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민간보고서 각양각색… ‘제도 개선 중심’엔 회의론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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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연맹 등 2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CRPD NGO연대(NGO연대)와 한국장애포럼(KDF), 공익변호사그룹인 사단법인 두루·장애인법연구회 등은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3차 민간보고서 공청회’ 공동 개최했다. 주최측과 집필진 등이 공청회 시작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연맹 등 2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CRPD NGO연대(NGO연대)와 한국장애포럼(KDF), 공익변호사그룹인 사단법인 두루·장애인법연구회 등은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3차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공동 개최했다. 주최측과 집필진 등이 공청회 시작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 감염병·탈시설·접근성·학대·소수장애인 등 쟁점 수두룩
  • NGO연대·KDF·공익변호사그룹 3개 민간보고서 공개
  • Gerel 유엔위원 “의사결정 참여·정부예산·통계 등” 강조
  • 심의 앞두고 장애계의 치밀한 접근 전략 중요
  • “제도 고치기 위한 민간보고서? 재고해야”

[더인디고 조성민]

한국 정부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협약) 이행 심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장애인단체와 인권변호사그룹 등이 각각 작성한 3건의 ‘민간보고서(안)’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코로나19 등 재난 위기 상황에서의 안전을 비롯해 탈시설, 학대, 활동지원서비스의 한계 및 교육, 고용, 접근성 등 협약의 기본 정신과 각 조문에 반하는 인권침해 정책과 사례, 이에 따른 권고 등이 수두룩하게 담겼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한국 정부 CRPD 이행 심의민간보고서 박차

15일 한국장애인연맹 등 2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CRPD NGO연대(NGO연대)와 한국장애포럼(KDF), 공익변호사그룹인 사단법인 두루·장애인법연구회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3차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들은 16일에도 간담회 등 연이은 의견수렴을 통해 늦어도 심의 시작 3주 전까지인 7월 중엔 최종본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한국 보고서를 심의할 ‘게렐 돈도브드로이(Gerel Dondovdorj) 유엔장애인권리위원을 초청함으로써, 민간보고서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국내 장애인 정책 및 인권 현황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한편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유엔위원회)는 오는 8월 15일부터 9월 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사무국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등을 대상으로 제27차 심의를 개최한다.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는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열린다. 이번 심의는 지난 2014년 첫 심의에 이어 8년 만이다. 그만큼 정부와 장애계 모두 각 보고서를 토대로 한 유엔위원회의 심의과정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20년에 제2·3차 병합심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해 2019년 3월 국가보고서(‘11~’18)를 제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이 장기화하면서 이번 하반기까지 미뤄졌다. 곧 심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보고서를 수정, 지난 5월 17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가보고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부처에 자료 등을 요청, 기존 유엔에 제출한 내용을 보완·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GO연대 등 장애인단체들도 지난 1차 민간보고서 초안을 기반으로 수정, 이번 공청회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NGO연대 65개 쟁점, 124개 권고한국장애포럼·두루 쟁점 조항 작성

NGO연대는 협약 본문 50개 조문 중 일부 조문(제22조. 26조)을 제외한 1조부터 33조까지 65개 쟁점을 정리, 총 124건의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는 협약이 국내에서 시행된 지 14년이나 됐어도 장애인 인권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UNCRPD NGO보고서연대 측이 제1조~제10조를, 변호사그룹이 장애아동과 장애이주민에 대한 민간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게렐 유엔 위원,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좌장), 이수연·김진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더인디고
▲NGO연대 측이 제1조~제10조를, 변호사그룹이 장애아동과 장애이주민에 대한 민간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게렐 유엔 위원,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좌장), 이수연·김진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더인디고

NGO연대는 우선 협약 제1조~4조(목적 및 일반의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의료적 기반인 장애인복지법과 중증·경증 중심의 장애등급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사회적·인권적 모델의 법 개정과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및 개별화된 서비스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민간보고서에 담았다.

