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비극은 누구의 죄?”… 기독교계 “국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뜻 읽어야”

0
271
▲NCCK 정의평화위원회(좌)와 장애인소위원회(우) 소속 목사들이 준비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NCCK 정의평화위원회 김영주 정의평화국장(좌)과 장애인소위원회 이정훈 위원(우)이 준비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 불교계 이어 기독계도 발달장애인 죽음 추모
  • “죽음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라”
  • 원불교·천도고·천주교도 동참… 尹정부 답할까?

[더인디고 조성민]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은 부모의 죄인가, 아니면 자신의 죄인가”

되풀이되는 발달·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참사에 기독교계도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물으며 추모 행렬에 함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장애인소위원회는 21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에 대해 추모예배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 감리회, 성공회 등 여러 교파가 참여하는 기독교 교단 협의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추모기도회를 봉행했다. 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단순한 개인적인 사건이 아닌 사회적 참사이자 사회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에 종교계가 나선 것.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장기용 위원장이 성경 구절을 인용,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장기용 위원장이 성경 구절을 인용,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성공회 신부이자 NCCK 정의평화위원회 장기용 위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맹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 “예수시대 유대인들이 병자를 ‘죄’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한 것처럼,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태도 역시 ‘죄인’ 혹은 ‘생산능력’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사회공동체에서 격리를 통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잔인함까지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고충을 예로 들며 “졸업식은 갈 곳 없어 오히려 더 슬픈 날”이라면서, “이후 국가나 사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참여도 어렵다 보니, 함께 사는 가족은 사회참여와 경제활동마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다. 과연 이 죄는 누구의 죄이고 잘못이냐”고 국가와 사회를 겨냥했다.

장 위원장는 그러면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내시려고 한 뜻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지난 두 달 6명의 장애인과 가족이 이 비정한 세상에 ‘죽음’을 택했던 메시지를 잊어선 안 된다”며, “이는 짐승처럼 목숨을 연장하기보다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임을 우리 자신과 사회, 그리고 국가는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장애인소위원회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머리 숙여 사죄하고, 24시간 지원 체계를 당장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장기용 위원장이 성경 구절을 인용,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21일 오전 11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추모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편 부모연대에 따르면 오늘 기독교계에 이어 27일에는 원불교와 내달 5일에는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삼각지역 분향소를 찾는다. 이달 29일에는 천도교가 안국역 ‘수운회관’에서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시민과 정치권, 그리고 종파를 초월한 전 종교계가 나서는 상황에서 과연 윤석열 정부가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할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883c573625@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