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성폭행 활동지원사, 엄벌해달라”… 장애인단체, 법원 앞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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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춘천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강원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0일 오후 1시,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병변장애인을 7개월간 성폭행한 활동지원사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춘천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강원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0일 오후 1시,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병변장애인을 7개월간 성폭행한 활동지원사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7개월간 성폭행·폭력 활동지원사 “인면수심”
  • 1심 재판, 오는 7월에나 판결 날듯

[더인디고 조성민]

“언제나 푸른 들판에서 잡초처럼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났던 저의 삶을 무너트린 그 사람이 너무 밉습니다. 그래서 가눌 수 없는 몸을 추슬러 여기(법정) 이 자리에 섰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런 식물 같은 저를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한낱 노리개로 생각했다는 것이 저는 슬플 뿐입니다. 그 사람의 눈은 짐승의 눈이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저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수개월간 성폭행 등을 당한 장애인이 오늘(10일) 오후 2시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장애인단체 관계자에게 전한 심경이다.

활동지원사가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뇌병변장애인을 7개월간 성폭행과 폭력 등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춘천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강원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0일 오후 1시,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활동지원사 안모씨를 엄벌에 처할 것을 재판부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안씨는 2020년 11월 뇌병변장애인 정모씨를 처음 만났고, 처음 1~2주간은 안씨에게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내다가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온갖 성폭행과 폭력을 작년 6월까지 자행했다.

정씨는 7개월간 폭행을 견디며 노트북 카메라의 웹캠 타이머 기능을 배워 안씨의 범죄 증거를 모았고, 약 석 달간의 사진 증거를 토대로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안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유사성행위와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또 폭행 사실도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씨는 처음 경찰 조사 당시 증거 사진과 관련된 부분만 시인했다. 최근엔 그마저도 태도를 바꾸어 범행 사실을 부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안씨의 조카는 모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성폭행은 모두 미수였고 뺨 한 대 때린 건 서로 장난치면서 살짝 친 건데 검찰이 너무 뻥튀기해서 때린 것으로 말한다”며 “성관계도 장난이거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지옥 같은 7개월을 견디며 증거자료를 모으는 등 뒤늦게 경찰조사가 시작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추련은 “조카의 발언은 현재 가해자 안씨와 주변인들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특히, 최근 활동지원사로부터 폭행·폭언 등 괴롭힘에 시달리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중증의 장애인이 1:1 일상지원의 상황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거나 외부에 사건을 알리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범죄가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에 알려지더라도 중증장애인이 사건에 대한 언어적 진술이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정씨의 경우도 연로하신 어머니가 알게 되면 받을 충격, 그리고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수급이 어렵기에 어머니가 대신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선뜻 말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정씨의 일상을 모두 알고 있는 안씨가 구속이 안 될 경우 자신에게 보복할지 모른다는 공포도 매우 컸다”면서, “이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정씨는 어머니를 통해 활동지원사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개기관은 교체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씨의 상황을 옹호했다.

한편 현재 안씨의 형사재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의 지원으로 진행 중이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재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채 8개월째를 맞았다.

정씨는 중증장애인으로 편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법원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아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자 법정에도 서겠다는 각오다.

이날 장애인단체들은 “법원이 하루속히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결정해 피해자와 그 가족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한 데 이어 “장애인의 일상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사람이 오히려 장애인을 그 일상에서 괴롭히는 상황이 더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추련은 재판 일정에 대해 6월 9일 변론 종결 후 7월에나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주변에 장애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거나 의심되는 상황에 있다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장애인학대 신고전화는 1644-8295(카카오톡, 문자 등) 또는 112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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