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이 재난”… 발달장애인 등 폭우참사에 시민노동단체 ‘추모주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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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연대 회원들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번 폭우로 참사를 당한 발달장애인 및 가족을 추모하며 4명의 영정과 국화꽃, 그리고 ‘불평등이 재난이다’적힌 종이 피켓 등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연대 활동가들이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번 폭우로 참사를 당한 발달장애인 및 가족을 추모하며 4명의 영정과 국화꽃, 그리고 ‘불평등이 재난이다’적힌 종이 피켓 등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장애계 등 177개 시민·노동단체 추모행동 나서
  • “윤석열 정부·집권여당, 말로만 ‘약자’… 조문조차 안 와”
  • 정부의 재해 대책과 대응 “무능·책임 방기” 질타
  • 툭툭 던지는 정책 말고, 주거불평등 해결 깊게 논의해야!
  • 23일까지 폭우 희생자 위한 시민분향소 마련

[더인디고 조성민]

“참사 당일인 지난 8일 오후 8시 40분경, 故 홍 동지는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는데 119에 연결이 안 된다. 대신 신고해달라’는 문자를 부루벨코리아 지부장에게 보냈다. 지부장 역시 119로 전화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다급한 나머지 112로 연락한 후 바로 홍동지에게 전화했으나 연결이 안됐다. 불안한 마음에 노조 전임자들이 신림동 지하로 달려갔지만, 목격한 광경은 경찰차 한 대와 웅성거리는 수십명의 사람이었다. 유리창을 뜯어 손을 집어넣었을 때는 거의 천장까지 물이 차올랐다.”

억울한 죽음에 대통령·집권여당·서울시, 조문조차 안 와시민과 함께 7일간 추모행동 나선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집중호우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참변을 당한 홍씨와 초등학교 6학년인 그의 딸, 그리고 홍씨의 언니인 발달장애인의 죽음을 떠올리며 “그 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값비싼 고층아파트에 앉아 있었고, 다음 날도 현장에 방문해선 ‘주무시다 돌아가셨구나’ ’근데 여기 계신 분들은 왜 미리 대피하지 않았나‘라는 단 두 마디 말뿐이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더인디고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더인디고

이어 강 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세 명의 가족에 대해 장례를 치르는 동안 대통령실과 정부, 집권 여당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도 문상을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후속책으로 대통령실은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홍보했고, 여당 의원들은 (사당동 재해 현장에서) ‘비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그리고 낄길대며 뒤풀이나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177개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177개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지난 8일부터 내린 폭우로 참변을 당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177개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인디고

폭우 참사는 자연재해 아닌 불평등’…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 방기도 한 몫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예상 밖의 폭우라는 자연재해가 아닌, 불평등”이라며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자 시민과 함께 추모행동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사진 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탁미선 부회장(사진 우). ©더인디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사진 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탁미선 부회장(사진 우). ©더인디고

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그 삶도 억울한데, 재난 때마다 이렇게 희생돼야 하는 것이냐”며 “이는 정치권이 부자에게는 감세 등의 정책을 펼치면서, 약자에게는 가족에 그 책임을 떠넘기기다 보니 점점 지하로,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탁미선 부회장도 “이번 폭우로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 두 분 모두 고령의 어머니와 반지하에서 생활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전제한 뒤 “이는 중년의 발달장애인이 고령의 부모를 돌본 것이 아닌, 오히려 반대”라면서, “하루 평균 4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와 전체 발달장애인 중 25.8%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나머지 74.2%는 낮시간 변변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가족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은 정부의 대응책과 반지하라는 주거 문제 등도 있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도 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폭우 참사 이후 나온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대책도 문제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11일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고, 최대 20년 유예를 두고 현재의 지하‧반지하 주거공간을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겠다는 지침을 정했다.

서울시는 15일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해 서울 시내 약 20만 가구인 반지하 주택의 종합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반지하 거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 23만호를 공급하고 지상층으로의 이주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를 신설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수도권 158만호 등 전국에 270만호(연평균 54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등 직주근접지에 신규택지가 지속해서 조성되고 무주택 서민에게는 시세의 70% 이하의 가격에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이 분양된다. 반지하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공공·민간 임대주택으로 이주가 추진되며 주택 개보수 등의 지원 사업도 진행된다.

▲주거권네트워크 이강훈 변호사(사진 좌),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사진 우). ©더인디고
▲주거권네트워크 이강훈 변호사(사진 좌),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사진 우). ©더인디고

이에 대해 주거권네트워크 이강훈 변호사는 “지하·반지하 거주 32만 7000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에도 고시원이나 비주택 등 46만 3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 주거형태가 지속되는 것은 도시의 기존 생활권에 머물기 위한 적정하고 저렴한 다른 주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과 바우처 신설을 얘기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미봉책인데다, 이들 거주자가 갈 수 있는 도심의 저렴한 주택이 아닌, 지하주택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도 “현행 주거급여법상 정기적인 주택조사에 따라 구조안전성, 면적, 거주인원, 화장실, 방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조사 후 대책은 없이, 수해가 나니 이제야 ‘바우처 지급’에 ‘반지하 없애겠다’는 말만 한다”며 “섣부른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너머서울 김진억 본부장도 마무리 발언을 통해 “반지하 없앴다고 해서 주거불평등이 해결되나”라고 반문한 뒤 “저임금에 가난한 사람들이 그 높은 주거비용을 부담하며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전국 270만호 공급 대책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 많은 주택은 결국 부자들이 다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 및 당사자들이 주거불평등 해결을 위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우로 참사를 당한 관악구 신림동 발달장애인 세 가족과 상도동 거주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분향소가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됐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번 폭우로 참사를 당한 관악구 신림동 발달장애인 세 가족과 상도동 거주 발달장애인 등의 영정을 모신 분향소가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됐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편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6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의회 앞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어 오는 19일 저녁 7시에는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23일에는 추모주간 마감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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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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