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침해받은 장애인 63명, ‘여야 정당·선관위’ 인권위에 집단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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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63명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참정권을 심하게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를 상대로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은 한 참가자가 ‘말보다 행동으로, 21대 국회는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63명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참정권을 심하게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를 상대로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은 한 참가자가 ‘말보다 행동으로, 21대 국회는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20대 대선서 참정권 차별 사례 63건
  •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임시조치, 법원 결정에도 대응 부실
  • “선관위, 참정권 지원 의무 해태”
  • “공선법 11건 개정발의… ‘21대 국회’ 논의조차 안 해”

[더인디고 조성민]

“투표 도장 위치만 알면 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투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투표소 사무원이 말도 없이 ‘투표보조를 하겠다’며 ‘누구를 찍을 것인지를 말해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것 같아 무서웠고, 또 비밀투표가 지켜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3월 4일) 때 참정권을 침해받은 문석영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동료지원가의 사례다. 그는 시각과 발달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이다.

▲문석영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동료지원가(사진 왼쪽)가 지난 대선 사전투표(3월 4일) 때 참정권을 침해받은 사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인디고
▲문석영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동료지원가(사진 왼쪽)가 지난 대선 사전투표(3월 4일) 때 참정권을 침해받은 사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를 비롯한 63명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참정권을 심하게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당 대표를 상대로 인권위가 정책권고를 내릴 것을 촉구했다.

장추련과 한국피플퍼스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8개 장애인단체는 9일 오후 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함에도 그 의무를 해태했다”며 인권위에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또한 “입법기관인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하루속히 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추련과 한국피플퍼스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8개 장애인단체는 9일 오후 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당 대표를 상대로 인권위에 정책권고를 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장추련과 한국피플퍼스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8개 장애인단체는 9일 오후 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당 대표를 상대로 인권위에 정책권고를 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장추련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과 5일 양일간 사전투표 과정, 그리고 9일 본투표 때 발생한 차별사례를 접수한 결과만 총 63건에 달했다.

참정권 침해 유형도 다양했다.

구체적으로 ▲기본 투표소 접근 등 편의시설에서의 차별 16건 ▲장애를 이유로 한 정보제공에서의 차별 7건 ▲선거관계자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와 투표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에서의 차별 24건 ▲공직선거법상 투표보조 및 법원 임시조치에 따른 발달장애인 투표보조에서의 차별 15건 ▲기타 의료시설에서의 선거 정보에 대한 선관위의 적극적인 안내 부족 등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2014년 이래 선거 때마다 장애인 참정권 모니터링과 함께 선관위에 이를 개선을 요청하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최근에는 기자회견과 인권위 차별진정 등에 이어 작년 12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24일에는 조정에 갈음하는 법원 결정에 따라 20대 대선과 오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지원을 권리’로 인정받은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냈다.

장추련 박김형희 상임대표는 “이 같은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도 다수의 차별사례가 발생했다”며 입법기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특히 ▲공직선거법상 투표보조를 지원받아야 함에도 거부당한 사례 ▲법원 임시조치 결정에 따라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도 투표보조를 지원받아야 함에도 이 역시 거부당하거나 사표가 발생한 사례 ▲투표소 선거관계자의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과 투표 매뉴얼 숙지 부족으로 인한 정당한 편의 미제공 ▲경사로, 장애인화장실,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 문제 ▲동등하지 못한 선거정보제공 등등 많은 부분에서 또다시 차별이 발생했고, 이는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개선이 매우 시급함에도 국회와 각 정당은 이러한 의무를 다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방관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만 11건이나 발의됐음에도 지금까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법원의 판결에도 선관위는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거부 등 장애인의 참정권이 다수 침해됐음에도 지금까지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여러 차례 면담 과정에서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선거 때마다 차별이 발생한 것을 비춰볼 때 도저히 믿기지 않아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단체와 진정인들은 “2024년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내년까지 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되도록 선관위가 차별을 시정하고, 또 국회 차원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강력하게 정책권고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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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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