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문화향유권 “강조”… 창덕궁 장애인주차구역 설치 진정은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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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주차 구역 15면 중 유일하게 1면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지만, 장애인 직원이나 지원인력 중 장애인이 있을 경우 사용하되, 비어있을 경우 한 해 장애인관람객이 사용하도록 돼 있다. /사진=진정인
▲창덕궁 주차 구역 15면 중 유일하게 1면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지만, 장애인 직원이나 지원인력 중 장애인이 있을 경우 사용하되, 비어있을 경우 한 해 장애인관람객이 사용하도록 돼 있다. /사진=진정인

  • 창덕궁 1면 설치… “비어 있을 때 관람객 사용”
  • 인근 공영주차장도 면수 제한으로 미설치
  • 인권위, 추가설치 ‘노력’·제도개선 ‘검토’ 주문
  •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등 적극적 권고했어야!”
  • 문화재보존 & 접근성에 대한 논의 활성화 돼야

[더인디고 조성민]

국가인권위원회가 문화재 향유권 보장을 위해 고궁 안 주차장이나 인근 공용노상주차장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달라는 장애인 당사자의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그러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장애인주차구역 설치 등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제도개선과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표명했다.

앞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진정인)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창덕궁을 방문했다. 하지만 궁궐 안뿐 아니라 인근 공영주차장에도 장애인을 위한 주차구역이 없자 창덕궁관리소장(피진정인 1)과 종로구청장(피진정인 2)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창덕궁 내에는 전체 15면 중 1면이 장애인주차구역이지만, 장애인 관람객은 다른 차가 없을 경우만 사용할 수 있다. 창덕궁에서 가장 가까운 ‘원서공원 앞 공영노상주차장’ 역시 장애인주차구역은 없었다. 전체 17면에 불과해서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4조 등에 따르면 노상주차장은 주차대수 20대 이상 50대 미만인 경우엔 1면 이상을 설치하게 돼 있다.

▲진정인 A씨는 지난해 4월 창덕궁 관람을 위해 방문했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없어 길거리에서 특수차량을 주차한 후 하차를 해야 했다. /사진=진정인
▲진정인 A씨는 지난해 4월 창덕궁 관람을 위해 방문했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없어 길거리에서 특수차량을 주차한 후 하차를 해야 했다. /사진=진정인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창덕궁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주차장법에 따라 장애인주차구역을 의무로 설치할 시설은 아니다”라면서 “장애인 직원이나 행사 지원인력 중에도 이용대상자가 있을 수 있어 관람객만을 위해 개방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서공원 주차장 역시 창덕궁을 관람하려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없다고 판단, 인권위법에서 규정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는 인권위법에 규정한 합리적 이유나 차별 사유, 법적 근거 등을 이유로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볼 때 이 두 곳 모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그러면서도 창덕궁관리소장에게 “장애인주차구역의 경우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편의시설로써 문화재를 훼손할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적극적 조치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향후 편의제공을 위해 장애인주차구역의 추가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종로구청장에게는 “장애인주차구역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창덕궁을 관람하려는 장애인이 주차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영주차장으로, 설치 필요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 소관 부처인 만큼 관련 부처 등과 협의 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진장인 A씨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권위가 피진정인을 비롯해 복지부의 노력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각 결정엔 ‘실망스럽다’며”, “특히,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에 대해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하기보다는 하나 마나 한 ‘노력’, ‘검토’ 식의 소극적 언급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의2(관광활동의 차별금지)에서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의 차별을 금하고 있다. 또 UN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접근성과 제30조는 장소에 대한 접근권뿐 아니라 가능한 한 국내 문화유산 및 유적에 대한 접근권의 향유까지도 규정했다”면서, “적어도 인권위라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 등을 포함해 장애인의 관광권 향유를 위한 정책 권고 등을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길거리를 시작으로 대중교통 접근성 및 이동권 운동이 최근에는 관광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을 비롯해 문화재까지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문화 관련 기관에서 종사하는 장애인 당사자도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는 문화재 접근을 위한 시작에 불과한데, 그 시작부터 배제된 꼴이다. 그렇다고 어렵게 주차를 했더라도 국내 능과 궁은 그 자체는 물론 주변 부대시설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안 등을 내놨지만 계류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권위가 문화재를 포함한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보호에 대한 관념에 사로잡혀, 접근성을 이야기하면 마치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권리협약과 헌법 등의 정신에 따라 문화재의 보존과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조화롭게 해결할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작년 6월 장애인의 문화재 접근성과 문화향유권을 높이기 위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김예지 의원도 지난해 8월, 매표소와 휴게시설 등 문화재 관람을 위한 부대시설도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 발의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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