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사회안전망… ‘발달장애인 노숙인 실형’은 복지수준의 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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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사진=Unsplash
▲비좁은 공간에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사진=Unsplash
  • 춘천지법 ‘실형으로 장애인시설 입소 대기가 최선’
  • 부모연대 “현대판 장발장 사건… 정부에 책임 물었어야”
  •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 시행과 대책 수립 촉구”
  • 출소 후 사례관리, 정부·지자체 책임이 관건!

[더인디고 조성민]

무인점포에서 반복적으로 물건을 훔친 30대 노숙인 A씨가 가족의 돌봄이나 입원·치료감호 등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부터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20년 ‘방배동 모자 사건’에 이어 A씨 판결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지난 10년 동안 국가나 지자체가 사건 때마다 내세운 ‘위기 가정 발굴 및 촘촘한 지원 시스템’ 등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춘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진원두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39세)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재판부는 A씨를 석방해 사회로 보내는 것은 다시 노숙 생활로 돌아가 재범하도록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시설 내 처우를 통해 피고인을 교화하고, 향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앞서 A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지난 2월 9일부터 5월 20일까지 강원도 춘천의 한 무인 판매점에서 총 67회에 걸쳐 콜라 등 약 17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3일 입장을 내고 “노숙 생활을 하던 발달장애인이 음식을 훔치다 구속되는, 소위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 벌어졌다”고 법원 판결에 유감을 나타냈다.

부모연대는 “‘석방은 곧 방치’라는 판단에 따라 징역 6개월 선고한 것은, 결국 법원도 힘없는 개인에게 그 원인을 찾는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른 발달장애인만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도 함께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이 원치 않는 ‘노숙 생활’이나 ‘염전 노예 사건’ 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전수조사가 있었다면 방배동 모자 사건이나 이번 A씨에게 벌어진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을 향해 “당장 정부에게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 실시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명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배동 모자사건은 지난 2020년 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예정단지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로 갑작스럽게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일이 발생했다. 당시 발달장애인 아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거나 받지 못한 채 홀로 노숙자로 거리에서 생활해오다가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법원에 낸 의견에 대해서도 “A씨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커녕, ‘다시 노숙생활을 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에 따르면 A씨는 오랜 기간 노숙 생활을 해왔고, 그의 가족은 A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행정입원도 가족 반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역 인권단체 등은 탄원서와 항소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전문가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 과정에서 A씨도 시설이나 병원입소 거부하며 ‘집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가 풀려날 것에 대비해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정신보건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당사자와 가족 전체를 위한 사례관리 계획 수립과 지원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어디까지 책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견은 다양하게 나왔지만, 핵심은 국가의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느냐로 좁혀진다.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한 만큼, 향후 새 정부 복지정책의 시금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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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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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fun@naver.com'
손영현
1 year ago

혹시 이 사건의 사건번호를 알 수 있을지요? 발달장애인인 피고인 사건을 변론하고 있는 국선변호인인데, 사건에 참고가 필요해서요

teletobiabcd@naver.com'
최진이
1 year ago

판사들이 발달장애에 대해 너무 무지한것 같습니다. 모르면 의사소견서라도 참고하셔야지요. 꼭 이 사건만을 두고 말씀드리는건 아닙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비장애인의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걸 알아주시면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