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정된 독일의 “접근성강화법”도 지나친 ‘불합리한 부담’ 적용으로 비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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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정된 독일의 도 지나친 ‘불합리한 부담’ 적용으로 비판받아
▲최간 발간된 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부> 가을호에는 독일의 <접근성강화법>제정 과정과 장애인 당사자들의 비판 등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보사연 <국제사회보장리뷰> 가을호(통권 제22호) 발간
  • 영국, 미국, 일본 등 취약계층 지역사회 정책 소개 기획
  • 독일 <접근성강화법> 제정되었지만 ‘불합리한 부담’… 접근성 적용 예외 허용
  • 장애인 접근성, 당사자 관점의 개별법 통해 포괄적으로 다뤄야 실현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이태수, 이하 보사연)이 지난 10월 2일 <국제사회보장리뷰> 가을호(통권 제22호)를 발간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각 국가의 지역사회 정책을 기획으로 한 이번 <국제사회보장리뷰> 가을호는 영국의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 정책, 미국의 고령친화, 싱가포르의 아동친화적 스마트 도시, 일본의 베리어프리 도시 정책 등 각 국가의 다양한 지역사회를 기반한 정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공적연금 개혁 논의, 프랑스 방과후돌봄, 영국의 긴급 가계 지원, 독일의 아동옴부즈퍼슨 제도 동향 등을 소개함으로써 각 국가별 복지서비스체계도 톺아보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제사회보장리뷰>의 이슈분석에는 독일의 접근성강화법 제정 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법학 박사 과정의 정다은은 <독일의 접근성강화법 제정과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이슈분석을 통해 “이 법은 장애인에게 특정 제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유럽연합 회원국 간 통일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접근성 요건들을 일치시킨 「유럽 접근성법(EAA: European Accessibility Act)」을 독일의 국내법으로 도입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1:1 도입(1:1-Umsetzung)’의 원칙에 따라 「유럽 접근성법」의 적용 범위와 동일한 적용 범위로 한정해 제정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접근성강화법」은 노트북, 스마트폰, 현금자동인출기 등의 특정 정보기술(IT) 제품들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자책(e-book),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의 특정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유럽 접근성법」 제31조 제1항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국내법적 토대를 2022년 6월 28일까지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는데, 독일은 2021년 4월 19일 연방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한 이후 연방의회에서 의결이 이루어지기까지 불과 한 달여밖에 걸리지 않았을 만큼 입법 논의가 신속히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과정에서 많은 사회단체와 장애인단체의 비판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 요건 적용의 예외 때문이다. 즉, 「접근성강화법」 제17조 제1항은 경제행위자(제조자, 수입업자, 소매업자,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접근성 요건 적용의 예외를 허용하고, 이 판단을 경제행위자에게 맡기고 있다. 따라서 경제행위자가 접근성 요건을 갖추기 위해 추가로 과도한 조직적・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때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접근성 요건을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초소형 기업도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독일 내에서 장애인단체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정다은은 지적한다. 이 법이 전자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적용 범위에 한정해 일상용품들이나 직업 활동 제품 및 서비스, 건축 환경 등 장애인의 다양한 생활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금자동인출기, 티켓판매기 등 디지털 접근성이 향상되더라도 건축 환경에 장애물이 있다면 제품에 아예 접근할 수 없고 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행위자에게 ‘불합리한 부담’이 있을 때 접근성 요건을 준수하지 않도록 허용한 규정이 지나치게 경제행위자들의 이익과 편의만을 고려하고 있어 자의적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접근성 요건 준수 감독을 연방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것과 특정 제품과 서비스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비판받았다고 한다.

정다은은 “현재 우리나라도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와 제21조의 하위법령이 논의 중”이라면서 두 법률이 적어도 무인정보단말기와 모바일 앱 등을 공통으로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독일과 같이 개별법을 두어 장애인의 접근성을 포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와 제21조 두 규정 안에 장애인 접근성 내용을 담고 필요한 구체적 사항은 시행령상에 규정하도록 하였다. 이렇다 보니 지나치게 시행령이 방대해져 정작 실무적 문제에서는 소극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장애인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제정할 것, 지나치게 긴 유예기간 설정, 서비스 제공자의 부담만을 우선 시 할 경우 상대적으로 장애인의 접근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접근성강화법」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고 이에 대해 비판적 의견들이 다수 제시되고 있지만, 유럽연합 차원에서 시작된 장애인 접근성 제고에 대한 논의와 이의 영향을 받아 제정된 독일 「접근성강화법」의 상세한 규정들은 우리나라의 관련 법령 제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위한 탄탄한 법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갖춰 가고 있는 독일에서 「접근성강화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독일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장애인 접근성 제고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정다은은 매조지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보장리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https://www.kihasa.re.kr) 발간자료 → 정기간행물 → 국제사회보장리뷰에서 원문을 내려받을 수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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