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휴먼, 인류의 “위기 해결 위해 다양한 공동체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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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휴먼, 인류의 “위기 해결 위해 다양한 공동체 함께 해야”
▲지난 18일 뉴욕대학교는 미국의 장애인 운동가인 주디스 휴먼(Judith Heuann, 75세)의 공로를 인정해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연설자로 초대했다. ⓒ 뉴욕대학교 졸업강연(NYU 2022 All-University Commencement)유튜브 갈무리
  • 뉴욕대학교 연설 통해 팬더믹 2년 동안 장애인들 고통받아
  • 장애인 공동체 중심으로 사회 각계에 시민권법 지키라고 요구
  • 휴먼, 인류 앞에 놓인 문제 앞에서 모두가 손 잡아야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지난 18일 뉴욕대학교는 미국의 장애인 운동가인 주디스 휴먼(Judith Heumann, 75세)의 공로를 인정해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연설자로 초대했다. 뉴욕대학교 앤드루 해밀턴 총장은 “한 사람이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주디스 휴먼을 소개했다.

연단 앞에 나선 휴먼은 연설에 앞서 “이 운동(장애운동)은 수천 명의 힘이 뭉친 결과”라면서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도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갈채를 받았다.

뉴욕대학교 졸업행사에 초대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연설을 시작한 휴먼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풍부해졌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는 호기심은 활기찬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전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영화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행사에 참여해도 매번 엇갈린다면서 “사람들이 내게 던진 벽돌을 모으면 성을 지을 수 있겠어(I could build a castle out of all the bricks they threw at me)”라는 가사를 쓸 수 있는 분이라면 저는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은 “많은 시위를 주도했고, 매디슨 애비뉴”와 “연방 관공서 건물들에 들어가 비폭력 농성(sit-in)”은 물론 의회 증언, ‘드렁크 히스토리(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주제로도 등장했지만 오늘 연설을 준비하는 게 더 긴장되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 이유는 지금 졸업해 사회에 진출하는 분들 모두 “세상으로 나가는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이며, “아직 인생에서 심각한 어려움이나 혼란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때문”이라고 미래가 불확실한 졸업생들을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면서 그 이유가 “장애를 가진 우리의 생명은 치료할 가치가 적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 지원 미비로 자신의 치료 관련 결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자립생활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이 끊겼으며, 장애인시설 수용장애인과 직원들은 전체 미국 팬데믹 사망자의 23%에 달하는 20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은 “장애인 공동체는 사람들이 ‘해결책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도, 우리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일에도 익숙하다”며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모두를 포용하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다른 장애인과 장애인의 편에 선 사람들과 소통했으며, 특히 그토록 열심히 싸워서 얻어낸 시민권법(Civil Rights Laws)이 의료기관과 일터, 대중교통, 학교 등 모든 곳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디스 휴먼은 자신의 자서전인 <나는, 휴먼>을 국내에 번역 출판했다.

또한 팬더믹 상황에 돌입하자 사회가 돌연 화상통화 기술과 유연한 근무(workplace flexibilities)를 찾아내 적용하는 것을 미소를 지었다면서, 비대면 기술을 이용한 ‘뉴 노멀’은 진작부터 장애인들이 개발하고 세상에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면서 이제야 세상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휴먼은 세상은 “장애인 커뮤니티가 갈수록 다원화되고 있으며, 롱코비드(long Covid 후유증)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장애라는 정체성을 이해함으로써 마침내 장애는 부족이 아니라 다른 것(disability is different, it is not dificiency)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불의(不義)는 온 세상의 정의를 위협한다(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한 휴먼은, “우리는 더 복잡한 이슈들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합쳐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휴먼은 “기후변화 대응, 생물 다양성 보존부터 민주주의·재생산권리 수호, 날마다 마주하는 일상의 어려움 같은 복잡한 이슈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공동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운명이라는 하나의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맡은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라”는 당부로 연설을 마쳤다.

쥬디스 휴먼은 미국의 장애운동 활동가로 소아마비 걸려 장애를 갖게 되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휴먼은 다섯 살 무렵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한 후 장애인 권리 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년 장애를 이유로 교사 면허 발급이 거부되자 뉴욕시 교육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해 면허를 취득했고, 1977년에는 미국 최초의 장애인 인권법인 ‘재활법 504호’ 시행을 이끌었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공영역에서의 장애인 차별 금지를 규정한 이 법에 서명하지 않는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에게 항의하기 위해 100여 명의 장애인당사자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을 24일 동안 점거했고, 끝내 서명을 받아냈다. 1980년 세계장애인기구를 설립했으며, 1990년에는 ‘미국장애인법’이 제정을 위해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활동과 인생을 기록한 자서전 ‘나는, 휴먼’(Being Heumann)을 펴냈고,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번역·출판되었다.

■ 주디스 휴먼 뉴욕대학교 연설 동영상 : NYU 2020 & 2021 All-University Commencement (https://www.youtube.com/watch?v=ScBCollJ9uo&t=8355s)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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