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장애인예산안, 언 발에 오줌”… 장애계, 자연증가 수준 “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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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있다. /사진=더인디고 편집

  •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달라진 것 없어
  • 전장연, 활동지원 2500억원 인상? 지하철 시위 예고
  • 전체 예산은 증액… 여성장애인·건강·자립지원 등 삭감
  • 탈시설 시범사업 대폭 삭감… 文정부 지우기
  • 尹정부에 쌓인 불만, 100일 정기국회로 확대!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정부가 지난 2일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총지출예산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심의·조정이 시작된 가운데, 장애계의 불만과 우려도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예산안이자 그동안 ‘촘촘하고 두터운 지원’을 약속해왔던 만큼 일정부분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 이행 의지는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30일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08조9918억원의 보건복지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 정부 예산안에는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일자리, 활동지원 및 발달장애인 지원 등 돌봄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소개됐다. 실제 해당 분야 예산을 분석해 보면, 올해 3조2580억원보다 4634억원(14.4%)이 증액된 3조7214억원 규모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올해보다 2514억원(14.4%)이 늘어난 1조9919억원이고, 발달장애인 지원은 긴급돌봄사업과 주간활동서비스 및 재활서비스 확대 등 올해보다 21.5% 인상된 2527억5500만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수년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예산을 요구하며,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삭발식과 단식농성 등을 진행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장애인예산은 기존 서비스를 일부 확대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지원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2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화요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삭발, 단식투쟁에 이어 지난 8월 2일부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화요집회’를 열고 있다. ©더인디고

부모연대 어떻게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우영우, 기러기 같은 예산, 유감

구체적으로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입원·경조사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긴급돌봄 지원정책은 평가할만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장애인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시에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등은 이미 구축돼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법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긴급돌봄을 위한 40개의 신규 기관 설립에 앞서, 이미 존재하는 시설의 기능 정상화 등 효과적인 긴급돌봄의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 4에 의하면, ‘장애인 단기 거주시설’은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단기간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실제 지역사회에서 소규모 거주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연대는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용 대상자 수가 1만 7000명은 돼야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가 주간서비스를 신청하면, 활동지원 이용시간이 차감되는 제도적 문제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또 인원동결(1만명)을 했다”며, “게다가 이용시간을 125시간에서 평균 154시간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이는 기본형(132시간)과 확장형(176시간)의 중간값으로 4시간 미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축형을 폐지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단축형이 폐지되면서 4시간 미만 이용자가 하루 6시간 제공되는 기본형을 이용할 시 매일 2시간씩의 예산은 불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제 이번 예산안은 제공인력 인건비 단가 상승과 불용될 수밖에 없는 제도 설계로 예산만 부풀려 놓은 것에 불과해 이용 당사자에게는 달라질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부모연대는 또한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자를 1만명 추가해 7만 9000명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단가도 월 22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부 예산안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단가가 인상된 적이 없다 보니, 지난 10여 년간 단가의 동결은 제공기관의 추가적인 자부담을 만들었고, 장애아동 가정의 경제적 부담만 높여왔다”며 “단가 인상은 제공기관의 수익만 높여줄 뿐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과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구체적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껍게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올해 들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처럼 윤석열 정부의 첫 발달장애인 예산안은 이전과 같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수치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중계 캡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수치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중계 캡처

전장연 눈속임 수치에 불과… ‘힌남노에 지하철 시위 취소, 13일 재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윤석열 정부의 첫 장애인예산은 ‘언 발에 오줌 눈 격’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장연은 5일 오전 36차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 권리예산을 오히려 두텁고 촘촘하게 잘라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작년 12월 3일부터 지하철을 타며, 올해 예산(1조7405억원)에서 1조 20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고작 2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확실히 보장할 때까지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역시 국토교통부가 내년 특별교통수단도입 보조(운영비)를 신규로 237억5000만원 책정한 것을 두고 “차량 1대당 1천9백만원 운영단가는 차량에 필요한 기본경비(콜연결 상담원, 연결시스템, 차량비 등)를 제외하고 1명의 인건비 수준도 맞추지 못하는 예산”이라며, “기본 단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고 보조율 50% 명시한 것은 눈속임 수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탈시설 지원 대폭 조정... 장애인예산도 정부 지우기? 국회 대응 벼른다!

한편 국회에 제출된 보건복지부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사업설명자료’ 등을 살펴보면, 장애인예산은 지난 8월 30일 복지부 발표에 따른 ‘촘촘하고 투터운 약자복지 투자 예산’이라고 하기에는 약 11% 증액으로 장애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는 소득보장과 장애인 돌봄 예산 등이 증액됐다고는 했지만, 자세한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여성장애인의 교육과 출산비용 ▲장애인 의료비지원 및 ▲건강보건관리사업 ▲중도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자립생활 지원예산 등은 오히려 삭감됐다. 심지어 ▲장애인 탈시설지원 시범사업 예산은 복지부가 88억원 신청했지만, 26억 8000만원으로 대폭 조정됐다. 사업명도 탈시설이 아닌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으로 변경됐다. 장애인예산에서도 이전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탈시설’이라는 용어뿐 아니라 예산까지 지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건복지부가 설계한 ⓒ 토론회 자료집 갈무리
▲보건복지부가 설계한 탈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주요과제

장애계 관계자는 “앞으로 정기국회 회기 100일 동안 국회 차원에서 장애인 관련 입법과 예산 등을 꼼꼼하게 다루겠지만, 장애계도 이제는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국회 대응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 등 정국이 급랭한 가운데 장애인예산안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지 벌써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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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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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익
1 year ago

자부담이 없는것이 복지국가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