드밀의 감속 버튼을 열심히 누른다. 천천히 걷다가 다시 속도를 높여보지만 역시나 1분 넘기기가 힘들다. 그마저도 서너 번쯤 반복하면 더 이상 달릴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신호를 느낀다. 땀이라도 흠뻑 내고 싶지만 그것도 체력이 온전해야 느낄 수 있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분명 뛰고 싶은 만큼 뛸 수 있었고, 숨이 차고 힘은 들어도 견디고 달리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몇 달 쉬었다는 것이 이런 상태로 나를 완벽히 바꾸어 놓고 말았다.

1분씩 세 번, 다음 날은 1분씩 다섯 번, 또 다음 날은 2분씩 두 번… 그렇게 조금씩 지속 시간과 횟수를 늘려갔다. 컨디션이 조금 나은 날은 속도를 올려보고, 어느 기분 좋은 날엔 경사도를 높여보면서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체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며칠쯤 지났을 때 다시 10분을 달리고, 또 며칠이 지났을 땐 헐떡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다리에 묵직하게 힘이 들어갈 정도의 경사도로 높이면서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굵은 땀을 비로소 느꼈다.

바쁜 스케줄이 생기면 운동을 다시 며칠간 쉬고 체력도 되돌아갔지만, 다시 달리고 또 견디면서 단기 목표로 잡았던 5킬로미터 한강 달리기에 성공했다. 겨우겨우 조금씩 늘려 놓아도 잠시 방심하면 되돌아 가버리는 폐활량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 그 기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장애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어떤 것은 잘못된 것인지 끊임없이 말하고 알리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지만 그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연구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작은 변화 같은 것이 느껴지지만, 어느 틈에 뒤돌아보면 원점처럼 느껴진다. 또다시 고민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 때로는 같은 방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면 약간의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체력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그 시간은 지난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두 달 정도를 꾸준히 달리면서 내 체력은 꽤 큰 발전을 느낄 만큼 변화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도 우리가 느낄 만큼 개선되고 나아졌다. 내가 5킬로미터라는 단기 목표를 이뤄냈듯 장애와 관련한 많은 불편함도 여러 노력의 합으로 덜어내어지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바꿔낸 것보다 바꾸지 못한 것이 더 많고 정상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단기 목표를 이룬 나의 다음 목표는 10킬로미터 달리기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음은 하프마라톤, 그다음은 완주가 나의 목표가 될 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목표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렵지만 이뤄낼 수 있는 것들임을 알기 때문이다.

길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많이 불편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삐뚤어짐도 바로잡고, 또 바로잡다 보면 올바른 모양으로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건강한 몸을 위해 난 오늘도 달린다. 그리고 장애 가진 이들도 불편하지 않게 사는 날들을 위해 또 조금씩 힘내려 한다.

달려야 바뀐다. 반복해야 달라진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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