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교원 3명 중 1명 “의사소통 지원 전무”… 인권위 집단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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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2일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청각장애인교원에게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장연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2일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청각장애인교원에게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장연

  • 인천교육청 제외하면 정당한 편의 미제공 43%
  • 코로나로 차별 더 심각교육당국 예산 없다되풀이
  • 장애인교원노조, 교육부·교육청 인권위에 집단 진정

[더인디고 조성민]

“마스크로 인해 입술과 표정조차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무 회의를 하고, 자막도 없는 교원영상물을 어떻게 보라는 것입니까?”

청각장애인교원들이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의사소통 등 정당한 편의를 지원받지 못해 받은 차별을 명확히 밝히고, 교원의 권리를 되찾고자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각 시·도 교육청에 ‘정당한 편의지원(의사소통 지원)’을 요청했지만, 교육 당국은 그때마다 예산과 매뉴얼, 전담 부서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지원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지난해 관련 예산편성을 한 교육청은 인천이 유일하다. 결국 전국 대부분의 청각장애인교원은 의사소통 수단이 단절된 상황에서 혼자 어려움을 감내하도록 내몰렸다는 것.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2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청각장애인교원 의사소통 미지원에 따른 장애인 차별을 즉각 중단하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인권위에 집단 진정서를 접수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21.12.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청각장애인교원은 300여 명. 코로나19로 인해 교내에서 상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이들이 근무 중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한 경우는 수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직원 회의, 교내·출장 연수, 각종 협의회, 초과 근무 및 출장 시, 업무 관련 회식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각장애인교원 당사자들은 교육 당국의 의사소통 미지원으로 업무수행과 교육활동에 있어서 심각한 곤란과 차별 등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실제 장교조가 지난해 12월 19일~25일, 전국 국·공·사립 학교에 재직 중인 청각장애인교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차별적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청각장애인교원 37명 중 ‘근무 중 수어나 문자통역 등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은 교사는 33명(89%). 특히, 어느 하나라도 경험한 교원 중 97%는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의사소통 지원을 받아 본 교원들조차도 전문 인력에 의한 공식적 지원이 아닌 동료 교사의 임시 대필 등이었다. 의사소통 지원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교원도 무려 13명(35%)에 달했다. 인천교육청 소속 교원을 제외하면 의사소통 지원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교원은 전체의 43%에 달한다.

장교조에 따르면 올해 청각장애인교원 의사소통 지원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은 인천(6000만원)과 전남(1000만원)을 제외하면 단 한 곳도 없다. 설사 예산을 편성했더라도 교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에 적합한 지원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차별로 그치지 않는다. 잔존 청력을 활용해 동료와 소통하다 보면, 과도한 피로를 유발하게 된다. 결국 결정적인 업무 관련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장교조 김헌용 위원장(사진 앞줄 우측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교조 유튜브 캡처
▲장교조 김헌용 위원장(사진 앞줄 우측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교조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장교조 김헌용 위원장은 “오늘(12일)은 장애인교원이 차별을 이유로 처음 공개 발언을 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 학교에서 교원과 관련한 대표적인 차별사례가 바로 청각장애인”이라며, “학생을 가르칠 때도, 교사들과 업무 등을 할 때도 대화는 필수적이지만, 교육 당국은 단 한 번도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는 시급히 관련 조사를 통해 교원들이 차별 없이 학교에서 수업과 업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고, 나아가 교육 현장이 한 발 더 정진하는 계기가 되도록 권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장교조는 “‘장애인고용법(제21조)은 고용주가 수어 통역사 등의 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원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며 “청각장애인교원의 임용권자인 교육감 및 교육부 장관은 ▲원인 규명과 ▲교원의 요구를 고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거부한 실무 담당자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 조치, 이어 ▲교원의 근로환경을 전수 조사하고, ▲의사소통 편의지원 계획을 수립할 것 등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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