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13] 김현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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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 경산지회 김현진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 경산지회 김현진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를 등에 업고 이곳저곳 병원과 치료실을 전전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아들은 저보다 훨씬 큰 키와 덩치를 가진 스물두 살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희생과 아픔으로 완성된다고 하지요. 힘도 세지고 덩치도 커졌지만, 아직 자기 이름 석자 쓰기가 전부인 우리 성현이.

중년이 된 저는 병원에 가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치료를 미뤄야 했고 급기야 수술 삼 일 만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장기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진통제만 한 보따리를 챙겨 돌아서야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부모님들의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엄마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아이. 우리 성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 두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그 생각을 하면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남들은 부모님이 나이 드시면 요양원에 모신다고 하지만 저는 제 아이와 함께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 내 힘이 다하여 눈 감아야 할 때 국가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요.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과 실행을 내 눈으로 보고서야 편히 눈감을 수 있을, 지금 이 자리의 모든 부모님들. 우리와 같은 가족들의 비극이 얼마나 더 일어나야 국가가 대답을 할까요. 오늘 또 시작합니다. 함께 합니다. 함께 시작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하다 눈 감을 그 날까지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과 실행을 위해 함께 합시다. 투쟁!!!

– 2022년 11월 15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13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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