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전장연에 스티커 손해배상? ‘60대 노동자’로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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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동대문방향) 승강장 벽에 붙여진 스티커. 사진=전장연
▲혜화역(동대문방향) 승강장 벽에 붙여진 스티커. 사진=전장연

  • 지하철 승강장 스티커 부착제거 비용 청구
  • 시민 약자이어 이번엔 청소 노동자갈등 프레임
  • 전장연 스티커는 22년 저항의 목소리, 계속할 것
  • 작년 3, 공사 측 여론전 맞서기문건, 실제 가동?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승강장 등에 전단(스티커)을 붙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손해배상’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1년부터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 등을 이유로 손해를 봤다며, 약 6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지난 17일부터는 서울시가 탈시설장애인 1000여 명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서자, 전장연 측은 ‘표적수사’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번 역시 스티커 부착에 따른 비용 청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장연 강자, 시민 약자’로 편 가르기에 이어, ‘전장연과 60대 청소 노동자’라는 갈등 프레임을 씌운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서울교통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장연 측은 탈시설 예산 확보·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등 단체의 요구사항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 내 시위 중 역사와 전동차 안에 전장연의 주장을 담은 각종 스티커 등 ‘불법 전단물’을 허가 없이 부착해 왔다고 알렸다.

▲삼각지역 스티커 제거작업하는 청소 노동자들. /사진=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 스티커 제거작업하는 청소 노동자들. /사진= 서울교통공사

이어 공사는 “27일(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민 편의와 안전 확보를 위해 전장연이 4호선 삼각지역에 무단으로 부착한 불법 부착물을 제거하는 청소에 나선다”며, “스티커를 부착하는 행위로 청소 노동자들의 고통이 막심하다. 스티커를 부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공사는 “지하철 시설물 내 무단 전단물 부착은 미관을 저해하고, 교통수단 안전과 이용자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뒤, “권리 주장한다는 전장연이 지나간 후에는 절반 이상이 60대인 청소 노동자들의 고충이 숨어 있다”며 “스티커로 훼손된 역사 환경을 정비하고 제거에 투입된 비용 등에 대해선 민법 750조에 따라 추후 손해배상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또한 “이번 제거 작업에 청소 노동자·보안관 등 약 20~30명이 동원되며, 스티커 제거를 위한 각종 약품도 필요해 약 350만원의 제거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고 덧붙였다.

공사의 이 같은 대응에 전장연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장애인의 권리를 담은 목소리를 스티커에 담아 지하철에서 알려왔지만, 공사는 ‘무단 불법부착’ 운운, 쓰레기 취급하고 있다”며 “스티커 제거는 권리를 제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과 노동자, 그리고 시민과 갈라치기를 통해 생산되는 것은 혐오뿐”이라고 전제한 뒤, “예로부터 힘없는 민중은 부당한 권력에 항의해 벽서를 붙이며 저항의 목소리를 내왔다. 전장연의 ‘권리스티커’는 22년을 외쳐도 듣지 않는 부당한 정치와 권력에 저항을 담은 권리의 목소리”라며, “헌법과 장애인권리협약 등에 명시된 권리가 지역사회에서 실현될 때까지 스티커 붙이기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27일 저녁 자리에 모인 몇몇 활동가들은 한목소리로 “지난 1년 동안 현 정부, 여권, 그리고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처음부터 ‘불법’으로 규정한 만큼, ‘완전 백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며, “누구 하나 요구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점을 찾기보다는, 지하철 시민의 불편을 강력한 무기 삼아 손배소 청구 혹은 갈등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25페이지 분량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 일부. PPT 6쪽에는 ‘전장연과 함께하는 곳들 & 그들의 전략’을 담았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25페이지 분량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 일부. PPT 6쪽에는 ‘전장연과 함께하는 곳들 & 그들의 전략’을 담았다.

그러면서 “작년 3월, 공사 측이 만든 ‘여론전 문건(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을 사실상 적절히 활용하는 것 아니겠냐”며 “특히,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시민도 모자라 청소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인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문건에 의하면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언더도그)라는 인식 때문에 공사 측이 여론전에서 불리하다’며 싸워서 이길 구체적 대책을 담았다. 요약하면 장애인단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약점’을 찾아 ‘부정적 여론’을 통한 시민들과 ‘갈라치기’에 방점을 찍었다. 한 언론 보도로 파문이 일자, 공사 측은 사과를 하면서도 한 직원 개인이 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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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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