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쓰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자필서명’ 요구하는 의료법, 개정해야!

0
150
▲사람 형상의 캐릭터가 자신보다 크고 무거운 펜을 메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람 형상의 캐릭터가 자신보다 크고 무거운 펜을 메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의료법 시행규칙, 대체수단 규정 없이 서명 강요
  • 자필서명 어려운 장애인은 의료기록 열람 불가
  • 제도개선솔루션, 복지부에 개선 요구

[더인디고 조성민]

글을 쓰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자신의 의료기록을 열람하는 것조차 자필서명을 요구하고 있어 장애인단체들이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 본인 확인 시 자필서명 없이도 기록 열람 및 발급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의료기록은 보험비 청구나 원활하고 효과적 치료를 위해 병원 간 정보공유 시 활용된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13조3에 따르면 의료기록 열람 및 발급 시 자필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 본인이 아닌 가족, 대리인 등 타인이 열람 시 당사자의 자필이 서명된 동의서를 의료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당사자 본인인 경우, ‘본인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여전히 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체 및 뇌병변장애나 시각장애 등 자필서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도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 본지 취재에 의하면 대구의 모 대학병원에서 양팔 사용이 불가한 A씨에게 자필서명을 요구했다. 심지어 흉내라도 내보라며 강요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을 인권침해라고 판단하자 해당 병원은 자필서명 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인디고 기사(4.13): [장차법 시행 14년]② ‘자필서명’에 닫힌 금융거래와 개인정보… 새 정부는 열까!

물론 자필서명을 제외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규칙에 따라 대부분 병원은 의료기록 사본 발급 시 ‘환자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를 구분한 후 해당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의료법 규칙에 따라 대부분 병원은 의료기록 사본 발급 시 ‘환자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를 구분한 후 해당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만 14세의 미성년자는 자필서명이 제외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서명한다. 사망이나 의식불명, 행방불명, 의사무능력자 등의 이유로 당사자가 동의 불가한 상황에는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의사진단서 등 일련의 서류 제출해야 한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병원들은 임시적으로 이 같은 규정에 장애인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애인은 동의할 능력은 있으나 대체수단이 없는 상황일 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대체수단을 인정하고 있지만, 의료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7조는 전화 동의, 인터넷 동의, 전자우편(이메일) 동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제공·이용 동의를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법에서는 단순히 자필로 서명한 동의서만 인정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동의 능력이 있으나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서명을 강제 받고, 일일이 인권위 진정으로 대응하고, 지침을 바꾸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며 “의료법도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라 대체 수단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안으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 의료법 시행규칙 제13조의3 제4항에서 본인 확인 시 자필서명 없이도 기록 열람 및 발급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동일 조항에서 타인이 요청 시 자필서명 동의서 외 대체수단(전화, 메일,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장애인등록증 제출 갈음 등으로 동의 방법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http://kodaf.or.kr/)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8df5634794@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