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vs 오세훈 시장 ’50분’ 면담… 이준석 공방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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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박경석 대표(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은 2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에서 공개적으로 만나 50분간 공방을 이어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전장연 박경석 대표(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은 2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에서 공개적으로 만나 50분간 공방을 이어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 새로울 것도, 약속도 없는 면담에 양측은 도로 원위치?’
  • 이동권·탈시설더 알린 전장연 vs ‘명분쌓은 오 시장
  • 지하철 지연시킨 전장연은 강자더는 안돼
  • 약속 어긴 국가 향한 저항권은 헌법상 권리
  • 탈시설 놓고도 공방… , 시설 옹호 단체들과도 면담 개최

[더인디고 조성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오후 마주했지만, 양측의 입장만 거듭 확인한 채 50분간의 면담은 허탈하게 끝났다.

오후 3시 30분부터 일부 방송사가 생중계한 면담 내용을 보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도 혹은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전장연은 3일 논의를 통해 공식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지하철 시위는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 역시 1분 지연에 대한 무관용 원칙뿐 아니라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면담 성사 놓고 한 달간 요란, 50분 만남… ‘전장연 vs 이준석’ 시즌 2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면담은 지난해 3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의 발언 등을 계기로 이동권 등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시즌2’의 느낌이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최대 다수의 불편은 반문명”이라며,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SNS 등에서 거듭 비판했고, 결국 한 방송사의 토론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전장연의 시위 자제를 설득하지 못했고, 오히려 시민들의 반응은 전장연의 활동을 옹호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이날도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예산을 이유로 22년간 배제한 이동권 등 장애인 기본권’과 ‘탈시설의 권리를 왜곡하는 정부와 서울시’ 등을 향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 /사진=유튜브 캡처
▲전장연 박경석 대표 /사진=유튜브 캡처

오세훈 시장은 면담 시작부터 ‘정시성이 생명인 지하철을 세우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부탁하고자 만난 것’이라며, 면담 끝까지 이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오 시장은 이 전 대표와 달리 서울시 수장으로서 시민들의 편임을 강조하며, 표면상으로는 전장연 의견에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등 최소한 ‘명분’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장연은 강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은 약자’라는 프레임까지 내세우는 등 언론 취재 등을 겨냥해 사전 전략까지 구상한 것처럼 보였다. 향후 시민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전장연 강자, 시민 약자프레임으로 시위 자제일관 vs 이분법지적하며, “진짜 강자인 기재부에 왜 말 못하나?”

오 시장은 최근 ‘전장연은 약자가 아니다’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전장연은 굉장한 강자가 됐다”며 “지하철을 84회나 운행 지연시키고, 철도안전법상 중범죄인데도, 경찰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다산콜센터로 접수된 ‘서울시민이자 엄마는 약자’라는 맞벌이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하철 시위로 출근이 늦을지 몰라 아이를 한 2~30분 더 재우고 싶어도 일찍 깨워야 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눈물 젖은 사연을 이제는 좀 경청하고 존중해달라”며 거듭 부탁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강자냐 약자냐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전장연이 강자라면 진짜 강자이자 더 책임이 무거운 기획재정부에도 평등하게 이 문제를 지적해달라”며, 역시 “‘이동권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너무나 불합리하고 비장애인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느겼다’는 한 초등학생 문자로 응수했다.

국가·서울시 상대 저항권예산 요구 당연정부에도 대화 요구해달라” vs 전장연 요구 예산은 수천 유형 약자 중 하나

앞서 박 대표는 10분 발언에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사고로 인한 사망과 전임 이명박(2004년)·박원순 시장(2017년)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지하철을 타며 지난 22년 동안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해 교육받지 못하고, 노동도 어려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등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한 것을 알리고, 또 이를 요구하는 것은 국가권력도 서울시도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헌법상 저항권”이라며, “이 과정에서 조금의 관용도 없이 구속 등 사법처리까지 다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지하철 이동권만이 아닌 특별교통수단, 저상버스 도입, 시외 간 이동수단 등 불평등과 관련해 기재부의 책임있는 예산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갈라치기와 혐오 등의 수많은 욕을 먹고 있다”며, “3월에 기재부가 국가전략회의를 통해 내년 재정을 다 결정한다고 한다. 그 전에 진짜 강자인 기재부에 대화로 풀 것을 요구해달라,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준비해온 2024년 장애인권리 예산을 오 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 /사진=유튜브 캡처
▲오세훈 시장 /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은 탈시설 자립생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지만, 시와 정부는 챙겨야 할 사회적 약자나 사업은 수백, 수천 종류에 달한다”고 전제한 뒤, “지난 주말에 만난 자립준비 청년들과 정착금(올해 1500만원 인상)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면서, “시설을 나온 장애인에게 연 1억5000만원이 아니라 15억원이 들더라도 가능하면 지원하고 싶다. 하지만 예산을 그렇게 배정하긴 어려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1억5000만원은 탈시설 1명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가 24시간을 3교대로 지원할 경우 서울시가 추산한 연간 예산이다.

