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시설폐쇄 불복 소송 “기각”… 법원 판결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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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전경 /사진=유튜브 캡처
▲대구지방법원 전경 /사진=유튜브 캡처
  • 대구지법, ‘영덕사랑마을’ 폐쇄 처분 인정
  • 장애계 “환영… 소극적 행정 펼친 영덕군 달라져야”
  • 영덕군에 운영진 전원 해임과 법인 허가 취소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인권침해로 시설폐쇄 처분을 당한 기관이 이에 불복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왔다.

지난 17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경상사회복지재단’이 제기한 영덕사랑마을 시설폐쇄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하고, 영덕군의 시설폐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영덕사랑마을과 운영법인 경상사회복지재단의 인권유린 해결을 위해 나선 ‘영덕사랑마을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1심 판결이 나오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18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폐쇄에 따른 거주인 분리와 탈시설 후속 조치에 영덕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덕사랑마을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가지회견을 열고 대구지법 판결 ‘환영’과 더불어 시설폐쇄에 따른 거주인 분리와 탈시설 후속 조치에 영덕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영덕사랑마을대책위
▲영덕사랑마을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가지회견을 열고 대구지법 판결 ‘환영’과 더불어 시설폐쇄에 따른 거주인 분리와 탈시설 후속 조치에 영덕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영덕사랑마을대책위

앞서 영덕사랑마을은 영덕군 소재의 유일한 장애인거주시설로 2015년 설립 직후부터 거주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거나 학대 등을 반복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2019년 8월, 한 시설 직원의 내부고발로 처음 알려지게 됐고, 영덕군청은 지난해 10월 18일 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경상사회복지재단은 해당 처분에 불복하면서, 같은 해 12월 영덕군수를 상대로 시설 폐쇄처분 취소와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집행정지 인용에 이어 1심 선고까지 약 8개월 동안 시설폐쇄 처분에 따른 후속 조치는 모두 중단됐고, 법인 및 산하시설들은 운영 파행을 거듭해왔다.

영덕사랑마을대책위는 “법인 이사장을 비롯한 운영진들은 공익신고자 축출을 위한 부당징계를 남발했고, 회계부정과 비위행위는 물론 법인 산하 노인요양시설인 영덕행복마을의 학대도 반복되는 등 경상사회복지재단은 그야말로 ‘인권유린과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분노스러운 것은 법인 측의 불복 소송으로 시설폐쇄 처분을 무력화할 시간을 벌어다 준 영덕군의 행정”이라며, “영덕군은 영덕사랑마을의 반복된 학대 사건에 대해, 2020년 약속한 탈시설TF 운영은 물론 거주인 인권침해 전수조사와 법인 불법사항 조치 등 지난 2년여간 관련 대책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결과, 학대와 파행운영 문제는 반복됐고, 결국 시설폐쇄를 면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한 끝에 지난해 폐쇄처분까지 내려졌지만, 이후 유예기간 동안 단 한 명의 거주인도 분리 조치하지 않았다”며 “시간이 지연되는 사이 법인 측의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서 집행정지가 내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덕군은 지침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할 수 있지만, 사회복지사업법(제40조)와 시행규칙(제26조의 2)에 의거한 행정절차를 택하면서 사실상 법인에 몇 년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2019년 인권침해가 알려진 후 영덕군은 그해 12월 1차 개선명령을 내렸고, 이어 2020년 3월, 2차 시설장 교체를 명했다. 또 작년 3차 시설폐쇄까지 행정단계를 절차대로 다 밟은 후 이번 법원 판결까지 꼬박 3년이다.

문제는 법인이 1심을 쉽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늦었지만 영덕군의 앞으로의 조치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대책위는 “법인 운영진은 법원의 판결을 즉각 수용해 시설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뼈아픈 반성과 책임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경고한 데 이어 영덕군을 향해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법인과 산하시설 운영진 전원 해임 및 법인 허가를 취소하고 ▲폐쇄처분에 따른 거주인 분리 및 후속 조치 즉각 추진과 ▲TF 가동을 통한 근본적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대책을 수립 및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영덕사랑마을대책위는 오는 23일 영덕군수와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책위 박재희 활동가는 더인디고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까지 영덕군이 보인 행정절차 과정과 이후 시설폐쇄 명령을 내리고도 단 한 명의 거주인도 전원조치를 안 한 것을 볼 때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라면서도, “법원도 영덕사랑마을의 운영 금지를 인정한 만큼 영덕군이 이 문제를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 인권전문가는 “그동안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더라도 법원은 장애인의 사회적 보호라는 이유 등으로 시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면서 “이번 대구지법의 진일보한 판결에 비춰볼 때, 일부 장애계는 답답할 수 있지만 영덕군이 법에 따라 행정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았다는 점, 그리고 법원도 이제는 최근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이라는 정책적 흐름을 반영한 것 아닌지,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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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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