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에 머문 장애인 건강주치의… 과감한 재설계 없이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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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의원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의실에서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이종성 의원, 권성동 의원,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더인디고
▲14일 국회의원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의실에서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이종성 의원, 권성동 의원,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더인디고

  • 장애인·의사의 참여도 저조한 시범사업만 5년째
  • 한의사 참여·의료수가 개선 등 다양한 방안 쏟아져
  • 하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 복지부의 획기적 전환? “글쎄”
  • 이종성 의원, 간담회 통해 현실화 방안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시범사업만 5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여전히 현실화 방안을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한 상황을 점검해서, 제대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령’에 불과한 사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14일 국회의원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의실에서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건강주치의는 지난 2017년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 시행에 따라 이듬해 5월부터 시작됐다. 시범사업 자체의 미비점을 개선하며 지난해 9월부터 여전히 3단계 시범사업 중이다.

장애인주치의 사업, 장애인 건강권과 보건의료 접근성 보장 기대 무너져여당에서도 당사자 기반 설계 주문

하지만 이종성 의원은 “거듭된 개선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 진행과 한정된 서비스 제공, 다원화된 사업 수행 주체 등으로 인해 ‘장애인 건강권과 보건의료 접근성 보장’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당사자 중심의 건강주치의 사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나서 “당사자가 정말 원한 것인지. 공급자 측면에서 만든 것인지 의구심 든다”며 “하지만 이왕 만든 제도이니 어떻게 할 것인지 당사자 의견을 중심으로 내실화가 필요하다. 안이 정리되면 당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 제도에 대한 재설계를 시사했다.

전국 중증장애인 수는 작년 12월 말 기준 98만4813명을 기준으로 할 때 4년간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수는 5371명(중복자 제외)으로 전체 대상자의 0.5%만 참여했다. 3단계 시범사업에선 주장애 이용 대상에 지적·정신 자폐성을 추가했지만, 3단계 주장애 이용 현황을 보면 지적 7명만 이용했고, 정신·자폐성 장애인은 단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았다.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교육받고 등록한 의사와 실제 보험을 청구해 활동한 의사는 큰 차이가 있다. 등록주치의는 1단계 250명, 2단계 439명, 3단계 590명이지만, 활동주치의는 1단계 61명(24.4%,), 2단계 61명(13.8%), 3단계 72명(12.2%)만 참여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적은 참여에 지역별 편차도 크다. 활동 주치의 기준으로 지역별 한 번도 활동하지 않은 지역은 1단계 울산, 전남, 경남, 세종, 2단계에는 울산, 전북, 전남, 3단계에는 울산, 전남, 세종이다. 사업 참여 병원이 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장애인과 의료기관 모두 참여 저조이유와 해법, 너무 많아 문제’?

0.5%라는 저조한 이용률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임선정 수석은 ▲장애인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른다(84%) ▲경증은 빠진 중증장애인 대상 건강관리 ▲장애인에 비해 적은 주치의 수 ▲물리적·경제적·심리적 접근성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제한적 서비스 ▲컨트롤 타워인 장애인 정책국의 한계 등을 꼽았다.

▲한국장총 임선정 수석 ©더인디고
▲한국장총 임선정 수석 ©더인디고

임 수석은 이런 상황에서 제도 정착을 위해선 ▲우선 4년간 시범사업 분석을 통한 제도 재정비와 ▲건강주치의 대상을 장애인 전체로 하고 ▲의사뿐 아니라 한의와 치과, 물리치료 등 당사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건강보건 전달체계 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 등 다학제 팀 구성 ▲물리적·경제적·심리적 의료접근성 강화와 ▲장애인건강정책 전담 부서 신설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임종한 학장은 참여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결국 의사나 장애인 등 이 사업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에 맞는 지불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고 지역 장애인보건의료센터 확대 및 장애인 돌봄에 대한 시민 참여 독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허영진 부회장은 당사자의 선택권과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으로 한의사주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일반건강 관리 및 치료 ▲주장애 관리와 치료 ▲방문진료 활성화의 세 가지 방법으로 한의사의 참여 계획을 설명했다.
일반 건강관리 및 치료와 관련해서는 모든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소화기계 질환 등 다빈도 질환의 변증정보 등을 이용한 포괄평가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리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장애 관리와 치료 관련해서는 뇌병변, 지체 중증장애인들 대상으로 강직, 운동장애, 통증, 감각장애 증상의 변증정보 등을 이용한 포괄평가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종합계획 수립, 관리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장애인 주치의제도의 안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물리적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다.

한의주치의 등 당사자 선택 강화하더라도 제도 자체 개선돼야!

좌장을 맡은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는 “관리보다는 치료가 더 중요할 수 있음에도 장애인건강권법 시행령에 따라 ‘관리’ 중심이라는 점에서 참여 이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어 “당사자 입장에서 내원진료(본인부담 30%)보다는 방문진료(본인부담 10%)가 나은 선택임에도 의사들은 꺼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며 제도 자체의 모순을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허영진 부회장 ©더인디고
▲대한한의사협회 허영진 부회장 ©더인디고

또한 “진단은 의사만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에 묶이는 한 한의가 주치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어렵다”며 “당사자의 선택권과 건강권 보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김일열 장애인정책과장은 “현재까지의 시범사업 결과 분석을 통해 제도 정비를 추진해 나가겠다”며, 전달체계 확충 및 접근성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관리에 치료를 더하면 수가 문제로 연결돼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심평원에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제도 모형 및 전달체계의 개선, 수가 개선에 대한 검토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참여율 저조가 수가보다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의원급에서 주의 대상 발굴 등을 하기보다는 코디네이터 등이 지역 보건의료센터 등을 통해 등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부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 및 토론자. 사진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강준 과장, 김일열 과장, 한국장총 임선정 수석, 대한한의사협회 허영진 부회장, 인하대학교 임종한 의과대학장,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 ©더인디고
▲발제 및 토론자. 사진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강준 과장, 김일열 과장, 한국장총 임선정 수석, 대한한의사협회 허영진 부회장, 인하대학교 임종한 의과대학장,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 ©더인디고

하지만 문제는 산적한데 한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시범사업은 언제까지 할 것인지 혹은 본 산업은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복지부 차원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3단계까지의 시범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매 단계 개선을 해왔지만, 정작 장애인이나 의사의 참여율 등이 나아진 것은 없다. 현재의 의료전달체계 상황에서는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지역사회 1차 의원이 전문 영역별로 다양하게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만, 게다가 관리를 넘어 치료까지 포함하더라도 중증장애인이 1차 의원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획기적 전환 없는 장애인건강주치의는 유령 같은 제도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구조적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시범사업으로 포장해 연명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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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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