탈시설·안전·학대·접근성·교육·고용 등 공통 쟁점”… NGO연대 탈시설 가로막는 여당일침

제19조(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 동참)에 따른 탈시설 정책에 대해선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은 실효성이 없다”고 전제한 뒤 “‘탈시설 자체에 제동을 걸겠다’는 여당인 국민의힘도 비판”하며 “효과적 탈시설 정책이행을 위한 법률적 근거(예.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마련과 지역사회 기반 확충, 이른 시일 내 거주시설 폐지 등”을 권고했다.

관련된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선 “예산 확충과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등 충분한 급여제공, 발달장애인 등의 특성을 고려한 심사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KDF는 이에 더해 “활동지원서비스 평가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 보장과 급여 결정 사유 등 투명한 내용공개, 65세 이상 장애인 등 모든 연령 장애인의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과 선택권 보장”을 민간보고서에 담았다.

NGO연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부각되는 제9조(접근권) 및 제20조(개인의 이동)에 대해서도 “모든 대중교통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과 농어촌 지역을 포함한 전 지역의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의무도입, 지역 간 이동 보장을 위한 모든 버스의 승강장비 설치 및 장애인 콜택시의 지역 간 이동”을 강조하며, “건축물의 접근성 기준 적용과 웹사이트·무인단말기 등의 정보접근권 및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제21조(의사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 보장) 관련해서는 “모든 공공영역에서의 수어와 점자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민간 영역의 점진적 의무교육”을 강조했지만, KDF는 “장애인 의사소통을 법률상 권리로 규정하고,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지원 시스템 및 서비스를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NGO보고서연대와 KDF가 감염병 등 위험 상황에서의 안전과 학대 등과 관련된 민가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게렐위원, 김혜영 사무총장,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장. ⓒ더인디고
▲NGO연대와 KDF가 감염병 등 위험 상황에서의 안전과 학대 등과 관련된 민간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게렐위원, 김혜영 사무총장,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장. ⓒ더인디고

NGO연대 재난 매뉴얼” vs KDF “감염병 대책 마련초점

코로나19 등 사회적, 자연적 재난에서의 안전보장을 강조한 제11조(위험 상황과 인도적 차원의 비상사태)에 대해 NGO연대는 “장애 유형과 연령 등에 따른 재난 안전 및 대피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개별화 교육 제공 및 재난 발생 시 접근성을 완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더해 KDF는 “중증장애인을 확진자 집중관리 군으로 분류하고, 확진될 경우 공적인력 지원체계 마련, 거주시설의 경우 원칙적으로 긴급탈시설 도입” 등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책 마련에 초점을 뒀다.

학대 등엔 피해 장애인 지원·정기 모니터링” vs “시설 학대 대응

끊이지 않는 착취·폭력·학대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한 제16조와 관련해 NGO연대는 “수사기관 및 사법부의 인식과 가해자를 선처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가해자에겐 엄격한 처벌, 피해 장애인에겐 체계적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정부 지자체, 경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협력체계를 통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쉼터 제공 및 쉼터 퇴소 이후의 자립생활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KDF는 시설에서의 학대를 주목하며 보고서에 “시설내 인권침해 피해자도 ‘긴급탈시설’ 원칙 적용과 학대 발생 시설에 대한 처벌강화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강력히 적용해야 한다”고 담았다.

▲NGO연대와 KDF가 제23조 가정, 가족존중 및 24조 교육 등에 해당하는 민간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학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무국장, 게렐위원, 김혜영 사무총장, 김소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더인디고
▲NGO연대와 KDF가 제23조 가정, 가족존중 및 24조 교육 등에 해당하는 민간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학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무국장, 게렐위원, 김혜영 사무총장, 김소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더인디고

최저임금적용제외 조항 폐지는 한 목소리교육,노동 해법엔 의견차

NGO연대는 제24조(교육권)에 관련해 “교육에서 소외되는 시청각 중복장애 학생 지원 방안 마련과 어린이집 장애 영유아에 대한 지원을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보육교사의 법정 의무 배치 기준 준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증설 등 분리교육정책 폐지 대신 통합교육을 위한 예산과 인프라 확충 및 특수교사인력 증원과 전문성 강화 등”을 권고했다. 반면 KDF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과 장애학생의 고등교육 등을 위한 특수교육법 개정” 등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및 회원단체들이 요구하는 법률적 장치를 강조했다.

