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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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unsplash
▲휴대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출근길에 매일 타던 마을버스에서 내렸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뒤로 몇 걸음 가 보고 지팡이로 열심히 위치정보를 찾아보지만 유의미한 랜드마크 같은 건 찾아지지 않는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려는 시도할 때쯤 마침 출근하시던 동료 선생님의 차가 구조신호를 보낸다. 반가운 마음에 에어팟과 지팡이를 추스르고 덥석 올라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겨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데 벌써 학교 정문 앞 도착이다.

정말 목적지가 코 앞이었는데 정류장이 아닌 곳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찾는 건 보이지 않는 내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기사님 나름으로는 공사장 바로 옆인 정류장보다는 안전한 곳에 내려주려 하셨던 것 같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겐 당황과 혼란을 선물한 셈이 되었다.

부랴부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았는데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 싸하게 다가온다. 에어팟과 휴대전화가 없다. 분명 재킷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데 서두르다 어딘가에 흘린 것 같다. 살려주니 보따리 찾아내라고 하는 사람처럼 차를 태워주신 동료 선생님께 전화를 걸고, 마을버스 회사에도 문의를 드렸다.

겨우겨우 에어팟은 발견했는데 전화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걸어온 길에도 다른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없다. 통신사에 분실신고를 하면서 쿨하게 잊어버리기로 결심했지만 아쉬운 마음마저 한 번에 정리되지는 않는다.

‘왜 버스는 거기다 세워주셔서 정신을 없게 만드는 거야?’

‘하늘로 솟을 일은 없는데 누가 가져간 걸까?’

‘같이 찾아준 분은 꼼꼼하게 살펴본 것은 맞을까?’

머릿속에 떠올려서는 안 되는 불평과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정신을 차리려고 머릿속에 남아있는 합리적인 생각들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 속상하긴 했지만, 그 원인은 주머니 깊지 않은 옷을 입고 온 나에게 있었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에어팟 하나는 찾았다.

도와준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새로운 전화기를 구매해야 했다. 시간과 돈이 들긴 하겠지만 상황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심리적인 불안함이야 시간이 지나면 정리될 것이고 이성만큼은 냉철해야 했다. 휴대전화 하나 장만할 정도의 여유는 내게 있고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내 삶을 위협할 정도의 사고도 아니다.

내가 노력해야 하는 건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다. 이전 분실의 경험들에서 알아낸 회복의 기술이기도 했다. 난 실수나 실패가 많은 사람이다. 잘 잃어버리고 자주 다치고 도전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어려운 것은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손해보다는 평정심을 찾는 냉정한 마음이다.

불안하고 아쉬운 마음은 되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허망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더 큰 것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별것도 아닌 물건을 찾으려고 허둥대다 다른 것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주변을 의심하다 사람을 잃기도 한다.

실패를 마주했을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이유를 찾는 일이다. 그 생각들이 다소 자기 합리화적인 억지 이유라도 쓸데없는 불안함으로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비슷한 경험을 마주하게 될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격투기 경기에서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선수는 힘이 세고 기술이 좋은 선수이기도 하지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지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선수이다. 다운시켜도 다시 덤벼들고 두 번 져도 세 번 도전하는 선수는 무패 전적을 가진 선수보다 무섭다. 그는 넘어지면서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맞으면서 견디는 법을 터득하고 패하면서 지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이가 분명하다.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진다. 시험을 망쳤더라도 틀린 문제들을 곱씹고 다시 같은 시험을 본다면 그것만큼 성적이 보장되는 일도 또 없을 것이다. 두 번 망쳤다면 세 번 다시 보면 되고 또 한 번 더 망쳤다면 두 번 더 보면 된다. 실패의 반복은 성공에 가까워지는 과정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성공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지금 실패를 맛보았다면 이제 성공이라는 자식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

난 오늘 휴대전화기를 잃어버렸지만, 이제부터는 헐렁한 주머니에 전화기를 넣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또 물건을 잃어버릴 수 있겠지만 오늘보다는 좀 더 빠르게 평정심을 찾을 것이다.

오늘 실수했지만, 이것이 내 삶에 있어 더 나은 길로 가는 과정이 되도록 마음을 다잡고 성공이라는 자식을 만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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