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 장애학생 이동권 보장해주세요”… 고교생 1203명 교육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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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청운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이자’ 글자가 새겨진 로고와 편의시설을 모든 학교에 설치해 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현대청운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이자’ 글자가 새겨진 로고와 편의시설을 모든 학교에 설치해 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 “교내서 장애학생 볼 수 없는 이유 알 것 같아”
  • 상급학교·사립학교일수록 편의시설 심각
  • 모두의 이동이 자유로운 학교를 위하여… ‘모이자’ 결성
  • ‘무의’ 등 시민단체와 교사도 동참, 교육기본권 활동 전개!

[더인디고 조성민]

학교 내 장애학생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고등학생들과 시민단체가 나섰다.

울산, 포항, 전주, 대구 등 전국의 8개 사립고등학교와 1개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1203명의 학생은 28일 교육감에게 “학교 내 이동권과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모두의 이동이 자유로운 학교를 위하여 <..>

성명에는 울산 현대청운고 422명을 비롯해 대구 경북예고 706명, 포항제철고 26명, 전주 상산고 8명, 김천고 3명, 부산외고, 광양제철고 등 총 1203명이 참여했다. 특히 사립고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편의시설이 없어 지원을 포기한 장애학생 1명도 참여했다. 해당 학생은 현재 서울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에 재학 중이다.

앞서 학생들은 지난 5월 22일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평등한 학교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모두의 이동이 자유로운 학교를 위하여’라는 뜻의 <모.이.자>를 결성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시민단체 및 교사모임 등도 힘을 실었다.
장애인이동권증진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 홍윤희)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총장 김형수)는 28일 학생들의 성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 2000여 명 회원을 둔 학교 교사연구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도 동참했다.

학생들은 편의시설뿐 아니라 특수교육대상자 지원이 미비한 현실에 주목했다.

‘모이자’에 따르면 전국에서 학생 선발 가능한 자립형사립고 10곳 중 5곳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또 2021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일반고 1천616개교 중 장애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곳은 1천113개로 대부분이 공립고다. 서울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국공립고교는 84%가 특수학급을 설치했지만, 사립고는 9%에 그쳤다.

▲2022학년도 후기 일반고 중 사립학교 특수학급 설치 현황 /자료=서울시교육청
▲2022학년도 후기 일반고 중 사립학교 특수학급 설치 현황 /자료=서울시교육청

이에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자사고, 특목고를 비롯해 사립고교에서 장애학생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편의시설이 미비해 이미 장애학생 입학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장애학생을 비롯해 다리를 다쳐 일시적 장애를 갖게 된 학생이나 학교 구성원 등 모두의 자유로운 이동과 참여, 안전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편의시설 설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에 재학중인 유지민 학생이 ‘모두의 이동이 자유로원 학교를 위해 ’장애인등편의법상 편의시설을 모든 학교에 설치 해 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유지민 학생이 편의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실제 편의시설 문제를 경험한 거꾸로캠퍼스 유지민 학생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사립학교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며 “다수의 사립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장애 학생들이 기본권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학생들은 고교 진학 시 거주지와 가까운 3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학교가 편의시설이나 특수교사-특수반 등이 없어 교육 편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 그 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 데다 고교로 진학할수록 특수반 설치가 안 된 사립학교 비중과 공학 대신 남고-여고 비중이 높아져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소속 학교에 설치된 편의시설과 장애학생 입학 전형도 확인했다.

서명에 참여한 특목고와 자사고 5개 학교 모두 장애인등편의법상 5층 이상 건물에 설치돼야 할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전주 상산고, 경북예술고에는 별도의 장애학생 선발 전형이 없었다.

성명을 주도한 현대청운고 3학년 최민기 학생은 “장애인식개선 강사로부터 ‘왜 이 학교엔 편의시설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며 교내 이동권을 인식하게 됐다”며 “물리적 환경이 지원 의지를 떨어뜨리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교내 동아리(프로픽스)를 만들어 편의시설 수요조사를 한 포항제철고 유은서 학생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다리 다친 학생이 이동수업을 못 하고 보건실에 남았던 사례가 있었다”며 “편의시설은 장애학생뿐 아니라 비장애학생들이 일시적 장애를 갖게 됐을 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북예술고등학교 김지은 학생도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웠던 ‘배려’를 현실에서 실천할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의미 있었다”며 “앞으로도 나의 ‘철학’이 담긴 그림을 그려 사회의 불합리한 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왼쪽_경북예고 학생들이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며 피켓을 든 장면▪오른쪽_경북예고 김지은 학생의 ‘휠체어 사용자가 교내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표현한 그림. /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사진 왼쪽_경북예고 학생들이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며 피켓을 든 장면▪오른쪽_경북예고 김지은 학생의 ‘휠체어 사용자가 교내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표현한 그림. /출처=모이자 구글드라이브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모이자’는 학교소재 지역 교육감들에게 성명을 전달하고 면담 요청 등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무의와 장애학생지원네트워크는 교내 이동권 확보를 통한 교육기본권 실현을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실천교사모임은 각 소속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동약자를 위한 대피나 이동 경로 등을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사립학교일수록 장애학생 편의시설이나 지원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서, “입학한 후에 편의시설을 요구하면 예산 확보와 설치에 몇 년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장애학생 뿐 아니라 사고나 질병으로 일시적 장애를 겪는 비장애학생들 교육권을 위해서도 편의시설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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