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지방세특례법 시행령’ 개정… 정부, 감면대상 좁게 해석
- 월 급여 1.5억원 초과 IL센터에 주민세 0.5% 부과
- 활동지원사 인원에 따라 연 수천만원… ’16년부터 소급적용도
- 서울시 상대 ‘과세전적부심사’로 소급적용 위기는 넘겨
- ’20년부터 세금감면 등 근본 문제해결엔 ‘법 개정’과 ‘소송’ 등 다양
- 지자체·정부간 떠넘기는 상황서 “국회 역할 중요” 한목소리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수행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폭탄 고지서가 날아들어 논란이다.
서울 은평구의 ‘A IL센터’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의 주민세를 무려 1억2000여만 원을 내야 한다. 또 다른 ‘B IL센터’는 지난해 5월, 2016년에서 2019년까지 밀린 세금을 포함해 관악구청으로부터 1억 3000여만 원의 주민세 과세통지서를 받았다.
해당 기관들은 해당 구청과 서울시, 심지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이의 제기를 하며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로 미루기에 바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도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의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등 장애인활동지원제공기관협의체(협의체)는 2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주민세종업원분 세금 폭탄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 차원의 빠른 해결책을 촉구했다.
■ 지방세특례제한법 22조 및 시행령 10조 개정… 정부, 과세 대상 ‘열거주의’ 엄격 적용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20년 1월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2조’의 개정에 따라 주민세(종업원분) 등의 감면 범위를 정부와 지자체가 ‘동법 시행령 제10조’에 열거된 대상 시설로만 한정해 좁게 해석하면서부터다.
사회복지법인 등의 감면을 규정한 동법 제22조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따라 사회복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기관)는 지원대상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 시행령에서 정한 법인에 대해선 취득세와 주민세, 그리고 해당 법인 등이 사회복지사업 수행에 따른 등록면허세를 올해 12월 31일까지 면제하도록 했다.
또 시행령 제10조는 면제 대상을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중 양로시설, 아동양육시설, 모자/부자가족복지시설, 한센병요양시설 등 영유아나 노약자, 미혼모 등 취약계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 등으로 한정했다.
■ 주민세(종업원분) 부과 기준, 월 급여 평균 1.5억 기관에 0.5% 부과… 서울 일부 자치구 소급 적용하며 갈등 표면화
문제는 활동지원기관도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명시된 ‘장애인활동지원법률’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 열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주민세) 대상에 포함한 것.

이에 부산, 대구 등 지자체 등은 2020년부터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서울시 전 자치구까지 나섰고, 심지어 일부 자치구는 불성실 신고에 따른 가산세 등 최대 5년 치 소급적용을 하자 관련 IL센터와 지자체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그렇다고 모든 법인이나 단체가 과세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주민세 부과방식이 과거 종업원 수 기준에서 2016년부터 월 급여를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2020년 기준, 종업원(예. 활동지원사) 급여총액이 월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사업소(활동지원기관)에는 급여액의 0.5%가 부과된다.
과세기준이 급여 기준으로 변경되자 일부 지자체는 2021년 기준, 5년 전까지인 2016년부터 소급적용을 한 이유다. 2016년에는 월 급여 1억 3500만 원이었다.
한자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2020년 법 개정 다시 정부나 지자체 누구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수렴이 없었다. 심지어 세금 납부에 대한 사전 고지조차 없이 작년부터 세금폭탄을 때렸다”면서 “문제는 국가기관으로부터 세금을 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인데, 그 세금으로 세금을 내라는 것은 ‘행정 횡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문제해결을 위해 올해 구청 앞에서 두 달 이상 1인 시위를 하며, 서울시나 정부에도 따졌다. 심지어 국회를 찾아 대책을 요구했지만, 국회도 당장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 서울시 상대 ‘과세전적부심사’로 ‘과세 잘못’ 끌어내… 개정 전 소급적용은 일단락
다행히 법 시행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세금부과 문제는 해결방안을 찾았다.
해뜨는양지IL센터 이성원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중순 관악의 한 ‘C IL센터’도 지방세 과세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C 센터와 해뜨는양지IL센터 등은 대책단을 꾸렸고, 이의신청에 앞서 서울시를 상대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과세전적부심사는 세무당국에서 세금고지 전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함으로써 납세자가 불복 사유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 결과 서울시는 2019년까지의 세금은 매기지 않는 것으로 작년 8월에 결정했다. 소급적용의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이미 세금부과된 활동지원수행 기관뿐 아니라 앞으로 타 광역지자체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D IL센터’는 납부한 주민세를 환급까지 받았다.
■ 2020년부터의 주민세 해결이 1차 관건, 이어 2025년 말까지 일몰 기한 연장에 따른 법 개정에도 동시 대응해야!
활동지원기관 등이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관건은 2020년 1월부터의 일몰 도래 시한인 올해까지 3년간의 세금감면이다. 또 다른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2025년 12월 말까지 일몰 기한 연장을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앞서 행자부는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 보호사업 지원 확대를 위해 동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당 사실을 늦게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9월 1일에야 부랴부랴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단위마다 복지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당장 세금 감면부터 법 개정까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 지방세특례제한법·시행령 개정에 ‘IL센터’ 포함엔 한 목소리… 추진 방안에는 기관마다 입장차 드러나!
중구길벗IL센터 김성은 소장은 “국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업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짓이자, 이 사태가 오기까지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기회에 IL센터의 법적 지위를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규정하고, 지방세특례법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이 활동지원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 1억 5000만 원 이상의 급여가 나가는 노동부 산하 근로지원기관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회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자협의회 김태훈 정책실장은 “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따른 IL센터 역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명기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법 해석의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원 사무국장은 “상위법에서 감면대상 기관을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법인 또는 단체로 명시한 만큼 시행령에 얽매일 필요 없이 폭넓은 해석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실제 법 개정 이전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기관으로 좁게 규정했지만, 2020년 개정 때는 오히려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폭넓게 정의했다. 즉 시행령 열거 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원천적으로 법에 따라 면세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며 “2020년부터의 세금 역시 이를 토대로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로 다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세 문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확대 혹은 유추 해석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B IL센터’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비교했을 때 IL센터 등에 부과된 세금은 ‘조세 평등의 원칙’과 수익사업이 아닌 곳에 종업원분 주민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위반한다”면서도 “행정소송에 앞서 법적 절차에 따라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향후 예측에 대한 질문에는 “조세심판 청구에서는 대법원 판례 등도 있고 해서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이후 행정소송에 이어 헌법소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쉽지 않은 싸움에, 국회 역할 중요
기관마다 시각차는 있지만, 세금감면을 포함해 공통적이고 가장 빠른 해결은 국회의 역할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이 국회 앞에서 열린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를 통해 법에 명시된 복지시설처럼 감면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또한 향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설로 포함하든 지방세특폐제한법 및 시행령에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활동지원기관뿐 아니라 근로지원기관 등을 폭넓게 명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작년 7월, 동일한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데도 지방세 감면을 받는 기관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장애인복지시설을 직접 설치‧운영하는 기관들도 지방세 감면 대상에 포함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어쟀든 활동지원사업 수행기관들의 존립과도 연결된 데다,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의 말처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벌어진 일”에 대해 해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