이어 “더 이상 지하철 운행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면 시도 그에 못지않게 전장연 주장에 더 귀 기울이며, 균형 잡힌 장애인 정책을 펴도록 노력하겠다”며 거듭 지하철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탈시설 관련해서도 거듭되는 입장 되풀이서울시, 시설 강화정책 은연 중 내비쳐

한편 ‘탈시설’ 관련 예산도 양측의 의견이 갈렸다. 앞서 오 시장은 면담 하루를 앞둔 지난 1일, 서울의 한 거주시설을 방문해 탈시설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자립하고 싶다”는 당사자에게 “선택지가 많으면 좋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탈시설은 전장연 주장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 이어 지난해 9월에도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이자, 역시 위원회가 제시한 ‘탈시설가이드라인’을 인식하고 외치고 있을 뿐”이라고 전제한 뒤, 전날 오 시장의 발언을 겨냥하 듯 “선택은 가이드라인 위반이며 시설 수용은 차별적 단어”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모든 형태의 시설을 폐지하고, 신규시설 입소를 금지하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막아야 한다. 또한 당장 탈시설을 지키느냐 여부가 아닌 전략적 이행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소모적 논쟁보다는 시가 UN 장애인권리위원과 의견을 달리하는 단체들을 초청해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배석한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협약(제19조)와 일반논평(제5호) 해석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맥락은 당사자가 거주지와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갖는 것이지, 시설이든 지역사회든 주거형태를 강요해선 안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어 탈시설 자립생활 시 활동지원 24시간 예산에 대해서도 “1인당 월 1300만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이는 활동지원을 통한 자립생활보단 돌봄에 가깝다”며 “과연 당사자와 활동지원사 아니면 중계기관 중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시설에 거주하는 부분에 대한 환경을 개선해, 충분히 자립생활할 수 있는 여건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서울시의 시설정책 강화 의중을 드러냈다.

이에 박 대표는 “전장연이 당장 모든 거주인을 탈시설하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차원에서 서울시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행할 것인지를 수렴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2일 전장연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공개 면담 장면. 가운데 오세훈 시장을 중심으로 왼쪽 박경석 대표와 서울시 김상한 실장이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2일 전장연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공개 면담 장면. 가운데 오세훈 시장을 중심으로 왼쪽 박경석 대표와 서울시 김상한 실장이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자 오 시장은 “전장연의 탈시설 왜곡 주장과 예산을 떠나 모두 맞다 치자. 또 중앙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며 시위를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하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지하철을 세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는 이어 또 다른 단체와 약속이 예정됐다며 50분간의 면담을 마무리했다. 확인 결과 이날 오 시장과의 연속 면담에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김광환 중앙회장,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김락환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탈시설이 아닌 시설 다원화와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고, 이동권을 이유로 한 지하철 시위를 막아야 한다”것에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성사까지 한 달무슨 일이?

한편 이날 면담은 지난 1월 2일과 3일, 양일간 지하철 역사 내 선전전과 탑승 등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고조된 지 한 달 만이다. 당시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는 등 대립이 격화됐다. 이후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양측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였지만, 정작 오늘(2일) 성사까지도 요란했다.

이날 면담 역시 1시간이었으나, 서울시가 ‘다른 장애인단체와의 시간 조정으로 30분만 면담하겠다’고 일방 통보하기도 했다. 또한 면담을 앞두고도 서울시는 손해배송 소송 등을 추진했다. 이어 면담 방식 역시 탈시설에 반대하는 타 장애인단체 등과의 비공개 합동면담을 제안하면서 양측의 면담은 결렬됐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서 전장연을 겨냥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하철 운행 지연을 시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이미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반드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늘 면담 내용에서 강조할 부분을 미리 언급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연일 논평 등을 통해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면 사회적 강자냐”며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맞받았다. 이어 “오 시장의 지속적인 ‘적군 무찌르기 작전’과 ‘갈라치기’, ‘일방적 통보’ 방식에 매우 유감스럽지만, 전장연은 마지막까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참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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