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2] 신유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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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전남지부 신유리 화순지회장 ⓒ부모연대
▲부모연대 전남지부 신유리 화순지회장 ⓒ부모연대

[더인디고] 전남 화순군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아파트에 살다가 저희 아들이 네 살 때 집을 지어 이사를 했습니다. 광주에서 살 때는 아이와 놀이터나 집 바로 앞 공원도 산책하기 힘들었습니다. 아이의 흥분, 불안, 울음 등으로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금 사는 동네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서 잔디도 밟지 못하고, 물 묻은 바닥을 밟지 못해 그 자리에서 꼼짝 못 하고 죽어라 우는 아이였습니다. 이곳에 오면 학교 잔디운동장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낙엽 위에 아무렇지 않게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남편을 설득해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화순에는 통합교육이 잘 실현되는 오성초등학교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특수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학교 전체의 변화는 상당히 놀랍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장애 아이들과 부모들, 통합학급 교사들, 학교…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이지만 우리 학교의 아이들을 보면 제가 아이들보다 편견이 더 많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같이 지내면서 겪는 편견 없는 태도와 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을 다르게 자라게 하는지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비장애 부모들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학부모 회의 시간에 자녀들의 장애 인식은 높지만, 어른들은 아이들과 대화하는데 부족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비장애 부모들도 장애인식 교육을 받고 싶다는 모습을 보며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모든 학교나 사회가 우리 학교처럼 장애 친구들과 당연하게 어울리고 그것이 자랑인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도 어쩌면 특수교사가 바뀌고 점차 이런 좋은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제가 본 희망과 가능성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연대의 이런 어렵고 대단한 일들을 해오신 분들께 존경과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같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 1월 17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2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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