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제입원 후송 매뉴얼조차 없어… “예견된 범죄”
- 진압과정에서 폭력에 이어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
- “진상 규명과 중점죄 처벌 여부 지켜볼 것”
[더인디고 조성민]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던 30대 남성 A씨가 사설구급대원들에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장애인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A씨는 자택에서 2명의 사설구급대원에게 가슴 부위를 눌려 실랑이를 하던 중 심정지 증상 이상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당시 A씨의 60대 모친은 ‘보호입원절차’를 앞두고 경찰의 도움을 호소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사설구급대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또 A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등 9개 장애인단체는 20일 오후 2시, 경기용인동부경찰서 앞에서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은 “사설구급대원은 살인자, 경찰은 방조자임에도 참고인 조사 운운하며 사건을 덮으려는 것 같다”면서 단순하고 확실한 사건에 대해 경찰의 후속 조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정연 투쟁조직위원회 권용구 위원장도 “지난 2017년 정신장애인이 난동 부린다고 경찰이 테이저건을 두 발이나 발사해 사망케 한 사건이나 최근 휠체어 기둥에 묶였다가 목이 졸려 죽는 사건 등을 언급”한 뒤 “그때마다 정신장애인은 폭력적으로 진압됐고, 가해자는 복역이 아닌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로 풀려나는 일이 빈번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중범죄 처벌 촉구 투쟁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그동안 경찰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에 불신을 드러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임봉준 변호사는 “우리 법은 보호입원제도와 같이 타인에 의한 강제입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 반드시 수반되는 정신질환자의 후송에 대해서는 아무런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때에는 헌법상 원칙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체포에 관한 규정이 준용돼야 한다. 하지만 강제입원 과정에서 일부 사설구급대원은 이를 무시한 채 주거침입, 폭행, 상해, 약물 투여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때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막대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정신질환자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재 공공 이송체계가 갖춰있지 않다 보니 무소불위의 권능을 행사하는 사설구급대원에 의해 A씨와 같은 범죄 사건은 예견된 결과였다”며 “형사상 상해치상죄를 적용,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6월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에 따른 정신의료기관의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입법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도 지난 9일 제2·3차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의적이고 강제적인 치료를 예방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할 것과 △정신장애인의 자유 및 안전에 관한 권리를 동등하게 회복시킬 것 △정신장애인에 대한 약물과 억압의 사용을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 등 인권 문제의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참여 단체는 정부를 향해 ▲정신질환자의 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적인 방법에 대한 매뉴얼 제작과 교육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비인권적인 동의입원과 보호입원 제도 폐지 ▲강제입원이 아닌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위기쉼터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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