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없었던 ‘공권력’이 ‘삼각지역’에 몰려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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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없었던 ‘공권력’이 몰려온 이유
▲지난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행동'을 13간 동안 고립시킨 서울시가 새해부터 장애인의 버스 요금을 지원한다는 홍보를 하자 승차도 못하는데 무슨 요금지원이냐는 장애를 가진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더인디고 편집
  • 13시간 동안 고립된 전장연…‘권리’ 대신에 ‘혐오’만
  • 서울교통공사의 열차지연 안내문자… 자신들 책임에는 모르쇠
  • 있어야 할 곳에 없었던 ‘공권력’, 휠체어 사용 장애인 탑승 저지에만 최선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2일 법원의 ‘5분에 500만원’ 조정안을 수용한 전국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봉쇄로 지하철 탑승을 전면 거부당한 채 13시간 동안 삼각지역 승장강에 고립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전장연은 법원에서 조정안대로 지하철 5분 탑승을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은 “1분 늦어도 큰일”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MBN 방송에서의 언급에 따라 하루종일 지하철 탑승을 가로막았다. 이날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13차례나 무정차시키는 과정에서 되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었다는 불만이 SNS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yni***)는 “경찰 수백명 투입하고 역에 펜스 쳐서 사람들 옴짝달싹 못하게 한 다음에 전장연 탓에 열차지연이라고 계속 방송하면서 무정차 시켜서 시민들이 전장연 욕하게 판 짜고 있음 진짜 양아치”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고, 또 다른 이용자(@t_ran*******)는 “2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궤도장애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선로 장애여파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나 공지는 없었습니다. 전장연 시위로 인한 지연을 적극 알렸던 것과는 비교됩니다.”라며 서울교통공사의 열차지연을 대하는 이중잣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각종 SNS에는 비슷한 시간대 열차지연 사유를 보낸 서울교통공사의 안내문자 내용이 자신들 책임일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없이 순연 지연’으로 전장연 탑승 시에는 ‘지하철 타기 불법시위로 인한 무정차 통과’로 보내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오른쪽 문자의 경우 열차 지연 사유는 ‘궤도장애’였다. ⓒ 트위터 갈무리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자신들의 업무실수 등으로 열차 지연이 발생할 경우에는 아무런 안내 공지도 하지 않거나 ‘특별한 사유없이 순연 지연’이라는 핑계를 안내문자로 알리다가도 전장연의 시위에는 득달같이 ‘불법 시위’ 운운하면서 알리는 등 자의적 판단으로 운행 지연의 책임을 전장연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터다.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이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5분 이내 탑승하겠다고 하자, MBN에 출연해 1분 늦어도 큰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어제 출근시간대인 7시 34분 지하철 2호선에서 궤도장애가 발생해 열차가 10여 분 지연되고 그 여파가 1시간 넘게 지속되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사후 대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지난해 이태원에서 발생했던 참사 때에 서울시와 경찰이 전장연 시위 때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전장연 시위는 문자가 오는데 그날 왜 이태원에서는 안전 문자를 안보냈습니까. 정부의 기분을 거스르는 행위만이 전국에 문자를 보내줄 수 있나요?”라며 당시 상황을 안타까워 하는가 하면, 또 한 시민은 “전장연 시위로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가 굳이 이 시간에 안전안내문자로 보내야 할 사안인가? 그런 염려와 정성은 왜 이태원 참사 때는 진작 발휘되지 않았나? 누가 안전안내문자를 국민 갈라치기 용도로 사용하라고 허락했나.”라며 따져 묻기도 했다.

이번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지하철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겠냐”며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 대응해 나름의 성과를 얻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에 대한 정치적 견제를 위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즉, 이태원참사로 인해 실추된 서울시장으로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적 능력을 보이는 한편, 장애인 시내버스 부담 경감, 안심소득 등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성과가 희석되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13시간 동안 삼각지역 승강장에 고립되어 있던 과정에서 온갖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행태가 자행되기도 했다. 경찰 등은 전동휠체어 전원을 끄거나 컨트롤러를 일부러 파손시키고, 휠체어를 탄 장애당사자 귓가에 “야, 병신새끼야!!”라는 욕을 하고 사라진 지하철 보안관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어제 상황과 관련해 장애인 차별 여부 조사 등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조사관을 파견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장애당사자들의 차별진정이 있으면 적극적인 차별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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