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입·퇴원 시 ‘절차조력인’ 지원, 법제화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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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더인디고

  • 보건복지부, 인권위 권고 수용

[더인디고 조성민]

보건복지부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지적장애인 등이 입·퇴원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조력인 제도’ 법제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인권위는 앞서 “국내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상당수가 지적장애인임에도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입원환자의 기본권 행사에 관한 핵심 정보를 담은 권리고지서를 장애유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생산·배포하는 것은, 장애인의 알 권리 및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사·판단능력이 부족한 자에 대해 적절한 의사결정 지원 없이 국가가 인신구속을 전제로 하는 입원을 대신 결정하고 그에 대해 이의제기할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는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장애인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률에 근거해 의사·판단능력이 부족한 환자에 대한 조력 절차를 마련하고, 절차조력인의 직무범위 및 권한, 자격 등을 명시한 별도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지난해 6월 2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지적장애인 등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권리고지서를 개발하고, △지적장애인 등이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등에 절차조력인제도를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경기도 모 구청장에게는 지적장애 등 의사소통이나 판단이 어려운 사람을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에 따라 행정입원시키는 경우, 인신구속 및 구제절차 안내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행정입원은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가 계속 입원할 필요가 있다는 일치된 소견이 있으면, 지자체장은 해당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정 정신의료기관에 치료를 위한 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또한 모 병원장에게는 입원환자의 퇴원 등 권리행사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하도록 했다. 퇴원 의사를 밝히는 입원환자에게는 관련 서류를 즉시 제공하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교육 시행도 권고했다.

24일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복지부 장관과 해당 구청장 및 병원장이 이 같은 권고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복지부는 △입원환자 권리고지서를 개정해 ‘2023년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퇴원절차안내’에 수록하고, 이를 2023년 1월 10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제도과를 통해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안내했으며,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절차보조시범사업(서울, 경기, 부산) 결과를 토대로 절차조력인의 법적제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관련 구청장 역시 경기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 절차보조사업 서비스를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적극 홍보하고, 참여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회신했다. 이어 해당 병원장도 병실 게시판에 권리고지 및 퇴원청구서, 퇴원심사청구서를 게시했고, 소속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권고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17일 절차조력인제도 신설과 관련한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고, 올해 2월 14일에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며 “절차조력인제도 신설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고, 우리 사회에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절차조력인은 지적장애나 정신질환 등으로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해 법적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하기 어려운 사람이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 절차 진행과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독일은 ‘절차보조인’, 영국은 ‘권익옹호자’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입원, 치료 등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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