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는 ‘약자 동행’ 거부… IL센터들 “서울시 탈시설 역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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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연 활동가들은 11일 결의대회를 마친 후 ‘탈시설 기회를 빼앗는 서울시’ 등이 적힌 현수막과 손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더인디고
▲서자연 활동가들은 11일 결의대회를 마친 후 ‘탈시설 기회를 빼앗는 서울시’ 등이 적힌 현수막과 손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더인디고

  • 서울시 내년 예산안에 ‘거주시설연계사업’ 16곳 축소
  • 서자연, ‘약자와의 동행’ 내걸고 개고기 파는 꼴
  • “가면 벗고 탈시설 자립생활·전담인력 노동권 보장해야”
  • 시의회 복건복지위, 21일부터 예산안 심사… ‘복구’ 약속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시가 장애인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축소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에 당선된 후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탈시설의 당위성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재량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엔 장애인 탈시설 기회마저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서자연)는 10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장애인 자립생활 예산을 삭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서울시 IL센터 활동가 약 300여 명이 10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더인디고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서울시 IL센터 활동가 약 300여 명이 11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더인디고

‘IL센터 운영 3년째 동결탈시설 사업 예산 축소가 약자와의 동행?

서자연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에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예산(국비 2.9억, 시비 2.5억)에 대해 자연증가분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동결이다. 게다가 IL센터 55개소에 ‘거주시설연계사업’을 지원하던 것을 내년엔 39개소로 축소했다.

실제 더인디고가 입수한 내년 서울시 예산안에는 ‘거주시설연계 장애인자립생활지원(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업을 위해 39개소에 각 4328만원이 책정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1월 1일 내년 예산안을 47조 2052억원으로 편성,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특히 ▲’약자와의 동행’ 4대 핵심과제 추진에 12조 8835억원 ▲‘매력 특별시’ 조성 6대 핵심과제에 2조 8699억원 ▲도시안전 강화 2대 핵심과제에 1조 1676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선8기 서울시의 슬로건인 ‘동행·매력 특별시’를 본격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본 예산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거주시설연계사업, 내년 5536곳으로 축소, 전담인력 노동권도 문제!

‘IL센터와 장애인거주시설 연계하는 장애인자립지원사업, 일명 거주시설 연계사업은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경험을 하며,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과 자립생활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2013년부터 공모사업으로 운영하다 2019년부터는 기본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예산지원을 받는 IL센터들은 거주시설 1개소와 연계해 탈시설 사업을 수행해 왔다.

서자연 진형식 회장은 “시는 탈시설 실적을 자립한 인원수만을 실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지역사회 일자리와 활동지원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평생 시설에서 살아온 거주인들은 탈시설을 결심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는데, 탈시설 인원만을 실적으로 보는 것은 결과에 치중한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거주시설연계 사업 축소는 전담인력, 특히 대안도 없이 과반을 차지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것”이라며, “서울시의회가 예산을 책임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탈시설 후퇴뿐 아니라 55개소 전담인력의 노동권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서울시는 39개소를 목표도 다시 공모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16곳을 탈락시킬 것인지 기준조차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일단 의회로 예산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결정이든 55개소의 전담인력 모두가 고용불안은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짜 버스? 필요 없다”… 탈시설 자립생활은 권리를 말하는 것!

관련해 중구길벗자립생활센터 김성은 센터장은 내년 ‘버스 무료 탑승 예산안’에 대해 “누가 버스를 무료로 타게 해달라고 했나? 동정의 예산과 말뿐인 약자와의 동행은 단호히 거부하겠다”면서, “우리는 그런 예산이 아닌, 자립생할 조례와 탈시설 지원 조례 등에 따라 당당하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자, 탈시설 권리 및 노동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11개월째 거주시설연계사업을 담당해왔다는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창영 활동가는 “투입해야 할 비용이 부담된다고 대폭 축소한다면, 사후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들여 만회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실적이 없다고 기회마저 박탈하면, 정작 탈시설의 욕구를 가진 당사자를 외면하는 모순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만희 보건복지위 부위원장 증액 노력약속서자연은 양두구육피켓 들고 거리행진

 ▲진형식 서자연 회장(좌)이 유만희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우)에게 서울시를 규탄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진형식 서자연 회장(좌)이 유만희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우)에게 서울시를 규탄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이날 집회 현장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과 시 자립지원과 김건탁 과장 등이 방문했다. 유 부위원장은 서자연 측의 서울시 규탄 문서를 받아들며 “의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김 과장은 “예산안이 증액되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시의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내달 22일까지 제315회 정례회를 개최한다. 시의회는 이번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 서울시정·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에 이어 21일부터는 서울시·서울시교육청 예산안 등을 심의·의결한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서자연 소속 약 300명의 활동가들은 대한문과 서울시청을 거쳐 다시 서울시의회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에 빗대 서울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IL센터 활동가 300여 명은 11일 서울시를 양두구육여 빗대 비판하며, 양두구육과 거주시설연계사업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서울시 IL센터 활동가 300여 명은 11일 서울시를 양두구육여 빗대 비판하며, 양두구육과 거주시설연계사업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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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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