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누나·매형이 학대… 부모연대 “가족의 평생돌봄에 갇힌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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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조르는 나무인형 ⓒunsplash
▲목을 조르는 나무 인형 ⓒunsplash

  • 가족의 발달장애인 부양의무, 언제까지 분통
  • ·정부, 근본대책 없이 기존 정책에 덧대
  • 지적장애인 동생, 치료 후 당장 갈 곳 있나?
  •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입소조차 바늘구멍

[더인디고 조성민]

새해부터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동생을 창고에 가두고 학대한 누나 부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언론 보도 등에 의하면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적장애인 A씨의 친누나 B씨와 매형 C씨를 감금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거의 나체 상태인 데다 화상 등 상처가 있었다. 진술 과정에서 A씨는 ‘누나와 매형이 열흘가량 자신을 가두고 밥도 굶기거나 뜨거운 다리미 등으로 폭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누나 부부는 ‘범행을 일부 시인’했지만 ‘다리미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A씨는 현재 전주의 한 병원으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3일 “해가 바뀌어도 부모나 가족에 의한 발달장애인의 학대나 살해 등 비극적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이 가족에게만 지워지는 ‘부양의무제’와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발달장애인 지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외면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11월 29일, ‘발달장애인의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존의 서비스를 확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이어 “윤석열 정부가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기반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며 “그 시작은 A씨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라고 강조했다.

A씨는 전북 임실에서 부모와 함께 살다 도내 한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퇴원한 뒤 B씨 부부 집에서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A씨의 어머니는 ‘보호자는 누나이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어머니가 A씨의 지원 책임에서 벗어나는 대신 누나 부부가 어머니 재혼으로 갈 곳 없는 동생과 2개월간 생활한 것으로 추측된다. 열악한 지역사회 지원체계로는 누나 부부의 돌봄 부담을 덜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모연대는 “지역사회 지원대책의 부재를 탓하며 학대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만큼 누나 부부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면서도 “다만, 누나 부부를 학대 가해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가 병원을 나온 이후 당장 머물 곳도 마땅치 않다. 피해장애인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을 긴급하게 보호할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조차도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에 단 한 곳씩만 설치됐다. 복지부가 지난해 4월 ‘2022년 피해 장애아동 쉼터 공모사업’을 통해 서울, 부산, 경기 지역에 쉼터 설치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이외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해 발간한 ‘2021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사례 1124건, 이중 남성 피해자는 573명(50.1%), 여성 피해자는 551명(49.5%)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쉼터 입소 정원은 많게는 8명, 적게는 4명으로 제한돼 모든 학대 피해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A씨처럼 남성 피해자 쉼터 정원은 41명으로 피해자 중 7%만 수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남성 학대피해 쉼터는 전무하다.

A씨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그동안 가족에만 맡겨진 평생 돌봄은 온 가족이 해체되고 나서야 결국 이를 외면한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가와 지자체는 무엇을 선택할지도 살펴볼 일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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