제27조(근로 및 고용)에 대해 양측의 민간보고서는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을 폐지하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NGO연대는 “정신장애인 등의 자격 및 면허 취득제한, 취업제한 규정 등에 대한 폐지와 직업재활시설 지원을 강화, 장애인의 동등한 노동권 보장과 모든 영역에서의 의무고용률 준수 및 중증장애인 2배수 산정제도 등 의무고용을 회피하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KDF는 “보호작업장의 대안으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와 장애인 자립을 방해하는 근로능력평가를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공익변호사 그룹 등은 양 단체의 민간보고서를 지원하면서도 별도 보고서를 마련했다.

공익변호사그룹, 장애계 보고서 지원하며 장애아동과 장애이주민초점

사단법인 두루는 제7조(장애아동)에 대해 “전체 장애인 또는 비장애 아동보다 장애아동은 시설 수용 비율이 높은 데다 이들을 위한 탈시설과 자립정책이 구체적이지 않다. 또 학대 피해를 보는 장애아동은 장애인 학대와 아동학대로 신고될 경우 지원체계 접근이 다르다”며 “원가정 기능회복 강화와 정확한 실태조사, 특수교육 대상 장애아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통합적 놀이환경 제공” 등을 강조했다.

또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에서 대부분 제외되는 장애이주민들의 보호와 강제퇴거 외국인의 경우 정신장애 여부를 고려할 것과 장애의 정도가 심할 경우 보호시설 구금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담았다.

그 밖에도 NGO연대는 제12조(법앞의 등등한 인정)과 일반논평 1호에 따라 성년후견제도를 조력의사결정으로 전환하고, 제10조(생명권)에 대해선 장애인 시설의 높은 조기 사망률과 약물 과다 복용 등에 주목, 정기적인 인권모니터링과 인권침해 발생 시 시설 폐쇄 및 자립지원 조치를 권고했다. 또 25조(건강권)과 관련해 상법 732조를 개정, 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제한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게렐 위원 객관적 수치 제시, 정부 예산 투입 분석 등 중요

한국의 민간보고서 내용을 들은 게렐 위원은 ”전체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기본적으로 위원회가 관심 두는 부분은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정책 및 의사결정과의 참여 여부 ▲정부의 예산 투입 정도 ▲정책 과정에서의 정부조직 및 공무원들의 장애감수성 ▲비교할 수 있는 수치 등 통계 등을 제시해줄 것”을 조언했다.

국내 장애계는 의견수렴을 반영, 추후 내용을 더 정리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번 3건의 민간보고서는 협약에 기반한 권리실현에 대해 각 장애인단체 등의 특성이나 입장을 반영한 측면이 있지만, 유엔 위원들의 심의 과정에서 상호보완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기존 제도 개선 중심의 권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단순히 민간보고서가 국내 장애인 제도의 개선에 필요한 최종 권고를 많이 받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예로 제11조의 경우 재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제작한다고 한들 정작 재난 대피 상황에서는 매뉴얼이 작동할 지 여부도 불투명 한 만큼 차라리 대피 시설의 접근성 향상을 요구하는 게 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결국 실제 일상을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제도 중심의 권고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정비가 필요할 듯하다.

장애인법연구회를 비롯해 정신장애인 및 자폐장애인 조직들도 민간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임에 따라 심의 때 각각의 주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수정 중인 국가보고서에 대한 분석과 대응 논리를 세우는 것도 과제다. 게렐 위원은 한국 장애계와 여러 차례 교류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국 보고서 심의관인 가나의 게투르 퍼포미(Gertrude Oforiwa Fefoame) 위원과의 접촉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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