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기형아” 발언… 전장연, 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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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최근 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의 ‘기형아’ 발언에 대해 9일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최근 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의 ‘기형아’ 발언에 대해 9일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김광환 회장, 토론회서 “전장연은 기형아·괴물”
  • 전장연, 차별·혐오 발언한 김 회장 “사과·교육”해야
  • 탈시설 기사 보도한 조선일보도 언론중재위에 제소
  • 지장협 측 “전장연, 국면전환 여론전” 일축

[더인디고 조성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기형아’에 빗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 김광환 회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당했다.

김광환 회장은 지난 4월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 인사말에서 “차별철폐연대와 같은 그런 단체가 탄생한 것은 저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도 굉장히 어떤 기형아와 괴물을 키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인권위 역사상 장애인단체장이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으로 진정이 제기되는 일은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이번 진정 건으로 ‘지하철 시위’와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설치 등’ 전장연과 지장협 양 진영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언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문제의 발언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해당 발언이 나온 토론회는 지장협과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공동주최했다. 개인예산제 도입은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당시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장연 간의 SNS 설전이 오가던 상황에서 당 지도부 인사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현장 토론회에 참가한 이준석 대표는 지하철 시위에 대해 박경석 대표와의 100분 토론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최근 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의 ‘기형아’ 발언에 대해 9일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앞체서 비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최근 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의 ‘기형아’ 발언에 대해 9일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이에 대해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김 회장의 ‘기형아’ 발언은 심각한 장애인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보고, 9일 오후 1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언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나서 인권위에 진정한 것을 두고 전장연의 한 관계자는 “4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응 활동 등으로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전장연에 대한 직접적인 혐오 발언에 대해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라도 분명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기형아’는 태아 상태나 출생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선천성 장애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단체들이 활동 과정에서 상호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이처럼 부정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기형아’라는 단어에 빗댄 것은 특정 장애 유형을 모욕·비하하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여장 문애준 상임대표도 “김 회장은 다수의 지체장애인 당사자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단체의 대표자다.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혐오 발언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김 회장은 지장협을 일컬어 ‘120만 지체장애인의 회원 단체로서 책임과 공신력이 높다’고 말하지만, 그런 조직을 이끄는 회장이 부정적인 용어 사용뿐 아니라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지장협에 가입한 적도 없는 지체장애인 회원들을 모두 대표하듯이 표현하는 것이 과연 공신력 있는 행동인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라다”고 꼬집었다.

▲사진 왼쪽부터 권달주 전장련 상임공동대표,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문애준 한여장 상임대표가 기자회견 후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진 왼쪽부터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 문애준 한여장 상임대표가 기자회견 후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혐오 발언의 피해 당사자인 전장연의 권달주 상임공대표는 “장애인으로서 비하 발언을 접할 때마다 참담하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다양한 장애 유형별 용어 하나하나 바꿀 때도 당사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쓸 정도로 애써왔다. 또 정치인들이 무수히 차별 발언을 쏟아낼 때 진정으로 맞서며 사과받았다”며 “전국에 중계되는 토론회 자리서 전장연에 대해 혐오와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지장협이 앞으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권 상임공동대표는 “김 회장은 토론회서 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단체나 관계자 모두 교육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권 상임대표의 말대로 정치인들의 장애인 차별·혐오 발언에 대해 여러 차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1월 15일,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발언한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리고 같은 해 4월 2일, 선거 유세 과정에서 “키 작은 사람은 이거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해요”라고 말한 황교안 국민의힘 대표 등을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한편 전장연과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 등은 이날 오전 11시,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탈시설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장연과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 등은 9일 오전 11시,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탈시설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과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 등은 9일 오전 11시,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탈시설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일 자 ‘[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이라는 보도를 냈다.

하지만 전장연은 “해당 기사는 탈시설과 무관한 내용을 짜깁기하면서 사실관계는 물론이고, UN 장애인권리협약에도 명시한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마치 특정 정부나 정파의 문제로 왜곡했다”면서, “관련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와 반론 보도로 사실관계 등을 바로잡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장협 측 장애언론 소셜포커스는 9일 자 보도를 통해 “전장연의 조선일보 제소와 한 달이나 지난 발언을 인권위에 진정 등을 하는 것은 조여오는 경찰 수사에 맞선 국면 전환용 여론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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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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