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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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안에서 ⓒ픽사베이
▲ktx 안에서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행사에 초대되어서 받은 기차표가 특실이다. KTX를 탈 때마다 ‘의자 사이 간격이 조금만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 특실은 그 바람을 한 번에 해결해 준다.
두 다리 쭉 뻗을 정도는 아니어도 답답함이 해소되기엔 충분했다. ‘약간의 차이는 큰 편안함을 만들어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주최 측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쯤 동행한 친구는 나와 정반대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자리 사이가 넓어지니까 다리를 놓아도 좀 불안하고 특실이 꼭 좋은 건 아니네.”

키가 작은 친구도 아니었는데 그녀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간격은 특실보다는 일반실에 가까웠었나 보다. 내가 편안해진 만큼 그녀가 느끼는 불편함의 크기가 커졌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서로 다른 사이즈의 옷을 입고 다른 모양의 신발을 신고 살아간다. 입지 않은 것처럼 편안한 옷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나에게 한하는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확히 같은 사이즈의 운동화를 신는 친구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푹신한 쿠션감을 좋아하고 또 다른 친구는 딱딱한 안정감을 선호한다.

의자가 차지하고 있는 단위면적의 크기에 비례하여 특실의 요금은 일반석보다 비싸게 책정되었겠지만, 그것이 그 자리에 앉는 모든 이들의 편안함의 크기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식당 메뉴판의 음식들이 가격의 순서대로 우리의 만족도를 정하는 것도 아니고 보약에 들어간 약재의 가짓수가 우리 몸에 미칠 약효의 크기를 나타내지도 못한다.

나의 배려가 어떤 이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입은 편안한 옷이 그에겐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인류 보편의 절대적 진리가 세상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가치는 모든 이에게 동일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의자 간격 하나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내가 가진 생각으로 나 아닌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은 말이야…”, “어른들은 말이야…”, “장애인은 말이야…” 하는 근거 없는 개똥철학들도 “월요일 아침엔 크루아상에 에스프레소를 먹는 것이 제일 좋은 식사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허풍일 뿐이다.

어떤 사람도 최대한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의자는 없으므로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의자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처럼 어떤 생각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말 특실이고 인간적인 세상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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