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보고서 늑장 공개에 답변 질타’… 장애계, 협약 권고 이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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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앵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정부의 추가보고서 사전 공개문제와 답변 내용 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장애계연대
▲ 전국장앵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정부의 추가보고서 사전 공개문제와 답변 내용 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장애계연대

  • 장애계연대, 탈시설로드맵 재수립 등 5대 요구 제시
  • 26일도 정부 답변 반박 자료, UN 위원회에 제출
  • 한국 정부 CRPD 이행 여부, 이르면 10월 중 나온다

[더인디고 조성민]

“대한민국 정부는 2019년 7월 1일에 장애등급제 개편을 시행하여 ‘장애등급’ 구분을 완화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의 개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약 70여 차례의 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장애인단체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11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장애등급제의 폐지와 함께 2019년 7월부터 활동지원서비스 신청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활동지원 본인 부담금을 저소득층에게 더욱 감면하는 등 본인 부담을 줄이고자 개편함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 국고 기준 2018년 6907억원에서 2022년 1조 7405억으로 152% 증가했다.”

한국 정부가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 심의(24,25일)의 이틀 전에야 UN 장애인권리위원회(위원회)에 제출한 ‘추가보고서’ 중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 심의대응 장애계연대(장애계연대)’는 제네바 현지 시각으로 25일 오후 2시(한국 시각 21시),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 있는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답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본지 더인디고가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심의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도 수정 국가보고서(‘추가보고서’)를 장애계와 사전 논의는커녕 공유조차 하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기자회견에서도 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한국 정부는 보완(추가)보고서를 거의 심의 직전에 위원들에게 제출했다. 위원들에게도 심의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면서, “수많은 조항과 주제 등에 대해 질문도 많았지만, 국내 장애인에게 흐르는 가장 큰 제도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종합지원서비스 및 종합조사표의 문제다. 정부는 등급제를 가짜 폐지 해놓고도 보고서에 여러 가지 수치 나열을 통해 마치 ‘의학적 기준을 변경해 사회적 환경을 반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대표도 “유엔 위원회는 여성장애인 위원이 11명이나 구성돼 있어, 제6조 장애여성 조항에 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음에도 정부 보고서나 답변 내용은 당사자의 삶에 변화가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며 “폭력피해 여성장애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구체적 계획 등 유엔 위원들이 지적한 내용에 대해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다.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는 24일, 25일 심의 대응 활동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있는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8월 25일(목) 스위스 현지 시각 14시(한국 시각 21시)에 개최했다. /사진=장애계연대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는 24일, 25일 심의 대응 활동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있는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8월 25일(목) 스위스 현지 시각 14시(한국 시각 21시)에 개최했다. /사진=장애계연대

한편 장애계연대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협약 제25조 생명보험 가입 차별금지 조항 가입 유보 철회, 장애등급제 개편 및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장애여성 임신 출산 비용지원 등을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계연대는 “장애등급제는 여전히 의료적 기준의 장애등록체계 안에서 서비스 지원 여부 및 총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협약의 가치와 철학에 맞지 않는 데다 발달장애인 종합대책도 충분한 예산이 수반되지 않아 온전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임신출산비용 지원도 장애여성의 재생산권리을 제대로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이는 지난 2014년 1차 최종견해에서도 같은 내용에 대해 협약에 따라 시정하라는 권고를 받은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일간 열린 심의에서 유엔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 ▲탈시설 ▲심리사회적(정신) 장애인의 비자의적 장기입원 문제,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 등에 관한 질의를 이어갔다.

국제사회에서도 장애, 젠더, 성적지향 등 복합적인 차별에 대항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시설이 아닌 탈시설을 통해 살아갈 권리의 보장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차별금지 사유에 관한 의견 대립”, “시설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등 권리를 반대하는 입장을 하나의 논리로 답변하기도 했다.

