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당사자, ‘주민번호·최중증 사유 묻는 서울시’ 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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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서울시는 당장 표적수사 그만하라’고 적인 피켓을 들고 있다. ⓒ탈시설장애인연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서울시는 당장 표적수사 그만하라’고 적인 피켓을 들고 있다. ⓒ탈시설장애인연

  •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는 위법, 인권침해
  • 노인·노숙인 조사와 다른 장애인 차별조사
  •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등 사법기관 고발 검토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시의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뿐 아니라 사법기관의 판단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탈시설연대)는 14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전수조사를 이유로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강압 조사를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위법’이라며, 인권위의 신속한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14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및 강압조사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탈시설장애인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14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및 강압조사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탈시설장애인연대

탈시설연대는 인권위 진정에 앞서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것과 관련해 제보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와 이날 기자회견서 밝힌 내용 등에 따르면 시는 전수조사 발표 이전인 지난해 9월부터 이미 탈시설 발달장애인 지원현황 조사 협조요청’ ‘최중증장애인 현황 파악’ ‘자립지원 대상자 현황 제출 요청등의 명목으로 개별 이름, 연락처, 주소,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 심지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전부 제출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운영기관에 요구한 탈시설 장애인 자료요구 내역 일부. 자료제공=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시가 운영기관에 요구한 탈시설 장애인 자료요구 내역 일부. 자료제공=탈시설장애인연대

시는 특히, 활동지원서비스 종합조사 결과인 기능제한(x1) 점수까지도 요구했다. 이는 2021년 법원 판결 이전까지는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하지도 않던 자료다. 중증장애와 의사소통 여부와 함께 최중증 사유를 기재하라는 항목까지 있어 차별조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진정을 제기한 탈시설 당사자인 김현수 씨는 서울시를 향해 “탈시설을 이유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어디에 사용할지도 몰라 기분이 나쁘다”며 “특히, 장애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장애 유형과 정도, 최중증 사유 등) 쓸데없는 질문 등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조사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탈시설연대는 사전 동의나 일정 협의 없이 방문해 수사와 같은 조사를 시행했고, 조사를 할 때도 강압적 혹은 장애 비하적인 질문으로 당사자를 괴롭혔다고 밝혔다. 시는 ‘내일이 불가하면 내일모레로 일정을 조정하라’는 식으로 언급한 뒤, 실제 장애여성의 집에 공무원 남성 2명이 방문해 두려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질문 내용 역시 ‘나와서 사는 게 좋냐’, ‘시설로 다시 가라면 갈거냐’, ‘탈시설은 스스로 결정했냐’는 식을 말해, 시대와 역행하는 ‘거주시설 양립정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 센터 오병일 대표는 “서울시의 조사가 설사 법령에 근거했더라도 탈시설 장애인과 수행기관 등에 조사 근거와 목적, 활용 및 보관기간, 제 3자 누구에게 전달할지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전제한 뒤, “공공기관의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해 주민번호 역시 개인이 동의해도 반드시 법에 근거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시정명령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를 “인권침해 및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우선 인권위에 진정을 통한 긴급한 시정 권고 촉구”에 이어 “사법기관 고소·고발 조치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특히, “서울시는 노인, 노숙인,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시민에 대해 주거지원을 하면서도 어느 가구를 방문해 이런 식으로 조사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장애인을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는 차별이자 인권침해임을 인권위를 통해 밝힌 뒤, 재발 방지와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일부 언론 등을 통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거주시설에서 나온 1600명 중 사망자와 서울 외 지역 거주자를 제외한 1000여 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표적수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서울시를 비판해 왔다.

시는 탈시설 장애인을 상대로 ▲탈시설 과정의 적정성과 ▲만족도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기법이나 항목 등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다, 시작부터 향유의집을 나온 40명과 지원주택 거주 장애인을 겨냥하면서, 전장연의 ‘표적수사’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는 지적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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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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