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의 TheWorldGO] ‘한국정부, CRPD 이행 호평?’… 결과보면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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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국 건물에 UN마크와 글자가 적혀 있다. /사진=김소영 집필위원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국 건물에 UN마크와 글자가 적혀 있다. /사진=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제25조 마항 유보 철회”와 “선택의정서 비준”을 외치던 2014년 1차 심의 이후 8년이 지난 2022년 8월 대한민국의 제2·3차 병합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심의가 진행되었다. 심의를 앞두고 47여 개의 장애인단체와 공익 변호사모임의 활동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였다. 심의 전부터 대응을 함께 준비해온 활동가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대응 장애계연대’라는 이름을 짓고, 현지 대응을 전개해나갔다.

심의 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위원회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위원의 관심사 파악을 위해 이전 심의나 비공개 면담에서 제시하는 질문을 분석했다. 현지에서는 심의 중 위원들이 질문할 수 있는 질의 목록을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에 제시된 근거를 기반으로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심의 중간에는 정부 답변의 오류나, 수치로 포장된 정보를 바로잡는 문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심의가 끝난 후에는 추가 질문과 최종견해의 권고안을 작성하였다. 모든 자료는 위원회 위원들뿐 아니라 IDA와 CRPD 사무국에도 함께 전송하였다.

회의는 정부 대표단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보건복지부 대표는 협약 제25조 e항의 유보 철회와 선택의정서 비준을 위한 노력을 서두에 밝혔다. 더불어 2019년에 장애인등급제를 개편하고 서비스지원종합조사를 도입하여 개인의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애인 건강을 위해 장애인 관련 병원을 확대 중이 있으며, 탈시설 로드맵과 지역사회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국제적으로 최저 수준임을 자화자찬하며 마무리하였다.

▲ 24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의 CRPD 제2·3차 병합 심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
▲ 24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의 CRPD 제2·3차 병합 심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

시민사회의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위원이 의료적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장애정의와 장애등급제, 등록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질문하였다.

장애아동의 참여 역시 자주 언급되었다. CRPD의 원칙이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이며 CRC의 원칙 역시 아동의 참여인데, 두 분야 모두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있는 한국 장애아동의 현실을 지적하였다. 정부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운영하는 아동의 참여 보장 제도를 소개했다. 그 제도 속에 왜 장애아동은 활발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인식 제고에 대해서 우리는 정치인의 반복되는 장애인 비하 및 혐오 발언과 ‘장애인식개선교육’ 내용의 문제,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는 조치가 미비함을 꼬집었다. 여러 응답 과정에서 협약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당당히 소개하는 이행부처를 보며, 이행부처에 권리협약을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재난 안전 조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로 장애인 가정이 사망한 사건을 소개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장애포괄적 관점이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이에 대한 위원회의 질문에 정부는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 보호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전략이라고 근거 없는 답변을 제시했다.

건강권과 관련하여 위원회는 ‘건강주치의제도’의 성과와 결과를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통계 조항에서는 국가승인 통계 중 장애 포괄적 통계가 매우 부족한 현실과 장애 출현율의 국제 기준이 15%인 것에 비해 대한민국의 출현율과 등록률을 5%에 그치는 것을 우려하였다. CRPD의 범부처 이행을 조율하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몇 차례 열렸는지, 효과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질문하였다.

이 밖에도 심의 현장에서는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문제점과 연이어 발생한 장애아동 가정의 장애아동 살인과 자살 문제도 엄중히 짚어졌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자의 입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장애여성 정책의 여성 정책 주류화 등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었다. ‘천천히 말하기 전략’으로 정부는 후반부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답변하지 못한 채 심의가 마무리되었다.

모든 질문과 답변 시간이 지나고, 한국 보고관인 거투루드 퍼포미 위원이 폐회 발언을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한국어 통역에 의하면 퍼포미 위원은 ‘한국정부가 선의를 갖고 최종견해를 잘 이행했다’고 발언했다.

일반적으로 위원들은 개선 사항을 지적하기에 앞서 긍정적인 사항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발언 끝부분에도 같은 긍정적인 말을 반복함으로써 혹여나 정부를 오해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우려대로 통역의 문제였다. 나는 유엔에서 제공하는 영문 자막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대표단의 good will(친절함? 선의?)을 보니, 앞으로 받게 될 최종견해를 잘 이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가 오역되어 전달된 것이었다.

통상적인 수준에서 당근 주기 전략뿐이었는데, 국내 언론사에는 ‘한국 정부 장애인권리 협약 이행 호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어쨌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정부에 보낼 최종견해는 ‘호평’일지 아니면 ‘혹평’일지 확인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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