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발달장애 남매 방치가 더 공포”… 시한부 어머니 ‘마지막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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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 김씨는 16일 오후 자신의 발달장애 남매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게 해달라며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주거유지 정책 수립을 호소했다. ⓒ더인디고
▲김씨는 지난 1월 16일 항암치료 중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발달장애 남매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게 해달라며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주거유지 정책 수립을 호소하고 있다. ⓒ더인디고

  • 길어야 1살던 지역서 안전하게 살게 해주세요
  • 지원주택·돌봄 결합한 주거유지 정책촉구
  • 발달장애인 동행돌봄약속한 김동연 경기지사, 선택은?
  • 경기도, 3주 검토 후 부모연대 등과 2차 면담 약속

[더인디고 조성민]

“김동연 경기도 지사님, 도내 발달장애인 5만7000여 명과 그 가족을 살리는 정책을 펼치시겠습니까” 아니면 또 몇 번째일지 모를 분향소에서 고개를 숙이시겠습니까?”

다시 강추위가 시작된 오늘(16일) 오후, 장애인부모와 단체 활동가들이 의정부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김동연 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인이 부모나 가족이 없더라도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지원주택과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함께 받는 ‘주거유지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6일 오후 1시,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부모나 가족의 부재가 발달장애인의 지원의 부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기도 역시 장애인의 주거유지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6일 오후 1시,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부모나 가족의 부재가 발달장애인의 지원의 부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기도 역시 장애인의 주거유지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 방치될 발달장애 남매 생각에 공포… ‘김동연 핫라인’ 절망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8월, 유방암 4기(다발성 간 전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김모 씨도 참석했다. 현재 암이 뼈까지 전이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두 남매만 남겨질 세상이 암담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왔다고 한다. 김씨의 남편은 2021년 먼저 세상을 떠났고, 현재 두 자녀와 경기도 의왕의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김씨는 “길어야 1년을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면서, “그 순간 자신이 죽는 것보다 두 남매가 무방비로 방치된 상황에서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고 말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경기 긴급복지 핫라인 현수막 ⓒ 김동연 지사 SNS
▲김동연 경기지사가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경기 긴급복지 핫라인 현수막 ⓒ 김동연 지사 SNS

의왕시청을 찾아 “두 자녀를 위한 ‘지원주택’이나 단기 ‘체험홈’에서라도 살게 해달라 요청했지만, ‘일단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 ‘살아 계시는 동안 안될 수도 있다’는 말뿐이었다”며, “도지사 직통문자(핫라인) 역시 ‘긴급에 해당하지 않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고 말해, 그동안 절망적인 시간을 토로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8월 수원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25일 분향소를 찾아 “우선 핫라인부터 만들겠다”며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정말 힘드신 분들은 ‘핫라인 번호(010-4419-7722)’로 연락을 달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김동연 지사님, 마지막 호소입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게 해주세요

김씨는 이미 여러 차례 절망을 경험했지만, 김 지사를 향해 “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만 있다면 몇 달 더 사는 것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제발 제 아이들이 살던 지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주거유지 지원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힘겹게 호소문을 읽었다.

▲김씨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이후 경기도와 의왕시를 찾아 다니며 호소했던 일들을 말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더인디고
▲김씨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이후 경기도와 의왕시를 찾아 다니며 호소했던 일들을 말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김씨의 첫째 자녀(여)는 야간에는 쉼터를, 주간에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말로 쉼터가 종료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자녀(남)는 긴급지원 형태로 월 30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추가로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김씨가 직접 의왕시청을 찾아 힘겹게 받은 서비스인 데다, 3월까지 한시적인 지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 씨만의 일? 전국 곳곳에서 예고된 결말 시설

부모연대에 따르면 이는 전국의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안산에서는 두 명의 발달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부모 없이 남겨진 두 명의 자녀는 주거지원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만 받고 있다.

지역만 다를 뿐 새해 전북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동생을 창고에 가두고 학대한 누나 부부가 구속된 사건이다. 이 20대 장애인의 어머니는 ‘보호자는 누나이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해, 누나 부부가 마지막 보호자로 있었던 셈이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나면,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다음 거주지는 시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부모연대는 윤진철 사무처장은 “전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는 가족부양의 고통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 부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김동연 지사의 발달장애인 공약 이행과 분향소에서 한 약속을 지키라”며 “주거유지 서비스(장애인 지원주택과 돌봄주거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을 재차 촉구했다.

김 지사 돌행돌봄약속에 3대 세부안 제시경기도 선택 주목

관련해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조아라 활동가는 경기도 관계자와의 면담에 앞서 3대 요구안의 내용을 설명했다.

우선 ▲김씨와 자녀를 위한 ‘위기지원 전담체계’ 구성이다. 전담체계는 경기도와 의왕시 장애인정책 총괄 담당 부서와 활동지원, 주간활동서비스 담당팀이 참여하되, 31개 자치구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어 ▲올해 상반기 내 장애인지원주택 및 돌봄주거서비스 등 주거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31개 자치구 중 50% 이상은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조 활동가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미 5년 차로 접어들며 201개 지원주택을 마련했다.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코디네이터들이 각 가구를 방문하며 당사자의 필요한 욕구를 확인하고, 자원을 연계하는 중간역할을 맡는다. 경기도도 2021년 지원주택 조례를 통과시킨 만큼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조 활동가는 끝으로 이 같은 주거유지 정책에 더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하루에 고작 3~4시간에 불과한 만큼,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씨와 부모연대는 경기도 관계자와 비공개 미팅을 했다. 경기도 측에서는 김 지사 비서관과 도 자립지원과 발달장애인팀장이 참여했다.

윤 사무처장에 따르면 경기도 실무진은 요구안에 대해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 대신 3주간의 검토 시간을 갖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김 지사와의 면담은 이후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부모연대와 김씨(사진 왼쪽)가 경기도 관계자에게 김동연 지사 면담을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모연대
▲부모연대와 김씨(사진 왼쪽)가 경기도 관계자에게 김동연 지사 면담을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모연대

한편 김 시사는 지난 선거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 등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선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 분향소를 찾아 “경기도가 (발달장애인 및 가족과) 같이 한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작년 6월 인수위를 통해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부담 경감,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강화, ▲일자리‧주거지원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발달장애인 동행돌봄 체계’를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의 동행돌봄뿐 아니라 탈시설 정책의 핵심은 주거지원과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핵심이라는 것이 이날 재차 확인된 셈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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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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