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또 탈시설 논쟁 속, 복지부 장관 “시범사업 후 재검토”

1
223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이들은 5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놓고 조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사진=국회방송 및 유튜브 캡처
▲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이들은 5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놓고 조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사진=국회방송 및 유튜브 캡처

  • 최재형, 시설 퇴소·민관협의체 거론하며 ‘탈시설 로드맵’ 지적
  • 최혜영, “장관, 정확히 알고 답하라”… 향유의집 팩트체크
  • 조규홍, “탈시설 반대 안 해… 점검 후 로드맵 보완할 것”
  • “CRPD 등 의식한 尹정부, 시범사업만 이어갈 수도”… “우려”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윤석열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에게서 나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5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의 탈시설 관련 질의에 “2024년에 끝나는 시범사업 결과를 지켜보며,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그동안 ‘탈시설’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주의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정부나 공공기관 관련 문서에 ‘탈시설’이 아닌 ‘자립생활’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 로드맵(로드맵)’보다 더 후퇴될 수 있음은 이미 곳곳에서 예견됐다.

여하튼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탈시설 정책에 대한 논쟁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원 중심으로 재연됐다.

국민의힘 , 불법 퇴소에 편향적 민관협의체탈시설 로드맵 문제 있어

포문은 최재형 의원이 열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첫 질의부터 조선일보가 지난 9월 보도한 향유의집 퇴소 절차를 문제 삼으며, 조 장관을 향해 “본인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동의한 것처럼 작성하고, 1인 거주가 불가능한 장애인까지 지원주택에 입소시킨 것이 적절한지”를 물었다.

조선일보가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보도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2019년 A씨가 향유의집 거주인 퇴소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에 기각 결정 취소를 청구했고, 행심위는 3년 만에 4명에 대해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 이들 중 3명은 장애인복지법상 법정대리인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장애인 대신 퇴소동의서에 서명했고, 1명은 가족이 없는 데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무연고자라고 보도했다.

조 장관, 탈시설 추진 맞지만반대 단체 의견수렴과 시범사업 결과 후 재검토

조 장관은 “탈시설로 대표되는 자립지원 정책은 추진해야 하지만, 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면서, “시범사업 중 (의사에 반한 퇴소 등) 인권침해 사례도 조사해서, 앞으로 추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회 후 저녁부터 이어진 국정감사에서도 탈시설 질의는 계속됐다. 최 의원은 2018년 4월 복지부 회의자료를 공개하며 “‘탈시설 민관협의체’ 구성이 편향적”이라고 단정하며, 장관 의견을 추궁했다.

정부 제외 장애계·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 3명이 포함됐다는 것. 즉 편향적인 협의체가 논의한 로드맵 자체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최 의원의 지적에, 조 장관은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 단체 등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의원은 이어 “로드맵은 ‘2020년 거주시설 전수조사(장애인개발원)’에서 2만4000여 명의 거주인 중 응답 가능한 6035명만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수립된 것”이라며 “적절하냐?”고 재차 추궁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니, 면밀히 검토해 향후 로드맵을 재검토하거나 그대로 추진하든지 하겠다”고 말해 정책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 동의할 부모·자식 없으면 평생 시설?.. .시설이 지원주택보다 낫나?”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장관 답변이 조금 미흡한 것 같다. 탈시설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답변해야 한다”며, “인권위 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또 퇴소 절차 위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냐?”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최재형 의원과 장관을 향해 “4명 중 3명은 법적으로 적법한 부모나 자식 등 1촌이 아닌 형제 등이 동의서를 써줬다. 문제는 입소 때부터 거주인의 자녀가 미성년이다 보니 관례로 형제가 시설 업무를 처리해 왔다”면서, “나머지 1명은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사 표현을 못 한다고 단정 지었을 뿐, 중요한 것은 알지도 혹은 있지도 않은 부모 자식을 어디서 데려와 동의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은 죽을 때까지 시설에 있어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장애인 시설에서 재활교사 1명이 거주인 4명을 담당한다. 하지만 지원주택은 1인당 활동지원사 1명이 배치되고, 시간이 부족하면 주거코치가 그 공백을 완화한다. 심지어 UN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탈시설을 권고받은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재형 의원은 “현행 탈시설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는 장애인과 가족의 의사를 존중해서 그들이 원하는 시설이나 지원주택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면서도, “거주시설 폐지를 원칙으로 세운 채, 로드맵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설을 그대로 두고 원하는 사람만 탈시설을 시키자는 주장이다.

조 장관도 “제가 탈시설 방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려 등이 있으니 미리 대비방안을 하자는 것”이라며 “상황을 점검해보고 보완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칼자루 쥔 윤석열 정부, 탈시설 논쟁 이어가며 시범사업만 5?

한편 이날 열린 국정감사를 꼼꼼하게 들었다는 장애계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2018년 2월부터 민관협의체 운영과 로드맵 발표, 그리고 1년이 또 지났지만 유사한 논리로 찬반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며 지루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날 여당인 국힘의 최 의원, 그리고 장관도 탈시설 정책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견해에 따르면 현 탈시설 로드맵이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부합하고, 충분한 예산과 기타 조치 등을 포함한 보장 등을 권고한 만큼, 없던 것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탈시설 반대 세력과 UN 권고 등을 의식해 건강주치의제처럼 정권 끝날 때까지 ‘시범사업’으로 시간을 끄는 것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aea9a6b089@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asdok980607@naver.com'
이태현
1 year ago

탈시설 반대 세력과 UN 권고 등을 의식해 건강주치의제처럼 정권 끝날 때까지 시범사업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하루빨리 탈시설화의 찬성과 반대 입장의 절충안을 만들어 탈시설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