한국 심의 담당 국가보고관인 게렐 돈도브드로이(Ms. Gerel DONDOVDORJ, 몽골) 위원은 심의의 첫날인 24일 마지막 발언으로 “한국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서비스지원 종합조사가 의료적 모델에 기반하므로 협약을 준수하지 않으며, 개별 맞춤형 지원 제공에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장애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장애아동이 살해당하고 가족도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오늘도 일어났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정부 보고서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중증·발달장애인의 지원체계 부족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한 명의 한국 심의 담당 보고관인 거트루드 퍼포미(Ms. Gertrude OFORIWA FEFOAME, 가나) 위원은 “소규모 시설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특화 거주시설 폐쇄를 목표로 하는 전략적 탈시설화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가 포용적 교육 정책 이행을 촉진하고 모든 지역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용적 교육 시스템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며, “탈시설 및 지역사회 포용은 더이상 논쟁의 여하가 없으며, 국가가 협약에 기반하여 실행해야 할 과제”라고 단언했다.

유엔 위원회는 내달 9일까지 27차 회기를 모두 마치고, 이르면 10월 중에는 최종견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장애계의 민간보고서와 ‘잘 이행했다’는 정부의 추가보고서, 그리고 인권위의 독립보고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최종견해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애계 대표단은 정부 보고서가 늦게 공유된 만큼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내용을 정리해 제네바 시각 기준 26일까지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심의 대응을 마무리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기후위기 등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 보장 ▲시설 입소 금지 및 폐쇄를 명시한 ‘탈시설로드맵’ 재수립과 중증·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선택의정서 즉시 비준 ▲ 장애여성, 정신장애인 및 소수장애인의 정책참여 보장 등 5대 요구사항을 포함한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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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전문이다.

[ 성 명 서 ]

우리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한국 정부 제2·3차 병합 심의에 대응하기 위하여 스위스 제네바에 왔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제1차 심의를 하였고,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되는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을 지적하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1차 최종견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먼저, 장애등급제폐지는 기존의 6등급을 15단계의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로 변경하였을 뿐이고, 예산의 한계에 갇혀 장애인 욕구와 특성에 맞추어진 서비스는 공염불로 그쳤다.

또한 15가지 유형으로 국한하여 장애인 몸의 손상의 정도를 기준으로 딱지를 붙였던 장애등급제는 무늬만 바뀌어 존속하고 있다. 장애여성은 여성 정책에서도 장애인 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고, 교통수단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거나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포장 아래 만연하고 있고,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정신병원에 비자발적으로 입원하고 있다.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 전략은 날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고, 부족한 재가장애인 지원 체계는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시설과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장애인은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였다. 장애아동은 적절한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차별을 당하고 있고, 통합교육은 형식적이며 장애학생은 비장애학생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보호의 이름 아래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읽기 쉬운 자료나 맥락에 따른 언어 표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에서도 보장하는 장애인의 권리가 예산에 밀려 제한 받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국가보고서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국가보고서의 허구를 지적하는 보고서 작성,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사전 로비와 현장 로비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미흡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지적하였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고 한국 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최종견해를 곧 채택할 예정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를 촉구한다. 사실 한국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하였다고 내세우는 성과들은 대부분 장애계의 오랜 투쟁으로 이끌어 낸 변화이다. 사법접근권, 장애인에 대한 착취와 학대, 건강권, 노동권, 참정권, 주거권, 문화향유권, 당사자 참여, 장애아동 및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장애인 소외, 장애 관련 통계, 이행 및 모니터링 체계 등 한국 정부가 이행하여야 할 과제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며, 우선 다음 다섯 가지를 요구한다.

1. 한국 정부는 장애인의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장애특성별 욕구를 반영하여 이동, 접근, 노동, 교육, 문화 등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
1. 한국 정부는 다가오는 기후 위기 등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
1. 한국 정부는 누구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탈시설로드맵을 재수립하여 시설신규입소금지, 시설 폐쇄를 명시하고, 중증·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
1.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즉시 비준하라.
1. 장애여성, 정신장애인 및 소수장애인의 정책참여를 보장하고 삶 전반에 모든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

2022년 8월 25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

*기자회견 영상 링크 바로가기: https://youtu.be/LGjwlRHAcPE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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