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적 살인자로 살 수 없다”… 죽음으로 물어도 응답 없는 尹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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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7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 정부와 후반기에 접어든 21대 국회를 향해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7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 정부와 후반기에 접어든 21대 국회를 향해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 18일 동안 발달장애인과 가족 등 6명 ‘참사’
  • 부모연대 “사회적 타살, 윤석열 정부와 국회 책임”
  • “21대 국회, 정부 대책 촉구 결의안 채택하라”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6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자 장애인 부모들의 분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장애인 부모들은 반복되는 장애인의 죽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책임 있는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정부와 국회 모두를 향해 분노를 쏟아 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7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 정부와 후반기에 접어든 21대 국회를 향해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모연대가 대통령실 근처인 삼각지역 분향소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추모제와 더불어 국회까지 찾은 데에는 최근 보름 동안 장애인과 가족 6명이 목숨을 끊거나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지난 5월 17일 전남 여수시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60대 여성이 30대 조카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견 당시 이 여성의 온몸에는 피멍이 있었을 만큼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3일에는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두 명 모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60대 어머니가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참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30일, 경남 밀양시에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남겨두고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이달 3일에는 경기 안산에서 홀로 20대 발달장애인 형제를 키워 온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남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발달장애 아들들을 키우며 안정적인 일을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모연대는 수십 년째, 이 같은 죽음의 원인을 정부 지원체계의 부재 탓이라며, 지난 4월 정부 출범에 앞서 장애인부모 등 556명의 삭발식과 15일간의 단식농성을 전개했다.
하지만 부모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발달장애 내용은 지난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이에 부모들은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을 넘어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최근 잇단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더인디고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최근 잇단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더인디고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 규정하고, “한 달에 6건의 죽음이 있어도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제대로 못 하면 국회라도 나서서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라도 채택해야 하지 않냐?”고 국회를 겨냥한 데 이어 “장애인 가족에게 희망을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죽음을 방치한다면 이 정권은 반드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절규도 쏟아졌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조병윤(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씨가 미리 작성한 원고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조병윤(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씨가 미리 작성한 원고를 읽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조병윤(29세) 씨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저와 같은 발달장애인 가족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엄마는 제 손을 잡고 두려워하셨고, 저 또한 두렵고 무서움을 느꼈다. 그때 엄마는 이유를 모르는 내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다 보니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셨다”면서, “우리 엄마 아빠가 저만 돌보지 않고 예쁜 옷도 입고 놀러도 갔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님이 앞으로 발달장애인 가족이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김현미 부모연대 인천지부 남동지회장이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더이상 숨지 말고 책임 있는 답변을 들고나오라며 목놓아 절규하고 있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 부모인 김현미 부모연대 인천지부 남동지회장이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더이상 숨지 말고 책임 있는 답변을 들고나오라며 목놓아 절규하고 있다. ©더인디고

올해 스무 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인천지부 김현미 남동지회장은 “자녀가 성인이 되었기에 다닐 만한 지역사회 센터 등을 알아봤지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나 또한 그 5년 안에 앞서 죽음을 택한 부모처럼 극단적 선택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냐?”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그런데 국가를 위해 의무와 책임을 다했는데, 내가 낳은 아이로 가정이 무너지고 비장애 형제들조차 삶이 더 힘들어지는 이 상황을 과연 누구한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냐”며, “대한민국? 진짜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건물 안에 숨지 말고 발달장애인이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편 부모연대는 지난 5월 23일 발생한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고,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추모제를 지낸 데 이어,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근처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31일에는 49재가 도래하는 7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고인을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집중 투쟁 기간’을 갖겠다고 선포했다.

고인들을 위한 분향소도 전국적으로 설치함에 따라 정치인 등을 비롯해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한 주간도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8일 오전 11시에는 여수시청 앞에서 전남지부 주최의 추모제에 이어 9일 오전 11시에는 경남도청 앞에서 경남지부 주최의 추모제가 각각 진행된다. 또 14일, 21일에는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도 추모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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