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우영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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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식영상 화면 캡쳐
사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식영상 화면 캡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그야말로 장애캐릭터 전성시대다.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연급의 극 속 장애인들이 이렇게 연달아 화제가 되었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나는 사람들의 입마다 발달장애며 자폐 스펙트럼이며 하는 장애 관련 용어들이 오르내린다.

학자는 학자대로 부모들은 부모대로 장애 당사자들은 또 그들대로 각자의 의견들을 이런 저런 채널을 통해 이야기하지만 누구의 말도 우영우 한 사람의 삶을 명확히 판단하거나 정의할 수는 없다. 하물며 그 캐릭터 하나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이 무엇인지를 한두 페이지의 글로 단정하는 것은 더더욱 코미디일 수밖에 없다. 그런 자폐인이 실존할 수 있는지 없는지 혹은 그것이 미화된 것인지 오히려 저평가된 그림인지에 대한 것도 표준자폐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결론 없는 논쟁일 뿐이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특수교육 현장 또는 그 언저리에서 생활해 오다보니 내가 만난 자폐성향의 친구들의 수는 꽤 많다. 그렇지만 그 어떤 누구나 누구도 명확히 동일한 특성을 가지지는 않았다. 자폐를 정의한 책에서 논하는 성향을 보이는 친구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서울에 사는 여성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고 하거나 백인 남성들은 주로 이런 성격을 가진다고 하는 정도의 아주 낮은 수준의 정확성을 가졌다.

발달장애와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동일한 교육과정의 적용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었고 소통의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안내하지만 꽤 높은 수준의 사회성을 보이는 학생도 보았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예외라고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예외가 예외 아닌 것에 비해 너무도 많다.

고기능 자폐라고 말하는 서번트도 때때로 음악이나 수학 같은 특정 분야에서 놀라울 만큼의 능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달력의 요일이나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의 이름 같은 굳이 외울 필요 없는 것들에 한해서만 굉장한 암기력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정리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복지서비스 같은 행정편의를 위해 또는 교육적 조치를 위해 굳이 구분하긴 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한두 마디로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특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시각장애도 청각장애도 그렇고 서울에 사는 여성도 미국에 사는 백인들도 그렇다.

그러니 우영우라는 인물은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당장 내 옆에 그런 비슷한 사람도 없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이상할 게 없다. 앞으로 있을 수도 있고 영영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드라마 속의 동그라미나 다른 캐릭터들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다수 국민들을 넘어 세계가 열광하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유쾌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우울하거나 불쌍하거나 불굴의 의지를 가진 철인 이미지를 못 마땅히 여기며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 바로 그거 아니었던가? 많은 장애인들이 아직도 우영우처럼 살지 못하므로 그녀는 장애인의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그녀는 장애를 대변하기 위해 탄생한 열사나 투사가 아니다. 상업드라마 속의 한 주인공 캐릭터일 뿐이고 우연히 그녀에게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성향을 입혔을 뿐이다.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성을 정밀하게 묘사했다면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허구의 극에서 그럴 의무 따위는 없다. 조금 닮도록 표현하면 족하고 의도한 왜곡이나 비하가 없다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장애캐릭터여서가 아니라 변호사도 사업가도 모델도 그 어떤 다른 캐릭터도 그렇다. 극의 설정이나 전개에 따라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하고 실제와는 다른 특성들을 덧입히기도 한다.

장애라는 것이 소수약자성을 가지기에 조금 더 예민할 수는 있겠으나 그런 걱정을 하기엔 우영우는 충분히 긍정적이고 사랑스럽다. 혹시 그 모습이 조금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어둡고 우울한 쪽보다 훨씬 낫다. 우리는 능력을 갖춘 그녀의 직업생활을 응원하고 그녀를 모함하는 권모술수들을 비판한다. 다른 소통방식을 가진 그녀를 이해하려 하고 작은 다름이 그녀 전체를 부족한 인간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 같은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다른 인격체임을 새삼 알게 되고 그녀의 방식으로 세상을 설득해 가는 과정에 통쾌함을 느끼고 박수를 보낸다.

지난 주 사람들은 자폐인의 연애와 성에 대한 담론으로 SNS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특수교육이나 장애학 전공자들도 쉽사리 논하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이미 사람들은 가족처럼 가까워진 우영우의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었다. 역시나 그 어떤 누구의 의견도 장애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소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놀라운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에 자폐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올라왔다. 이 사람의 말이 옳은지 저 사람의 현실이 진실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말하는 이도 있다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여전히 이 드라마가 여러 의미에서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감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인기드라마에 장애라는 소재가 올려진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우리의 반응에 따라 작가님들이나 연출자들은 또 다른 장애에 대해 차기작을 구상할 수도 있고 더 이상의 관심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전문가와 당사자의 입장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그들의 의견만이 늘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은 단절과 고립을 부를 뿐이다. 조금 부족하다 느껴지더라도 우영우의 앞길을 너그럽게 지켜보자.

당신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족시킬 제2의 우영우는 조금은 덜 냉정한 우리의 반응에 달려있다. 장애를 대한민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해 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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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6ba30ebca2@example.com'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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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1 year ago

맞습니다.
자폐에 대해 이런 관심, 저는 매우 좋습니다.
현실에는 우영우보다 김정훈이 많지만 그들을 비교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soun3608@Gmail.com'
김병순
1 year ago

글에 앞서 상승중 교사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장애인이 삶의 도전하는 모습을 마라톤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겪는 어려움, 기쁨 등을
알아가는 모습을 공중파로 자주 접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